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아시아 모바일 메신저 3총사 ‘카카오톡-라인-위챗’

아시아 벗어나 유럽과 미주서 경쟁

지난 2009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3GS는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라는 획기적 서비스의 시작을 알렸다. 후발주자인 ‘카카오톡’ ‘라인’ ‘위챗’ 등 아시아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은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독창성을 무기로 트위터, 페이스북을 위협하는 대항마로 급성장했다. 이제 이들 플랫폼은 ‘탈(脫)아시아’를 선언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한국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전 세계와 연결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가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3월 26일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에 청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서 이례적으로 자국이 아닌 한국의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언급했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을 위한 단순한 립서비스는 아니었다. 지난 2008년 오바마 대선캠프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약 93만명의 지지자들로부터 소액 기부를 받은 기분 좋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성장과 더불어 SNS도 모바일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토종 모바일 SNS 카카오톡을 필두로 NHN의 라인, 중국 텐센트의 위챗은 아시아발 모바일 메신저의 성공신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특히 이들 아시아 모바일 메신저 3총사는 IT분야의 주요 시장인 북미와 유럽까지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여전히 북미와 유럽시장에서는 미국의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과 PC기반으로 성장한 페이스북의 모바일 메신저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시장에서조차 아시아발 모바일 메신저의 독창성과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과연 아시아발 모바일 메신저 3총사는 아시아 시장을 넘어 유럽 및 북남미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시장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은 기업에 있어 필수적인 요건이다. 제아무리 탁월한 기술과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 해도 시장 흐름에 너무 앞서거나 뒤처지면 성공 할 수 없다.

물론 트렌드를 완벽히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설사 뒤처지더라도 이를 상쇄할만한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는다면, 트렌드를 따라가는 ‘트렌드 팔로어’가 아닌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는 ‘트렌드 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준비 중인 아시아 모바일 메신저 3총사는 ‘트렌드 팔로어’와 ‘트렌드 세터’ 양면을 모두 갖추며 성장했다.

카카오톡, 라인, 위챗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선 보인 플랫폼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은 지난 2010년 출시됐다. 당시 국내 모바일 시장은 2009년 출시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으로 엄청난 변화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었다. 사실 국내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였다. 스마트폰의 초기모델로 꼽히는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가 당시 획기적인 기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요 모바일 디바이스 제조업체들도 “스마트폰은 국내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며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을 단숨에 뒤바꾼 것이 바로 아이폰이다. 처음 아이폰이 출시돼 미국에서 팔리기 시작한 2007년보다 2년 늦게 출시됐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특히 ‘휴대폰을 닮은 컴퓨터’라는 인식과 더불어 이를 활용한 콘텐츠 소프트웨어를 찾기 위한 개발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카카오의 전신은 지난 2006년 설립된 아이위랩이다. 당시 아이위랩은 친구들이 북마킹한 웹페이지를 보여주는 소셜 북마킹 서비스 ‘부루닷컴’과 지식서비스인 ‘위지아닷컴’을 서비스했다. 이들 서비스는 안타깝게 실패했다. 하지만 당시 카카오 개발진들은 서비스 준비과정에서 미국 내 아이폰 사용자들의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활용 가능한 킬러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스마트폰 하나가 IT의 중심지인 실리콘 밸리 개발자들의 생활패턴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확신했습니다. 스마트폰은 가까운 시기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후 아이위랩은 사명을 카카오로 바꾸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사업을 해 나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문자해’라는 말 대신 ‘카톡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이 같은 카카오톡의 성공은 자연스레 이를 뒤따르는 플랫폼의 출시를 이끌었다.

가장 발 빠르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가능성을 파악한 곳은 다름 아닌 중국 업체들이었다. 비록 후발주자지만 막강한 자본력과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사용자 풀을 바탕으로 단숨에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급성장 했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바로 중국 인터넷서비스 기업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微信, 웨이신)’이다. 위챗은 지난 10월 기준 가입자 수 5억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중국 제품은 중국인만 사용한다’는 편견을 깨고, 위챗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만만찮은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위챗이 진출한 글로벌 국가는 약 30여개. 글로벌 누적 가입자는 1억 명에 달한다.

