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이원조 DLA PIPER 한국총괄대표

로펌은 기업 경영의 동반자 글로벌 원스톱 서비스가 강점

또 하나의 빗장 풀린 법률시장 국내외 로펌들 진검승부 나섰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약에 따라 법률시장이 2014년 개방 2단계에 진입한다. 2017년 법률시장 완전개방을 3년 앞두고 또하나의 빗장이 풀리는 셈이다. 현재까지 국내에 진출한 외국법자문사는 18개이며 대부분 글로벌 대형 로펌의 브랜치 형태로 진출해 있다. 현재 외국법자문사는 국내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 법률 서비스와 국내 로펌과의 공동 수임 만 가능하다. 하지만 2017년이 되면 국내 로펌들과 시장을 놓고 완전경쟁에 들어간다. 글로벌 로펌들과 토종로펌들은 시장 2단계 개방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세계 최대 법률회사인 DLA PIPER는 2012년 매출이 24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로 전세계 33개국 78개 사무소에 4,200여 명의 소속 변호사가 포진해 있다. 이 회사의 글로벌 총 매출은 한국 법률시장 전체 매출액과 맞먹는다. 이 회사는 2017년 한국 법률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2013년 1월, 서울 중구 을지로에 한국사무소를 개설했다. 이원조 DLA PIPER 한국 총괄대표는 “한국 사무소의 역할에 대해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위한 서비스”라며 “시장 개방은 한국 로펌과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DLA PIPER의 시장전략으로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꼽았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김태환 포토그래퍼 www.circus-studio.net


Q. 현재 한국시장에 18개의 외국법자문사가 진출해 있는데, 시장개방을 앞두고 더 많은 해외 로펌들이 진출할 예정이다. DLA PIPER는 어떻게 한국시장을 공략할 계획인가?

A: DLA PIPER는 기업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글로벌 플랫폼이 최고의 강점이자 기본 전략이다. 일을 하다 보면 클라이언트가 제일 먼저 묻는 것이 어느 지역에 사무소가 있냐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거의 대부분의 주요 지역에 DLA PIPER 사무소가 포진해 있다. 기업들 입장에선 굳이 출장을 가지 않고도 DLA PIPER한국 사무소를 통해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 DLA PIPER는 매년 60명을 선발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통해 매니지먼트와 리더십 함양 등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또 각지에 흩어져 있는 DLA PIPER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네트워크를 교류하며 멤버십을 강화한다. 이런 결과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로펌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에선 한 달에 한 번 인하우스 카운슬러를 대상으로 DLA PIPER 세미나를 개최한다. 회원은 900명 정도고 지적 소유권을 비롯한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계속 교류를 하고 있다. 완전 개방을 기다리며 한국 비즈니스의 네트워크를 쌓는 시기라고 보면 된다.


Q. 국내 로펌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할 계획인가?

A: 대화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법자문사는 이른바 ‘친한파’이다. 앞으로 한국 로펌과 손잡고 일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지금도 상당수 일을 한국 로펌에 의뢰하고 있다. 또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많을 텐데 DLA PIPER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 더욱 활발한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


Q.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외국계가 국내 중소형 로펌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국내 대형 로펌과 경쟁하는 구도를 갖출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A: 중소형 로펌과 합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글로벌기업은 일반적으로 로컬 중소형사와 합병하지 않는다. 다만 교류를 통해 노하우를 배우는 방안은 다양하게 모색하고 한다. 한국 로펌들이 사시로 바라보지 말고 선의의 경쟁자로 생각해 줬으면 한다.


