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4륜구동 혈통을 간직한 프리미엄SUV의 선구자 그랜드체로키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한층 고급스럽고 똑똑해졌다. 더 매끈해진 달리기 성능에 첨단 안전장치를 아낌없이 장착했다. 그럼에도 험로를 달리는 강인함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그랜드체로키는 1992년 7월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지프가 지닌 오프로더 본능은 유지하면서 온로드 성능까지 강화한 첫 프리미엄SUV였다. 그랜드체로키는 곧바로 맏형 자리를 꿰찼다. 덩치도 가장 크고 이것 저것 다양한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능력도 맏형다웠다. 몸값도 가장 비쌌다.
‘더 뉴 그랜드체로키’는 2011년 선보인 4세대 그랜드체로키를 부분 변경한 모델로 2013년 말 데뷔했다. 국내에서는 리미티드 3.0 디젤(6,890만 원), 오버랜드 3.6 가솔린(6,990만 원), 오버랜드 3.0 디젤(7,490만 원), 서미트 3.0 디젤(7,790만 원) 등 4가지 트림을 출시했다. 4세대에서 선보인 엔트리급 라레도 트림은 제외했다.
가자가 탄 시승차는 오버랜드 3.0 디젤이다. 더 뉴 그랜드체로키 주력 판매 모델이다. 실제 주행성능과 관련한 기능은 최고급 트림인 서미트 3.0 디젤과 동일하다. 서미트 3.0 디젤은 스웨이드로 천장을 마감하고 최고급 가죽시트를 장착한다. 조향각에 따라 전조등이 움직이는 바이제논 HID헤드램프와 하만카돈 19스피커 사운드 시스템도 따라 붙는다.
더 고급스러워진 그랜드체로키
더 뉴 그랜드체로키 오버랜드 3.0 디젤 앞에 서 보았다. 존재감이 대단했다. 당당하다 못해 위압적이다. 전장 4,825mm, 전폭1,935mm, 전고 1,765mm에 달하는 위풍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아 그랜드카니발(전장 5,130mm 전폭 1,985mm, 전고 1,780mm)과 비교해 보면 덩치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더 뉴 그랜드체로키는 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풀체인지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변화를 주었다. 외형에서 가장 많이 바뀐 곳은 전면부다. 지프 가문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7슬롯 라디에이터 그릴을 세련되게 가다듬었다. 직사각형 7개가 수직으로 배치된 그릴은 길이와 폭이 줄면서 납작해진 헤드라이트와 조화를 이뤘다.
높이 솟은 앞 범퍼 양쪽에는 안개등을 넣었다. 범퍼 아래 거대한 공기 흡입구는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다. 범퍼 윗부분은 도시 감성에 걸맞은 세련미로 포장했지만 아래는 강력한 오프로더임을 그대로 드러내는 디자인이다.
차체 측면 디자인은 직전 모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정한 직선과 불룩 솟은 사다리꼴 휠 하우스는 여전히 자신이 지프임을 말하고 있다. 후방 램프는 최근 유행하는 면발광 LED를 사용했다. 양쪽 후방 램프 사이를 길게 가로질렀던 크롬 장식은 없애고 스포일러와 듀얼 머플러로 고성능 이미지를 표현했다.
두툼하고 묵직한 문을 열고 실내를 살펴봤다. 간결하지만 고급스러웠다. 곳곳을 가죽과 나무로 치장하고 간접조명을 달았다. 자신이 프리미엄 SUV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가상 그래픽으로 처리한 계기반엔 7인치 LCD창을 달았다. 여기에 각종 주행정보 정보를 띄운다. 센터페시아엔 8.4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자리잡고 있다. 오디오, 공조, 차량 설정 등을 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오디오는 알파인에서 만든 9스피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달았다.
실내 공간 또한 여유롭다. 천장에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달아 시원한 개방감까지 선사한다. 앞뒤 좌석 폭과 무릎 공간도 충분하다. 앞좌석은 통풍과 열선, 운전자세 기억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에 대한 배려도 뛰어나다. 열선 기능은 물론 등받이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457리터로 5인승 SUV 가운데 가장 넉넉해 보인다. 뒷좌석을 접으면 1,554리터끼지 확장할 수 있다. 트렁크 문은 당연히 전동식으로 작동한다.
