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디어 JOHN DEER의 CEO 샘 앨런 SAM ALLEN이 정보기술을 통한 농업 생산성 향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가 전체적으로 더 부유해지면서 수십억 인류의 영양상태가 호전됐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증가하는 인구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식량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해야 한다. 세계 최대 농기계 생산업체 존 디어에겐 큰 기회다. 디어의 CEO 샘 앨런(60)은 이 기회를 잡기 위해 브라질,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인구가 많은 신흥국들을 자주 방문한다. 퍼듀 대학(Purdue University)을 졸업하고, 1975년 디어에 입사한 앨런은 2009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그 후 디어의 주가는 S&P 상승률을 뛰어 넘어 두 배가량 올랐다. 앨런은 최근 포춘의 제프 콜빈 Geoff Colvin과 가진 인터뷰에서, 왜 자사의 트랙터 운전자가 운전대를 놓길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젊은 인재를 키우려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의 발췌본이다.
앞으로 40년 동안 현재 이용 중인 농지와 물만으로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을 지금보다 두배 늘려야 한다. 어떻게 이를 달성할 수 있나?
우리는 사하라 남쪽, 브라질의 세라도 Cerrado, 독립국가연합(CIS) 등에서 약 17%의 농지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턱없이 모자란다. 이미 전 세계 담수의 67%가 농업에 쓰이고 있다. 단순히 “농지에 물을 대지 말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현존하는 농지에서 지속적인 방식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종자유전학(seed genetics)과 현명한 농경제학적(acronomic) 결정을 잘 조합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점점 지능화하는 농기계에서 산출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그런 결정이 가능할 것이다.
농기계의 정확성은 얼마나 향상되고 있나?
대형 콤바인, 대형 트랙터, 대형 분무기 등 디어의 장비는 특허 GPS를 통해 자동 운전이 가능하다. 우리는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되기를 원한다. 농지를 위 아래로 1마일씩 왕복할 때 농부가 좌우 30피트씩 60피트 길이의 붐 Boom *역주: 농기계 뒤쪽에 장착하는 긴 분무용 장비을 사용하면, 현재는 2인치 정도의 오차로 분무지역이 겹친다. 예전에는 최소 6피트는 겹쳤다.
기술적으로 디어가 가장 큰 기회를 엿보고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
디어는 항상 건축용, 임업용, 농업용 장비 등 높은 생산성을 지닌 대형 장비에서 기회를 창출한다. 대형 농기계의 경우 트랙터와 콤바인, 분무기를 좀 더 똑똑하고 빠르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는 우리가 ‘지능형 농기구(smart implements)’라고 부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면, 건초 더미를 묶는 작업의 경우 최적 수분함유량 같은 것이다. 건초의 수분함유량은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묶는 건초의 밀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작업 시트랙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는 최근 수분 센서를 장착한 건초 포장기(a baler)를 출시했다. 트랙터 운전자가 가만히 있어도 이 포장기가 알아서 트랙터 속도를 조절하는 신호를 보낸다.
디어는 점점 정보기술기업에 가까워지고 있다. 경영 방침에 변화가 생긴 것인가?
우리 회사의 8000시리즈 트랙터 중 최초의 우주왕복선보다 뛰어난 연산력을 지닌 모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조직 재편을 통해, 우리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인 하드웨어 및 내장 소프트웨어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팀을 구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내가 직접 영입한 직원들로 애플리케이션 관련 업무를 하는 또 다른 팀도 꾸렸다.
디어와 같은 거대 다국적 기업의 수장에 오르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는가?
모르는 것을 이해하는 데 집중하라. 그렇지 않으면 조직 내 일부 사람들은 여러분이 그냥 일을 추진하도록 놔둘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분명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 자체도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자, 이건 알겠고 저건 정말 모르겠어. 그런 상황을 알고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물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 기술을 통해 물을 절약할 순 없나?
