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도 언론사가 보도사진 촬영을 아마추어에게 맡긴 전례는 있다. 예컨대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당시 NBC방송은 사진공유 SNS인 인스타그램, CNN은 자사의 시민기자 사이트인 I리포트(iReport)의 사진을 활용했다. 하지만 이를 회사의 공식정책으로 삼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상대로 이 정책은 반발을 불러왔고 근시안적 결정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결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비용절감, 두 번째는 사건·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한층 폭넓고 생생한 보도가 가능하다는 이점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카메라폰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화소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렌즈의 품질은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최근에는 휴대폰에 카메라를 넣는 대신 카메라에 휴대폰을 넣는 방식도 나왔다. 1,630만 화소 이미지센서와 21배 광학 줌렌즈를 채용한 삼성전자의 ‘갤럭시카메라’, 2,030만 화소의 렌즈교환식 ‘갤럭시 NX’가 그 실례다. 소니의 최신 QX100은 더 극단적이다. 렌즈를 꼭 닮은 이 제품은 렌즈와 센서, 이미지 프로세서만 갖춘 디카다. 이를 스마트폰에 결착, 스마트폰을 디카의 바디로 활용하는 형태다.
앞으로 이런 부류의 인터넷 접속 카메라가 확산되면 일반인이 SNS에 올린 사진들의 질도 대폭 향상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와 관련 핀란드의 소프트웨어기업 스쿠프샷은 언론사가 30만명 이상의 모바일 유저 회원들을 사외 사진기자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NBC가 지난 8월 인수한 휴대폰 동영상 스트리밍기업 스트링와이어의 경우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근처에서 트위터에 접속한 사람들을 찾아 영상 업로드를 요청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는 사건·사고 현장을 담은 일반인들의 무수한 사진 가운데 최상의 사진을 자동 선별해주는 소프트웨어도 개발될 것이다. 이미 구글플러스는 사진들을 또렷함, 아름다움, 랜드마크, 노출 등의 기준으로 분석해 SNS에 업로드하기 좋은 사진을 골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이 모든 조건들이 충족되면 시카고 선타임스의 결정은 결코 바보스럽지 않았음이 입증될 것이다. 단, 그 전까지는 세간의 빈축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