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범죄자 소셜 네트워킹

경찰 체포기록을 분석, 갱단 조직원들의 사회적 관계를 파악한다.

갱들의 싸움이 끊이지 않는 미국 시카고의 사우스 사이드 지역. 상대편 조직에 대한 총격이 이뤄지면 곧바로 더욱 강도 높은 보복이 자행된다. 작년 9월에도 공원에서 조직원 1명이 총격을 받자 1시간 뒤에 동료 갱들과 함께 공원 농구장에 나타나 보복 총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3살짜리 아동을 포함해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보통 갱들의 범죄는 무작위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영역 다툼이나 지역적·문화적·사회적 관계에서 촉발된 개인 간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된다. 즉 갱단 조직원들 사이의 과거관계를 알아낸다면 그들이 앞으로 벌일 범죄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점에 착안해 이미 미국의 일부 경찰서에선 페이스북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감시, 제한적으로나마 범죄 예상 지점을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카고 경찰당국이 도입한 소프트웨어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경찰의 체포 기록을 바탕으로 범죄자들의 연관관계를 시각 데이터로 변환해준다. 범죄자들의 소셜 네트워킹을 매핑해주는 셈이다. 향후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경찰들은 각 범죄자의 친구와 적을 신속히 가려내는 것은 물론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장소를 특정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개발자는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의 파울로 샤카리안 교수다. 그의 원래 목표는 해외 테러리스트들의 네트워크 분석이었다.

“아직 본격 활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필드테스트를 거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지난 2012년 시카고 경찰국 소속 존 버테토가 샤카리안 교수의 논문을 보고 연락을 취해왔다.

“저희 소프트웨어가 범죄 분야에도 효과가 있을지를 묻더군요. 그래서 연구팀을 꾸려 답을 찾아 나섰죠.”


이렇게 샤카리안 교수팀은 ‘조직·관계·접점 분석기(ORCA)’를 개발했다. ORCA는 체계적이지 않은 데이터로 사람이 직접 분석하려면 최소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릴 연관관계 분석을 몇 초 만에 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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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작년 여름 연구팀은 시카고 경찰국을 찾아가 ORCA의 능력을 입증했다. 특정 지역을 정해 그곳에서 3년간 발생한 체포 기록 5,418건을 분석한 뒤 연루된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시각 자료로 변환하고, 개인별 보고서까지 작성한 것. 시카고 경찰국의 데브라 커비 국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정확성 검증을 위해 모든 체포 기록을 익명으로 제공했지만 ORCA의 분석 결과는 저희가 파악하고 있던 범죄자들 사이의 실제 관계와 거의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ORCA가 관계를 파악하는 첫 단계는 함께 체포된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체포기록이야 말로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함께 있었음을 알려주는 가장 객관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이들 중 갱단 조직원을 분류하고, 각 조직원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갱단으로 분류되지 않은 주변사람들이 실제로는 갱단일 확률을 숫자로 표시한다.

특히 ORCA는 각 관계 속에서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을 구분해준다. 덕분에 특정 지역에서 누가 두목이고, 중간보스며, 행동대원인지를 식별할 수 있다. 모든 그룹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을 골라내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연구팀은 ORCA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올해 다시 시카고에서 필드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에는 지리적 데이터나 정보원들로부터 얻은 자료까지 ORCA에 통합할 계획이다. 샤카리안 교수에 의하면 ORCA 개발에는 펜타곤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한 이탈리아 연구팀이 마피아와의 전쟁에 ORCA를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고 한다.





[OUTPUT]
범죄자 매핑 서비스

ORCA는 경찰의 체포 기록 데이터를 범죄자 간 소셜 네트워킹 데이터로 변환한다. 우측의 시각 데이터는 한 갱단의 관계도로 각 원이 조직원 1명을 의미한다. 체포된 횟수가 많을수록 원이 크며, 두 원을 연결한 실선은 함께 체포당한 적이 있음을 뜻한다. 또한 ORCA가 추정한 조직 내에서의 계급에 따라 동그라미의 색이 다르게 표시된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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