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의 원조이며 대명사인 ‘비아그라’가 고개를 떨궜다. 출시 당시 ‘푸른 다이아몬드’라 불리며 고개 숙인 중년 남성들의 환호를 받았던 비아그라가 국내에 출시된 지 13년 만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견고했던 비아그라의 철옹성이 무너진 것은 특허만료에 따른 저가 복제약의 무더기 출시와 만년 2위 제품인 ‘시알리스’의 선전으로 요약된다.
송대웅 서울경제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는 1999년 국내에 출시되면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알약 하나로 발기부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일대 혁신이었다.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릴리의 ‘시알리스’, 바이엘의 ‘레비트라’,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종근당의 ‘야일라’, SK케미칼의 ‘엠빅스’, JW중외제약의 ‘제피드’ 등 6개의 후발주자들이 뛰어들면서 비아그라의 독주가 끝나고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다.
각 치료제가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은 연간 1,100억원 규모로 커졌다. 10년 전(2002년 10월~2003년 9월: 415억 원)보다 3배 가량 성장했다. 그러나 13년간 시장 1위 자리를 독점하던 비아그라는 2위로 밀려났다. 작년 5월 특허만료 후 점유율 하락의 길을 걷던 비아그라는 2012년 4분기, 시알리스에 1위를 내준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의 교훈처럼 영원할 것 같던 파란색 다이아몬드의 영광도 끝이 났다.
국내 제약 사상 가장 많은 제네릭 쏟아져 나와
비아그라의 성분인 ‘실데나필’의 국내 물질특허가 2012년 5월 만료되며 국내 제약사에서 유례 없이 많은 수의 제네릭(복제약)이 쏟아졌다. 모두 비아그라와 동일한 실데나필 성분을 사용한 제품들이다. 2013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으로 총 53종의 비아그라 제네릭이 등록돼 있다. 비아그라의 3분의 1로 가격을 낮춘 제네릭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천원대 제네릭까지 출시됐을 정도. 과도한 가격경쟁에 대해 업계에서는 ‘제 살 깎아먹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비아그라 이긴 시알리스의 ‘세가지 혁신’
주목할 만한 것은 만년 2위 제품이었던 시알리스가 선두로 치고 올라온 과정이다. 단순히 특허만료에 따른 복제약의 무더기 출시로 인해 시알리스가 어부지리로 1위가 된 것은 아니다. OB맥주가 1위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15년 만에 시장 1위로 올라선 것이 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것처럼, 시장에서 2위 제품이 1위로 올라서는 것은 흔치 않다.
시알리스가 비아그라를 제친 사례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리며 해외 유수 경영대학원(MBA)의 교재가 됐다. 2013년 2분기 매출은 비아그라가 32억6,000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5% 감소한 반면 시알리스는 57억5,000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 성장했다.
값싼 비아그라 제네릭의 대규모 출시로 비아그라의 매출이 크게 감소했지만 시알리스는 성장세가 유지했다. 시알리스는 어떻게 계속 성장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시알리스는 ‘매일 먹는 저용량 발기부전치료제’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무기로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시알리스는 5mg 매일복용법(매출액 22억3,000만원)으로 시장을 파고들며 성장했다. 전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시알리스 20mg, 10mg 필요시 복용법이 16.1%, ▲시알리스 5mg 매일복용법이 10.3%를 차지해 시알리스는 총 26.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09년 국내 출시 이후 매년 평균 25%씩 성장해온 시알리스 5mg 매일복용법은 기능적인 측면은 물론, 성적 자신감 회복 같은 정서적 측면도 개선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적응증까지 동시에 갖고 있는 유일한 치료제라는 점도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알리스 5mg은 이미 2012년부터 9월부터 단일품목으로 비뇨기과 처방 1위를 선점해왔다.
시알리스가 비아그라를 앞선 요인은 끊임 없는 ‘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36시간의 가장 긴 약효지속 시간을 지닌 ‘시알리스 20mg, 10mg 필요 시 복용법’을 출시한 것이 한국릴리 시알리스의 첫 번째 혁신으로 꼽힌다. 효과 지속시간이 4~6시간인 비아그라와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이 약은 주말 중 한 번 복용해 36시간 동안 자유롭게 성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주말약(Weekend Pill)’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발기부전 치료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현재까지도 유일한 긴 효과제제이다.(36시간까지 ‘효과가 지속된다’는 의미는 발기가 36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복용 후 36시간 동안 성적흥분을 느낄 정도의 자극만 있다면 자유롭게 성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 직전에 복용해야 하는 비아그라와는 달리 시알리스는 심적인 평온함, 파트너와의 분위기를 고려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리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혁신은 최초로 저용량 매일 복용법을 출시한 것이다. 시알리스 5mg은 다른 만성질환 치료제처럼 1일 1회 복용으로 증상을 관리해 ‘발기부전이 없는 것과 같은 정상적인 성생활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치료 개념을 도입했다는 평을 받았다. 작년 5월,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적응증도 획득한 ‘시알리스 5mg 매일복용법’은 대표적인 두 가지 남성질환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유일한 치료제의 혁신도 이뤘다. 이에 대해 한국릴리 관계자는 “시알리스는 출시 이후 지난 10년간, 매번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시하며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의 트렌드를 선도해왔다”고 말했다.