매끈해진 주행성능
엔진 시동 버튼을 눌러 V6 3리터 터보 디젤엔진을 깨웠다. 소리가 우렁차다. 엔진은 최고출력 241마력(4,000rpm)에 토크 56kg·m(1,800rpm)을 낸다. 여기에 독일 ZF사에서 만든 8단 전자식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SUV인 만큼 초기 반응이 빠른 세팅은 아니다. 공차 중량이 2.4톤인 녀석을 움직이려면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줘야 한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든 동작에서 힘이 넘친다. 실용 영역대에서 발휘되는 토크가 큰 만큼 시내 주행이나 추월 가속 시 스트레스가 적다.
더 뉴 그랜드체로키는 시내 주행에서 안전운전을 돕는 장치도 빠짐없이 실었다. 오토브레이크 기능과 결합한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주행 중 옆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것보다 먼저 계기반에 커다란 ‘브레이크 BRAKE’ 문자가 붉은색으로 점멸하면서 자동으로 차를 강하게 멈춰세웠다. 운전자보다 반응 속도가 빨랐고 브레이크 답력도 훨씬 셌다.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시키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오토브레이크 기능이 연동되어 있었다. 사이드미러에 표시되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은 차선 변경 시 불편함과 스트레스를 줄여 주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본격적으로 채찍을 가했다. 주체 못할 정도로 폭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지만 꾸준하게 힘을 뽑아냈다. 비교적 손쉽게 원하는 속도에 도달했다. 시속 100km에서 유지되는 엔진회전수는 1,700 근방이다. 기어가 8단에 물려 항속주행에 들어간 상태다. 엔진 소음을 최소화하고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1.7km이다. 공차 중량이 2.4톤인 걸 감안하면 크게 아쉽지 않은 수치다.
직진 고속주행은 매우 안정적이다. 힐끗 본 계기반에 ‘에어로 Aero’ 표시가 떠 있다. 새롭게 적용된 에코 모드 시스템이다. 시속 84~90km로 정속 주행하거나 시속 90km이상 속도로 주행할 경우 에어서스펜션을 고속주행 모드로 바꿔준다. 차체를 낮추고 서스펜션이 단단해진다. 고속주행 중 코너링 움직임에서 무겁고 차체가 높은 SUV 특성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차체가 크게 뒤뚱대지는 않지만 무게 중심이 낮은 세단에 익숙한 운전자들이라면 살짝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승차감은 매우 부드럽다. 안락한 승차감은 에어서스펜션 덕분이다. 단순히 온로드만을 위해 마련한 장치는 아니다. 바퀴 네 개에 달린 에어서스펜션은 버튼 조작으로 지상고를 아래로 41mm 내리거나, 위로 56mm까지 올릴 수 있다. 험로에100km에서 유지되는 엔진회전수는 1,700 근방이다. 기어가 8단에 물려 항속주행에 들어간 상태다. 엔진 소음을 최소화하고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1.7km이다. 공차 중량이 2.4톤인 걸 감안하면 크게 아쉽지 않은 수치다.
직진 고속주행은 매우 안정적이다. 힐끗 본 계기반에 ‘에어로 Aero’ 표시가 떠 있다. 새롭게 적용된 에코 모드 시스템이다. 시속 84~90km로 정속 주행하거나 시속 90km이상 속도로 주행할 경우 에어서스펜션을 고속주행 모드로 바꿔준다. 차체를 낮추고 서스펜션이 단단해진다. 고속주행 중 코너링 움직임에서 무겁고 차체가 높은 SUV 특성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차체가 크게 뒤뚱대지는 않지만 무게 중심이 낮은 세단에 익숙한 운전자들이라면 살짝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승차감은 매우 부드럽다. 안락한 승차감은 에어서스펜션 덕분이다. 단순히 온로드만을 위해 마련한 장치는 아니다. 바퀴 네 개에 달린 에어서스펜션은 버튼 조작으로 지상고를 아래로 41mm 내리거나, 위로 56mm까지 올릴 수 있다. 험로에선 차고를 올려 오프로드 돌파를 돕고 차체를 낮추면 승하차를 편하게 할 수 있다.