가능하다. 점점 더 많은 농부들이 ‘무경운농업(no-till farming)’ *역주: 밭을 갈지 않고 도랑에 파종하는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농지를 갈아엎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우리는 필요한 양의 물만 농지에 대는 세밀한 ‘적수 관개(drip irrigation)’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담수 관개(flood irrigation)’-농지를 물에 잠기게 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디어의 CEO로서 세계 경제의 여러 중요 부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 같다. 무엇보다,대형 건축장비 사업을 하기 때문에 미국의 신규 주택건설에 대해 의견이 있을 텐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한 해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보통 160만 건, 대략 140만 건에서 160만 건 정도면 정상이다. 경기 침체가 닥치기 전에는 200만 건을 초과했지만, 그후 60만 건까지 떨어졌다. 이제 84만 건에서 88만 건 정도로 회복한 상황이다. 일부에서 생각하는 만큼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GDP 성장률이 2%에 불과한 지금,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개선될 수는 없다.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 전 세계적으로 농업은 고성장 산업이다. 많은 경쟁업체가 등장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디어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176년의 유구한 역사가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이 역사가 오히려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디어를 탄탄하게 만드는 건 바로 우리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판매망도 디어의 경쟁력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경쟁력 있는 딜러 양성에 능숙하다. 이 때문에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디어는 생산성, 가동시간 제고, 유지비 절약에 꾸준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고객에게 선사하는 가치다. 그리고 여기에 계속 집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연구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데, 현재 연간 15억 달러를 쓰고 있다. 특히 신제품 프로그램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배기가스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 모두는 내가 북엔드 Bookend *역주: 책을 세웠을 때, 쓰러지지 않도록 양 옆에 받치는 도구라 부르는 부수적인 요소들이다. 중요한 요소는 176년의 역사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바로 자기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일에 집중하는 직원들이다. 진정성과 품질에 대한 약속을 바탕으로 창업한 디어의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디어의 문화에 딱 맞는 직원들이 들어온다.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직원들이 우리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디어는 인재 양성을 우선시한다. 어떻게 유능한 젊은이들을 디어에 입사하도록 설득하나?
디어의 고귀한 목적을 분명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디어의 목적은 땅과 관련된 일에 헌신하는 것이다. 즉, 농부들이 전 세계에 식량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건설근로자들이 전 세계에 주택을 짓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내 커리어를 통틀어, 학교를 졸업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메시지가 지금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한 적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와서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첫째다. 새로운 직원들이 입사하면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이 최대한 빨리 확실하게 우리 회사를 알았으면 좋겠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를 위해 일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테니 떠나라. 진정으로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원한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우리 회사에서 1년만 지내면 이직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세계 전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정말 도움이 된다. 전 세계에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와 중국 같은 나라에 가서 다국적기업과 농업 부문에서 일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 손쉽게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
골프 캐디에게 주는 에번스 장학금(Evans scholarship)으로 대학을 다녔고, 이 장학금의 개념을 적극 지지한다고 들었다.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였나?
에번스 장학금은 경제적 약자에게만 준다. 중산층 이하 가정 출신이어야 받을 수 있고, 학업 성적도 좋아야 한다. 또 아무리 못해도 최소 2~3년간 캐디 일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난 평생 골프와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캐디 일은 어렵지 않은 요건이었다. 두 번째 조건은 공동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46명 정도가 같이 지내는데, 난 당시 48명의 학생들과 함께 생활했다. 지낼 집을 고를 수도 없고, 누구와 생활할지도 선택할 수 없다. 시카고 도심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이 모여 살았다. 그때 정말 좋았던 것은 포용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리더십 시리즈는 포춘 대기자 제프 콜빈 Geoff Colvi n이 최고경영자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 코너다. 인터뷰 동영상 발췌본을 포춘 홈페이지 리더십 코너(fortune.com/leadership)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콜빈이 찰스 슈왑 Charles Schwab, GE의 제프 이멜트 Jeff Immelt와 피앤지의 A.G. 래플리 A.G. Lafley, 핌코 Pimco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Mohamed El-Erian, 노바티스 Novartis의 CEO 조 히메네스 Joe Jimenez, 홀 푸드 Whole Foods의 공동 CEO 월터 롭 Walter Robb 등과 진행한 인터뷰도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