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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화학기술이 창조적 강소기업 키운다 ①

HIDDEN CHAMPIONS FOR CREATIVE KOREA

강소기업이란 규모는 작지만 특정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말한다. 이 같은 강소기업의 육성 없이는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화학연구원이 첨단화학기술의 이전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강소기업 도약을 위한 특급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앞으로 총 3회에 걸쳐 국내 강소기업 육성의 토대가 된 화학연의 우수 연구 성과와 기술이전 성공사례를 살펴보고, 창조적 국가 발전의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1] 반도체 공정용 온실가스 처리 기술

전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배출 저감에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CO₂)를 포함해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화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6개 온실가스는 기후변화협약에 의해 철저하고 체계적인 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CO₂에 더해 PFC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와 LCD 산업에서 다량의 PFC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PFC의 환경적 유해성은 CO₂를 능가한다. 일례로 가장 대표적 PFC 물질인 CF₄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CO₂의 5,700배, C₂F6는 1만1,900배나 된다.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전환촉매연구그룹 박용기 박사팀은 이러한 PFC 처리 분야를 선도하는 국내 최강 연구팀의 하나다. 이미 지난 2003년 환경·에너지 전문기업 에코프로와 공동연구를 수행, 반도체 및 LCD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PFC를 분해하는 ‘촉매식 PFC 처리장치’의 원천기술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 장치의 핵심은 촉매를 사용해 750℃ 이하의 온도에서 PFC를 분해한다는 것. 기존의 열분해 시스템은 1,200℃ 이상의 고온에서 PFC를 분해·연소시켰기 때문에 값비싼 처리비용과 장치 설계의 어려움, 질소산화물 발생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박 박사팀의 기술은 이 모든 부분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박 박사는 “촉매의 작용에 의해 한층 낮은 온도에서 구동되는 만큼 에너지 효율이 우수하다”며 “질소산화물 같은 공해물질 발생없이 95% 이상의 처리효율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이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장치를 스케일업 할 수 있어 PFC 처리량이 많은 곳에서 활용도가 높다”며 “PFC 이외의 가스들에 대한 제거 효율도 뛰어나다는 강점까지 지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에코프로에 정액기술료 5억2,000만원, 경상기술료 2%의 조건으로 이 원천기술의 이전을 완료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2차 촉매 양산기술도 이전했다. 이에 힘입어 에코프로는 현재까지 삼성전자 반도체라인에 3기의 촉매식 PFC 처리장치를 공급하는 등 제품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 3년간 누적매출이 약 200억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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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박사는 “국내 PFC 처리 시장은 현재 1,000억원 규모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속한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CO₂ 포집이나 석유·석탄·천연가스를 융합한 획기적 신소재 원료 등 자원 확보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 안구 건조 막는 셀룰로오스 콘택트렌즈

1955년 체코의 화학자 오토 비흐테를레가 개발한 콘택트렌즈는 안경을 착용하는 불편 없이 시력 저하자들의 볼 권리를 보장해주는 대표적 문명의 이기 중 하나다. 소재의 발전과 착용감 향상에 힘입어 국내 착용자 수만 500~60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콘택트렌즈 사용자들에게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오랜 불만사항이 남아 있다. 바로 낮은 습윤성(濕潤性)이다. 실제로 우수한 착용감과 높은 산소투과율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프트 렌즈조차 실리콘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습윤성 확보에 한계가 있어 장시간 착용 시 안구건조증·충혈·각막염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공정연구본부 장태선 박사팀은 이같은 난제를 풀 해법을 찾고자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지속해왔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인간의 눈이었다. 그리고 2년여의 연구 끝에 안구의 유리체에 존재하는 생체물질인 히알루론산 나트륨이 산소투과율과 습윤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장 박사는 “콘택트렌즈 내·외부에 히알루론산 나트륨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셀룰로오스 하이브리드 콘택트렌즈’의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실험결과, 기존 제품 대비 안구건조증·충혈·부종 등을 90% 이상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 박사는 또 “이 기술은 착용감, 습윤성, 산소투과율에 더해 가격경쟁력까지 뛰어나다”면서 “연간 3,000억원 규모의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 중 80%를 해외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산업적·경제적 가치에 주목한 국내 콘택트렌즈 전문기업 인터로조는 정액기술료 3,000만원과 연매출 1%의 경상기술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 기술을 이전받았고, 그 선택은 옳았다. 장 박사팀의 원천기술을 접목해 상용화에 성공한 이래 코스닥 상장과 더불어 지식경제부 신기술 인증, 신기술촉진대회 대통령상을 잇달아 수상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또 신제품 출시로 올해 60억원, 오는 2015년 12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최근 제2생산공장을 증설하고 해외시장 공략에도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로조의 노시철 대표는 “제품 출시 직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았다”며 “이에 힘입어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 6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팀은 현재 콘택트렌즈의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핵심 원료인 아크릴산염의 국산화에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대량생산에 성공할 경우 대폭적인 원가절감 효과가 발휘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한 향후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의료용 콘택트렌즈를 대체할 새로운 콘택트렌즈 개발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장 박사는 “국내 중소 콘택트렌즈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하고 신규 시장을 선점하려면 소비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히알루론산나트륨 같은 생체친화적 신소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연구역량을 집중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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