매일 복용하는 발기부전 치료제 더 성장할 것
최근에는 발기부전을 단순한 성 문제만이 아닌 만성질환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어 매일 복용법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저용량이기 때문에 부작용도 더 적다. 시알리스 매일복용법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알리스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트렌드는 유럽, 남미 등 해외에서 앞서 나타났다. 매일복용법의 성장으로 시알리스가 글로벌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알리스는 2002년 세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 3,900만 명의 환자에게 처방되며 미국계제약사 릴리의 성장을 이끄는 주요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우리나라에 출시된 매일복용법은 ‘시알리스 5mg’과 국내사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50mg’ 두 가지뿐이다. 이 중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시알리스 5mg가 유일하다.
제약업계에서는 시알리스와 같이 저용량 발기부전 치료제에 전립선비대증 적응증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도 전립선비대증 적응증에 대한 미국 3상 임상을 완료했으며, 한미약품의 팔팔정도 전립선비대증 적응증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임상을 계획 중에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필름형 제형, 물없이 먹는 제형 등 먹기 편한 형태의 발기부전치료제를 내놓는 등 제품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내 놓은 복제약 중에서는 지난해 5월 출시된 한미약품의 ‘팔팔’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팔팔은 지난 3월에 매출 8억6,864만원으로 비아그라(8억4,660억원)를 제치고 시알리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특히 팔팔은 지난 5월 판매량이 42만1,423정으로 시알리스(22만5,714정)와 비아그라(7만7,854정)을 압도했다. 지금도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팔팔의 성공요인으로 ▲기억하기 쉬우면서 차별화된 제품명 ▲50mg중심의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약값 ▲다양한 용량과 규격으로 환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처방지원 등 고객지향 전략을 꼽고 있다.
비아그라의 매출을 회복시키기 위한 화이자제약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화이자제약은 법적 대응을 통해 비아그라의 가치를 최대한 지키려고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푸른색 다이아몬드 알약‘ 디자인을 놓고 '비아그라‘와 한미약품의 '팔팔정‘ 간에 벌어진 디자인 분쟁 항소심에서 화이자제약이 승소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민사5부는 지난달 17일 한국화이자제약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디자인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비아그라 다자인이 특정 상품이라고 연상시킬 만큼 많이 알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줬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비아그라의 알약 모양과 푸른색상 관련 입체상표권을 인정하면서 "한미약품이 비아그라와 유사한 형태로 팔팔정을 생산해 판매한 것은 상표권 침해이자 부당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한미약품은 즉각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미약품 측은 "푸른색 다이아몬드 알약은 의약품에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관용적인 형태인데다, 소비자가 디자인을 보고 직접 선택이 불가능한 전문의약품에 대해 상표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사간 디자인 분쟁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가름 나게 됐다.
또한 화이자제약은 올해 초 비아그라의 필름형 제형인‘비아그라 엘’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출시하기도 했다. 화이자제약 관계자는 “비아그라는 가장 많은 처방 경험을 축적하며 전세계에서 19억정 이상이 판매됐다”며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을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함은 물론 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등 사회문화 전반에 대해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막이 올랐다. 비아그라 특허 만료 이후 격동의 전장이 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있다.
발기부전이란?
발기부전은 가장 흔한 남성의 성기능 이상이다. 지속적인 발기상태가 유지되지 않거나 발기 시 만족할 만한 성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발기부전으로 정의한다. 발기부전은 이미 가지고 있던 기저질환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일 수도 있기 때문에 기저질환을 치료함으로써 발기부전의 진행을 예방할 수도 있다. 발기부전은 40세 이후부터 발병률이 더욱 높아진다. 전 세계적으로 1억 5,000만 명의 남성들이 발기부전으로 성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기대 수명이 늘어나 앞으로 25년 후에는 발기부전의 유병 기간 증가와 함께 발기부전 환자의 수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기부전을 예방하는 6가지 생활수칙
1.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라.
2. 짜게 먹는 것은 금물. 늘 식이요법에 신경 써라.
3. 발기부전의 최대 적인 당뇨에 주의하라.
4. 스트레스를 피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라.
5. 검증되지 않은 정력제와 치료제의 유혹에 현혹되지 마라.
6. 성생활이 원활하지 못하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