Q. DLA PIPER는 매출이나 규모 면에서 세계 1위이다. 특화된 강점을 소개해 달라.

A: DLA PIPER의 거대한 네트워크는 하나의 종합병원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호주의 기업이 의뢰하면 호주 사무소뿐 아니라 전 세계 78개 사무소 4,200명 중에서 호주 관련 전문가, 해당 비즈니스 전문가, 해당 국가들의 법 전문가 등이 합류해 팀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DLA PIPER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글로벌 리딩 비즈니스 로펌 그리고 트러스트 비즈 어드바이즈 로펌이다. 단순 법률 서비스가 아니라 경영의 동반자라는 의미이다. 서울에서도 한국 기업들과 이런 관계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또 DLA PIPER는 소송, 중재, 프로젝트, 지적소유권 등 섹터를 분할 한 후 산업별로 변호사들끼리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세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Q. 국내 로펌과 인재 스카우트전이 예상되는데?

A: 그렇다. 서비스에선 사람이 우선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변호사를 뽑을 수 없으니 답답하다. 다른 로펌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당장 시장이 열리더라도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진 못하겠지만 인재에 대한 욕심은 언제나 가지고 있고 주목하고 있다. 인재에 대한 니즈는 각 사의 경쟁이라기 보다는 법률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Q. 국내 로펌과 상생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A: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미국의 FATCA(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ㆍ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이다. 미국의 과세 대상자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 계좌 정보를 한국 금융기관들이 미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했다. 한국의 메이저 로펌과 손을 잡고 14개 은행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경우 국내법과 미국법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 로펌과 함께 새로 바뀐 미국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협업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외국법자문사가 한국에 들어와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로펌과 손잡아야 할 일이 많다. 이런 부분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경쟁 할 수도 있지만 결국 한국 로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올 것이고, 한국 로펌 역시 도움을 받을 사안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Q. DLA PIPER가 한국 시장에서 한국 로펌에 비해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

A: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어떤 나라라도 출장 가지 않고 24시간 내에 데스크에서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이런 점이 기업에는 당연히 이득이다. 경쟁체제에서 트렉레코드도 중요하지만 비용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용이 많이 드는 IP 소송과 중재의 경우가 그렇다. 한국기업들이 해외 소송을 진행할 경우 코스트를 콘트롤 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사무소에서 해외의 로펌과 연계해 코스트를 콘트롤 하며 진행할 수 있다. 이점은 기업의 입장에서 앞으로 상당히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다.


Q. 변호사 수 증가와 로펌의 수익성 저하는 한국 법률 시장의 공통 관심사이다.

A: 한국 시장에만 머물지 말고 세계로 나가야 한다. 한국 변호사들은 그정도 수준이 충분하다. 올 여름에 처음으로 인턴제를 시행해 봤는데 실력뿐 아니라 언어도 탁월해 깜짝 놀랐다. 인턴제는 25개 로스쿨을 대상으로 4명을 뽑아 한 달 시행했다. 젊은 학생들에게 넓고 다양한 뷰를 제공한다는 차원이었는데 만족스러웠다. 충분히 브레인 파워가 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 국한해서 생각하지 말고 글로벌 시장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Q. 일본이나 독일 등 우리보다 앞서 법률 시장을 개방한 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을까?

A: 일본의 경우 탑10 중 8개가 토종 로펌이다. 독일은 자세히 모르겠다. 일단 5년간 DLA PIPER 일본 사무소에 있으면서 느낀 점은 일본의 토종 로펌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또 시장 변동이 크지 않은 것은 일본 특유의 멘탈리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한 번 거래를 하면 정말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바꾸지 않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법률개방이 국내시장에 큰 변동이나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로펌과 협업을 통해 해외 진출을 하고 시장 파이를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외국법자문사에 근무하지만 한국기업과 일했던 좋은 기억이 있을텐데.

A: 기아자동차의 미 공장 설립 당시 Alabama주와 Georgia주를 경합시켜 12억 달러 투자액 중 4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받아 낸 일이 기억에 남는다. 미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기업 중 역사상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받은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결국 인구 2,000명의 미국 남부 Georgia주 WestPoint라는 시골 도시에 공장을 설립했고 3,000명의 직원이 일하게 됐고 협력사까지 합치면 6,000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Thank God! KIA”라고 푯말을 내걸 정도로 반겼다. 한국 기업의 거대한 공장이 미국에 선다는 것이 큰 보람이었고 일조했다는 기쁨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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