‘아가방’은 알아도 ‘제로투세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로투세븐은 3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가방앤컴퍼니를 제치고 지난해 유아동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선 기업이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지난 8월 유모차를 미는 엄마들과 배가 산만 하게 커진 예비 엄마들이 아침부터 서울 코엑스에 몰려들었다. ‘서울 국제 임신 출산 육아용품 전시회(이하 베이비페어)’를 둘러보기 위함이다. 관련업체들은 엄마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었다. 제로투세븐도 스킨케어 브랜드 ‘궁중비책’의 제품을 이용해 베이비 마사지 교실을 진행했다. 궁중비책은 엄마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2009년 11월 론칭한 이래 2010년 130억원, 2011년 250억 원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베이비스킨케어 시장 규모를 1,600억 원대로 보고 있는데, 궁중비책은 출시 2년 만에 점유율 15%를 넘긴 것이다. 화학성분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자극이 적은 국내산 100% 한방성분을 재료로 사용한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 제로투세븐이라는 회사 이름을 모르는 소비자에게도 ‘궁중비책’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인식시켰다.
제로투세븐은 매일유업의 자회사로 ‘알로&루’ ‘포래즈’ ‘알퐁소’ 등 유아동 의류 브랜드와 한방 유아용품 스킨케어 브랜드 ‘궁중비책’, 영국 수유 용품 브랜드 ‘토미티피’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아동 종합몰 ‘제로투세븐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궁중비책처럼 알로&루, 포래즈, 알퐁소 등의 브랜드도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다.
제로투세븐은 지난해 매출 2,472억 원을 올려 전년(2,050억 원)보다 17%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22억원, 당기순이익은 85억 원을 기록했다. 부동의 1위였던 아가방앤컴퍼니를 제치고 유아동업계 매출 1위 기업에 올라섰다. 아가방앤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2,030억 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으며 영업이익 49억 원, 당기순이익 25억 원을 기록해 제로투세븐에 뒤졌다.
제로투세븐의 성장 요인으로는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고 ▲고급화 브랜드 정책이 효과적으로 진행된 점 ▲안정적인 유통채널을 확보한 점 ▲모기업인 매일유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꼽을 수 있다. 제로투세븐은 특히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 설립 때부터 유아동 쇼핑몰 ‘제로투세븐닷컴’을 운영해온 제로투세븐은 그간의 노하우를 활용해
현재 유아 및 아동 종합몰 1위에 올라 있다. 또 매일유업의 영업력을 벤치마킹한 덕분에 오픈마켓, 할인점, 대리점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국 진출도 업 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제로투세븐의 중국법인은 2012년 222억 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하며, 지난 4년간(2009~2012년) 연평균 49%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중국사업에서 매출 58억 원, 영업이익 6억 원을 벌어들이며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의류사업의 영업이익률이 2.7%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알짜 수익처인 셈이다. 함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사업의 2012년 영업이익기여도는 31%였고 최근 2년 간 연평균 매출성장률 30.6%로 수익성과 성장성의 주축이 되고 있다”며 전망을 밝게 평가했다.
키즈 업계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키즈시장은 성장성이 무한하다. 중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저출산 정책을 강제해 왔기 때 문에 부모들이 아이에게 자원과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중국이 산업화되고 소비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분유, 기저귀, 스킨케어 등을 포함한 영유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253억 위안(22조7,000억 원)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24%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산아제한 정책이 이르면 올해 말부터 완화될 것으로 예상돼, 출산율 증가에 따라 키즈 산업 역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키즈 시장에서 매스티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운 업체는 보육 환경이 우리와 비슷한 중국에서 더 큰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말한다. 실제 제로투세븐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던 비결도 일부 고급화에 기인하고 있다. 이화정 제로투세븐 홍보팀 과장이 말한다. “제로투세븐은 론칭 초기부터 A급 백화점 매장 위주로 판매망을 형성한 점과 철저한 현지화, 고급화 전략이 주된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제로투세븐의 중국시장 공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장은 “중국 내 유아 및 아동복 브랜드 ‘알로앤루’의 경우 매년 30개 가량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외 다른 해외 국가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미국에선 궁중비책을 7월 론칭했으며 10월 알로루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몽골에는 포패즈 1호점을 2011년 오픈한 이래 올 3월 알로&루 1호점을 열었고 6월 궁중비책을 론칭했다. 베트남에서도 7월 알로&루 3호점을 오픈했다. 제로투세븐은 국내에서도 유아동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 ‘섀르반’을 8월 론칭하고 키즈 시장 확대에 나섰다. 출시회장에서 김정민 제로투세븐 대표는 “성인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키즈 라인으로 구성됐던 기존 제품들이 단순한 성인 제품의 축소판에 그쳤다면 섀르반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부모와 아이를 모두 만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섀르반은 4~12세를 타깃으로 북유럽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아웃도어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통망은 백화점과 플래그숍 형태를 위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판매를 시작하고, 향후 5년간 아시아 주요국에서 순차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키즈시장에서도 한류 열풍이 서서히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