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든 전자기기들이 마법처럼 신기해 보였어요. 그게 마법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부터 이것저것 분해해보기 시작했죠. 무엇이 들어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때는 로버트도 딸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둘째딸인 제네비브까지 3명이 함께 인터넷을 뒤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렇게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단 몇 주일 만에 로봇을 만들어냈다.
3년이 흐른 지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 위치한 카미유의 집 차고는 로봇공장으로 변했다. 지금까지 세 사람은 애벌레 로봇, 비행 로봇, BB탄을 쏘는 로봇, 집 주위를 자율주행하는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함께 개발했다. 분업화도 이뤄서 카미유가 부품제작과 조립, 제네비브는 납땜과 배선을 맡고 있는데 개발품 중 하나는 뉴욕사이언스홀에 전시돼 있기도 하다.
‘스피릿 2호(Spirit II)’로 명명된 이 로봇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로버 ‘스피릿’을 본 따 제작됐다. 500개의 부품이 쓰였으며, 6개의 바퀴를 지녔고, 원격조종도 가능하다. 특히 높은 장애물도 넘어갈 수 있는 스피릿의 로커-보기 서스펜션을 재현했고, 관련특허를 연구해 360도 제자리 회전능력도 부여했다. 덕분에 매년 50만명의 관람객이 이 로버를 관람하면서 직접 가짜 화성 표면에서 조종해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과학관의 정보기술 책임자인 사무엘 리트에 따르면 화성 전시실에 놓여있던 삼륜 로버를 대체할 전시물을 찾던 중 우연히 한 블로그에서 스피릿 2호의 사진을 보게 됐고, 로버트에게 연락해 전시용 로버 제작을 의뢰했다.
“스피릿 2호에는 정말 첨단 기술이 적용돼 있었어요. 그에 비하면 저희 삼륜 로버는 로버라고 하기에도 창피한 수준이었죠.”
과학관은 스피릿 2호의 기존 성능에 더해 한 번 충전해서 9시간 정도 운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성능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실제 화성 로버가 광물을 분석할 때처럼 적외선 카메라로 주변 온도를 시각화해주는 기능도 원했다.
이에 로버트 가족은 새 로버가 23㎡ 넓이의 전시실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스피릿 2호의 크기를 3분의 2 정도로 줄이기로 결정하고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8개의 소나 센서를 장착, 관람객이 어떻게 조종해도 벽에 부딪치지 않도록 추가기능도 넣었다. 이윽고 지난 6월 로버트 가족은 이렇게 개발된 로버를 ‘카미유’, 그리고 최신 전자기기와 카메라까지 추가한 또 다른 로버를 ‘제네비브’라고 이름 짓고 과학관에 기증했다.
현재 로버트 가족에게는 전 세계 과학관과 박물관의 러브콜이 폭주하고 있다. 의뢰를 받아들여 제작에 돌입한 프로젝트도 5~6개나 된다. 그중에는 체코 프라하의 한 과학관이 요청한 러시아의 루노호트(Lunokhod) 월면차도 있다. “종종 로버 제작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딸들이 숙제가 많을 때가 그래요.”
[HOW IT WORKS]
전력
7.4V 리튬이온 배터리(1만mAh)를 탑재, 과학관이 문을 연 시간 동안 재충전 없이 구동된다. 태양전지도 진짜지만 전시실이 실내여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기동력
로커 보기 서스펜션 덕분에 높이 30㎝ 이상의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다. 서보모터가 각 바퀴를 독립적으로 구동시켜 360도 제자리 회전도 가능하다.
통신
극초단파 칩이 내장돼 있어 원격조종할 수 있다. 무선조종기는 카미유[좌]와 제네비브[우]가 BB탄 발사 로봇을 조종하기 위해 만든 것을 사용한다.
ANOTHER 가족 발명품
제작기간 : 1년
제작비용 : 2,000달러
CNC 밀링 머신
망치와 드라이버만으로는 고품질 로봇 제작이 어렵다. 그래서 로버트 가족은 컴퓨터 제어식 밀링 머신을 직접 개발했다. 2만4,000rpm으로 회전하는 수냉식 스핀들(spindle)을 이용해 금속,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정밀 절삭할 수 있다.
제작기간 : 2주일
제작비용 : 200달러
무선 전신기
두 딸이 모스 부호를 알게되자 로버트는 21세기형 전신기를 개발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2개의 낡은 모스 신호기에 아두이노 나노 마이크로컨트롤러, 극초단파 칩, 스피커가 연결돼 있으며 통신 가능 거리는 약 1.5㎞다.
로커-보기 서스펜션 (rocker bogie suspension) 지면 굴곡에 상관없이 항상 모든 바퀴가 동시에 지면에 붙어있어 접지력을 높여주는 서스펜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