믿음직한 오프로드 성능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강원도 횡계로 방향을 잡았다. 고랭지 배추 농사로 유명한 안반덕으로 가는 길이다. 눈 덮인 안반덕 능선을 따라 서 있는 풍력발전기를 보려면 구불구불한 임도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거친 구덩이와 눈이 쌓인 언덕길을 오를 때 더 뉴 그랜드체로키는 제 실력을 발휘했다. 조금 미끌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잠시, 금세 자세를 바로 잡았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움직여주는 믿음직함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SUV에 관심을 두고 있다. 큰 차체에 넉넉한 짐을 실을 수 있어 SUV가 길거리에 넘쳐난다. 하지만 무늬만 SUV인 차량들이 반 이상이다. SUV의 뿌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오프로드를 달릴 수 없는 SUV는 ‘100% 오렌지 주스’가 아닌 ‘오렌지 맛’ 주스와 다를 바 없다.
더 뉴 그랜드체로키는 오프로더가 지녀야 할 성능을 빼먹지 않고 있다. 시승차량은 속도와 관계없이 구동력을 제어하는 쿼드라 드라이브 II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쿼드라 드라이브 II는 전자제어식 슬립 디퍼런셜을 적용해 주행 상황에 따라 전후륜뿐만 아니라 좌우로도 토크를 배분한다. 한쪽 휠에 토크를 100% 전달할 수도 있다. 어느 한 쪽 바퀴에만 마찰력이 작용해도 충분히 차체를 끌고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험로 주행에 자신이 없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어박스 아래에 있는 셀렉 터레인 버튼(모래, 진흙, 눈, 바위, 자동)을 누르면 도로 상황에 맞게 파워트레인, 에어서스펜션, 브레이크를 전자식으로 조절해 최적의 접지력을 유지해준다.
트레일러 진동 제어 시스템을 달고 있는 더 뉴 그랜드체로키는 3.35톤을 끌 수 있는 견인능력도 가지고 있다. 비가 쏟아지거나 도랑을 건널 때 젖어 있는 브레이크를 말려주는 레인 브레이크 서포트 시스템도 달려 있다. 더 뉴 그랜드체로키는 자신이 진정한 SUV라는 걸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
SUV의 역사는 지프의 역사와 함께한다. SUV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 우리는 네 바퀴 굴림에 우락부락 각진 차체를 가진 차들을 모두 ‘찝차’라고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의 발이 되어 준 ‘윌리스 MB’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찝차’의 원형이다. 1940년 미 육군 군수위원회는 네 바퀴를 굴려 어떤 길에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고 군인을 최소 3명 탑승시킬 수 있는 작전 차량(General Purpose Vehicle)을 개발하기로 했다.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만족시킨 업체는 윌리스 오버랜드였다. 윌리스 오버랜드는 전쟁이 끝난 뒤 군용 지프인 ‘윌리스 MB’를 민수용으로 전환하고 1950년 ‘JEEP’를 상표로 등록했다. 이후 여러 차례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1987년 크라이슬러가 지프 브랜드를 인수했다. 그랜드체로키는 지프가 크라이슬러 산하에서 생산한 첫 번째 모델이었다.
지난해 파블로 로쏘 크라이슬러 코리아 대표는 더 뉴 그랜드체로키 출시 현장에서 “굳이 꼽자면 BMW X5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폭스바겐 투아렉이 더 뉴 그랜드 체로키의 경쟁자”라고 말했다. 지난해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전년대비 20%의 성장률을 보였고, 이를 이끈 건 바로 지프였다. 그 중에서도 그랜드체로키는 판매 성장세 24%를 보이며 지프뿐만 아니라 크라이슬러코리아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프는 더 뉴 그랜드 체로키의 목표 판매량을 연간 1,600대로 잡고 있다.
사실 지프만한 브랜드도 없다. 4륜구동 분야만 매진한 결과 확실한 브랜드 파워를 굳힐 수 있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성능을 감안하면 가격도 현실적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4륜구동 SUV가 그림의 떡인 사람들에게 지프는 실현 가능한 가격표를 제시하고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지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한 가지 불만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실제로 내비게이션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소비자를 위해 미국 본사에서 직접 개발했다는 설명에 내심 기대했지만 주소와 명칭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검색창에 지번이나 길이름을 끝까지 입력할 수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어떻게 이 상태로 개발 완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차량 성능과 무관하게 더 뉴 그랜드체로키 명성에 흠을 내고 있는 내비게이션은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