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글로벌 PR 컨설팅 기업 에델만이 발표한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결과다. 최근 방한한 벤 보이드 에델만 글로벌 기업 부문 사장에게 한국 기업의 신뢰도가 왜 이렇게 낮은지 물었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델만이 발표한 ‘2013년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결과다. 특히 한국 여론주도층의 기업 신뢰도는 조사 대상인 26개 국가* 중 최하위인 31%로 조사됐다. CEO에 대한 신뢰도 또한 34%로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우리기업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글로벌 PR컨설팅기업 에델만은 지난해 10월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 전 세계 26개국 일반 대중 2만6,000명과 여론주도층 5,8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에서는 일반 대중 1,000명과 여론주도층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에델만은 대졸 이상 학력, 가계소득 기준 상위 25% 중 정책 현안을 파악하고 있는 25~64세를 여론주도층으로 선정했다. 한국의 기업 신뢰도 31%는 신흥국 70%, 선진국 55%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에델만은 이를 두고 ‘위기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설문 참여자들은 신뢰도 저하 이유로 기업의 부정부패와 사기행위, 투명성 문제를 꼽았다. 기업이 전반적으로 신뢰받지 못하고, 또한 기업의 리더가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우리 기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방한한 벤 보이드 Ben Boyd 에델만 글로벌 기업 부문 사장에게 이처럼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Q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연구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들었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왜 중요하며, 신뢰도가 기업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신뢰란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우리는 경영자나 정부가 어려운 이슈에 부딪혔을 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다섯 명 중 한 명도 안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진실되고 투명한 관계를 맺는 것은 필수적이다. 과거 하향식 의사 결정 구조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직원과의, 혹은 고객과의 관계 관리를 통해 기업들은 자신과 자신의 상품과 경영 활동에 대해 활발하고 지속적인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역동적이고 솔직하며 다방면적으로 소통
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신뢰 구축을 경영의 제1신조로 여기는 기업들은 사업상 성공뿐만 아니라, 전 업계를 이끄는 기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를 잃은 기업의 예를 들어달라.
한국의 한 유제품 제조사가 영업 직원의 욕설 파문 이후 위기를 겪은 것이 좋은 예라 하겠다. 해당 기업은 시장 내에서의 지배적인 위치를 상실했으며 실적에서도 곧바로 여파가 나타났다. 국민들의 공분이 매우 컸고, 해당 업체의 제품 구매를 거부했다. 또 업체가 조직 내에 만연해 있던 부당한 대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사태 해결을 위한 즉각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국민 사과를 했음에도, 해당 업체에 대한 신뢰는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으며, 후유증은 여전하다. 기업이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기업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갈수록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으며,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신뢰도 지표 조사 결과 한국의 기업 신뢰도가 최하위로 나왔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해당 데이터의 이면에는 아마도 한국의 경제 불황과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 저하가 있을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국가 경제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기업들이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갖고 있지 않은 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벌기업 오너일가의 횡령과 부패 등이 기업 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시켰다. 2014년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데이터에서는 보다 나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기업에 조언을 준다면?
‘신뢰도 지표조사’의 결과를 살펴보면, 기업과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신뢰가 구축되고 유지되는 방법에 있어 상당한 변화가 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영적 측면의 속성(기업의 재무적 수익 및 경영 성과, 기업의 비즈니스 관행을 의미)은 2008년(76%)과 비교해 2013년엔 절반가량(39%) 중요성이 감소했다. 2013년 이터를 보면, 신뢰 구축에 있어 경영보다 기업 가치의 비중이 더 늘어난 것을 알 수 다. 특히, 이해관계자들은 직원 처우에 경을 쓰고, 고객 의견에 귀 기울이며, 사업 관행을 윤리적이고 투명하게 실천하며, 윤보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경영적 성과에서 상당한 전을 이뤄냈다. 이제는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대내외적 이슈를 해결하는 등 다른 요소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때다. 기업이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무엇을 하는가 만큼이나 중요해졌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단지 좋은 기업이 아닌 신뢰받는 기업으로서 리더십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해외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들이 아직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들은 국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업 확장을 가속화 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알리는 데 치중했다. 대체로 일방적이고 상의하달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과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객과 직원, 더 나아가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공, 신뢰 및 비즈니스 가치를 구축하기 위해서 한국 기업들은 사회 및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고, 보다 배려심을 갖고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해야 한다.
해외 기업들은 현재 어떤 부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는가?
나는 오늘날 성공한 비즈니스는 대부분 참여와 투명성에 대한 새로운 기대에 부응했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의 보급은 모든 임직원과 고객들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보다 더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PR활동을 기업의 경영 가치를 이끌어내는 주요한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커뮤니케이션과 지역 사회 참여 전략을 통한 경영 목표 수행을 도와주고 있다. 특히, 해외 기업들은 비즈니스 리더십을 통해 지역 사회로의 참여와 지원뿐만 아니라 직원간 관계와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방점을 두고 있다.
PR 전문가 입장에서 한국계 기업과 일할 때 장단점은 무엇인가?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성장을 이뤄내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 잡은 한국 기업들과의 업무 경험은 항상 흥미진진했다. 특히 한국기업들은 대단한 회복능력과 에너지를 가지고 급변하는 세계 경제를 따라가고 새로운 트렌드를 발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한국 기업과 함께 일하는 경우 발생하는 장점과 단점은 같다. 바로 의사결정 과정이다. 제대로 정돈되어 있는 경우, 한국의 의사결정 과정은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은 경우, 재빠른 의사 결정의 필요성보다 위계 문화와 내부 절차가 더 우선시 되면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좌절감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조사 대상 26개국: 한국,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일본, 러시아, 인도, UAE, 독일,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폴란드, 터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