특히 위챗의 성공에는 지속적인 텐센트의 거액 투자가 뒷받침됐다. 미국 인터넷 조사기관인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텐센트의 매출규모는 438억 위안(약 7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 중 시장 가치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 위챗이 있다면 일본에는 ‘라인’이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전신인 NHN의 일본법인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한 라인은 일치감치 국내가 아닌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카카오톡이 대세로 군림하고 있는 국내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우선 라인은 주 공략시장으로 일본을 선택했다. 아직 스마트폰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였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38.2%에 불과하다. 이는 싱가포르의 보급률 76.8%, 한국의 67.8%의 절반수준이다.

지난 2011년 출시된 라인은 일본시장에서 ‘대박’을 냈다. 라인은 이미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요긴한 소통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예를 들어보자. 지난 9월 8일 새벽 5시, 5,000만 명에 이르는 일본내 라인 가입자들은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 발신자는 놀랍게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다. “아베 신조입니다. 바로 조금 전 도쿄가 2020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습니다.” 일본의 최고 권력자가 자국의 올림픽 유치 소식을 TV나 라디오, 신문이 아닌 모바일 메신저로 국민들에게 알렸다는 점은 라인의 위세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이처럼 아시아 모바일 메신저 3총사는 각자의 시장에서 성공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배가 고프다.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메신저 3총사의 시선은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 ‘트위터’가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북남미, 유럽시장을 향하고 있다. 카카오톡, 라인, 위챗은 저마다 갖춘 독창적인 킬러 콘텐츠 서비스를 무기로 철옹성을 무너뜨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들이 자신 있게 꺼내든 무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아시아발 모바일 메신저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모바일 메신저 대전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김보경의 소속팀인 영국축구 프리미어리그 카디프시티는 최근 트레이닝복과 경기장 광고판에 낯익은 로고를 선보였다. 바로 노란색 배경에 말풍선 모양이 선명한 카카오톡 로고였다. 카카오는 아직 구체적으로 유럽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이번 경우 역시, 카카오의 말레이시아 사업 파트너사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프로모션이었다.

카카오는 아직 유럽 및 북남미 시장 공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사실 카카오톡은 야심 차게 진출한 일본시장에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경쟁플랫폼인 라인의 인기가 상상 외로 거셌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현재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에 우선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북남미 및 유럽 시장 진출에는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지만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바로 카카오톡만이 가진 다양한 연동 서비스 및 플랫폼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장점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동 서비스다. 매출의 1등 공신인 게임을 제외하더라도 사진공유기반 SNS ‘카카오스토리’, 위치정보기반 SNS ‘카카오플레이스’, 사진첩 기능을 가진 ‘카카오앨범’까지 다양한 연동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기능 확장성은 공식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미국 및 유럽시장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카카오톡과 관련 서비스에는 다른 유명 SNS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혁신적 기능이 탑재돼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접하는 것도 또 하나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유명 인터넷 동영상 블로거이자 프리랜서 여행기자인 미국 출신 스티브 밀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렇게 언급했다. 스티브가 촬영한 한국 동영상은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전해지는데, 이를 보고 한국을 일부러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

카카오톡과 달리 라인과 위챗은 일찌감치 유럽과 북미시장 공략의지를 내비쳤다. 이미 해외의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도 라인과 위챗의 시장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라인의 시장 진출계획 핵심은 현지화다.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골격은 유지하되 콘텐츠나 서비스는 철저히 현지화해야 한다는 것이 라인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스다 준 라인 전략 마케팅 실장은 강조한다. “라인의 글로벌 서비스 성공여부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로컬라이징입니다. 물론 라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역시 해당 국가에 따라 맞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라인 측은 이 같은 계획을 철저히 실행하고 있다. 현재 라인은 스페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스페인 내 라인 가입자는 약 1,500만 명 수준. 이에 고무된 라인 측은 스페인 현지에 사무실을 개소하고 현지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마케팅의 중심에는 스페인의 최고 인기 스포츠, ‘축구’가 있다. 현재 라인 측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고 명문구단 바르셀로나와 제휴를 맺고 소속 선수들의 스티커 아이템을 제공하고 있다. 또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현지 업체와의 제휴 및 각종 현지 이슈 관련 캠페인을 전개, 인지도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모리카와 아키라 라인 대표에게 올해 라인의 목표를 물었다. “우선 유럽을 중심으로 사용자 3억 명 돌파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 러시아를 비롯한 브라질, 인도 등 인구 규모가 큰 국가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또 북미지역의 사용자 규모확대도 중요한 만큼 기반 확충을 위해 현지화 방안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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