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IT서비스 업계는 시장 매출 1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빅3’의 거침없는 성장세에 이상 조짐이 감지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대기업의 공공 정보화 사업 참여를 전면 제한하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 발표가 신호탄이었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 핵심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역시 빅3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IT서비스 업계 ‘빅3’는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빅3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성장의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국내 IT서비스 빅3의 올 사업전략을 살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올해 혁신과 변화를 통해 제2의 비상을 꿈꾸는 IT서비스업계의 발걸음이 연초부터 분주하다. 신성장 동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내부 역량 결집에 나선 것이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직 구성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정으로 꼽힌다. 특히 핵심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수장들의 리더십 역시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IT서비스 업계 빅3는 사업 조직 확충 및 조정을 완료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조아래 사업 비중을 고려한 조직개편이었다.
업계 1위 삼성SDS는 가장 큰 변화를 맞이했다. 삼성SDS는 지난해 12월 삼성SNS를 합병해 통합 법인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삼성SNS는 통신망 및 홈 네트워크 구축, 교통솔루션 공급 등을 사업영역으로 하는 통신 인프라 전문기업으로 2012년 매출액은 5,124억 원이다. 이에 따라 삼성SDS 통합법인은 삼성SDS매출액 6조1,059억 원에 SNS 매출을 합해 7조원에 육박하는 회사가 됐다.
업계에서는 양사 합병의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의 IT서비스 운영 역량과 삼성SNS 통신망 기술력의 결합은 통합법인의 글로벌 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SDS는 해외 스마트타운, 스마트 매뉴팩처링(SM) 부문을 글로벌 사업의 핵심으로 삼아 외연을 넓히고 있다.
두 가지 사업 모두 통신망 운영이 필수인 만큼 사업 추진 및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 SDS의 주력 시장인 중동 지역은 아직 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삼성SNS가 보유한 통신인프라 설계 및 구축 기술이 지원된다면 사업전개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
외적인 변화뿐 아니라 내부 조직 개편도 마무리했다. 삼성SDS는 지난해 7월 국내 사업의 주축이었던 금융과 공공사업 조직을 해체했다. 이 같은 개편은 국내 공공 및 금융 IT사업에서 완전 철수하겠다는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 같은 결정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비록 정부의 규제로 사실상 공공사업 참여가 가로막힌 상황이었지만, 아예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예상 밖이었다. 특히 경쟁사인 LG CNS와 SK C&C가 국내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기에 향후 국내 시장 판도의 변화를 예상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삼성SDS의 이번 결정이 기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스마트타운,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쌓아온 만큼, 해외시장에 집중할 적기로 판단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밖에 삼성SDS는 조직개편을 통해 IT서비스 사업부문을 스마트타운과 스마트 매뉴팩처링, 스마트 컨버전스, 스마트 시큐리티, 스마트 로지스틱스, ICT아웃소싱으로 재편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변화는 바로 전동수 신임 대표의 취임이다. 고순동 대표에 이어 삼성 SDS 수장에 오른 전동수 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출신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핵심 인물로 평가받는다. 삼성그룹 측도 전 대표의 선임에 대해 “삼성전자의 혁신 DNA를 기반으로 삼성SDS를 글로벌 토털 IT서비스 기업으로 성장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물론 전 대표가 IT서비스나 소프트웨어 관련 경력이 없다는 점은 옥에 티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인 만큼, 공격적 해외 사업을 펼칠 적임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전 대표의 경력 역시 삼성SDS의 비전인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 ICT서비스 기업’과도 일맥상통한다.
LG CNS 조직개편의 핵심은 공공사업 부문 축소다. 공공사업 규제에 따른 대기업 참여 제한조치에 따른 대응책이다. LG CNS는 공공 스마트그린테크놀로지(SGT)사업본부 산하의 공공 1, 2 사업부를 공공사업부로 통합했다. 반면 하이테크사업본부, 금융·통신사업본부, 솔루션사업본부는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된다. LG CNS 김대훈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2010년 LG CNS 수장에 취임한 김 대표는 이후 3년간 두 배가량의 매출 신장을 이끌어 냈다. LG CNS는 김 대표의 연임으로 기존에 추진해오던 스마트그린과 스마트교통 등의 사업 역량 강화 전략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SK C&C의 조직개편도 앞선 두 개 업체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다. 우선 공공 사업분야 담당 조직을 하나로 묶어 효율성 제고에 나섰다. SK C&C는 IT시스템 유지보수·아웃소싱담당 조직과 시스템통합(SI) 조직을 통합한 ‘IT서비스사업’조직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공공, 금융, 제조, 유통 등 국내 모든 IT서비스 관련 사업은 IT서비스사업에서 담당하게 됐다.
이 같은 개편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 C&C는 글로벌 ICT사업부문을 해외정부(공공), 금융, 제조 등 분야별로 세분화해 적극적인 공략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통해 해외 공공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민간 기업의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 방침이다. 정철길 SK C&C 대표의 연임은 확정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고순동 대표와 김대훈 대표의 거취가 결정된 상황에서 정 대표의 연임여부도 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다.
성장의 열쇠, 해외에서 찾는다
각 사의 올해 화두는 역시 ‘글로벌’이다. 사실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빅3 모두 이전부터 해외사업에 집중해왔다. 이 같은 행보는 연초 발표된 신년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동수 삼성SDS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행보와 이를 위한 전략 마련을 강조했다. “그리스 신화 속 트로이의 목마는 10년간 끌어온 트로이 전쟁을 종식하고 지중해의 역사를 바꿨다. 몽골의 영웅 칭기즈칸이 몽골초원에 설치한 역참은 정보 고속도로(Information Highway) 역할을 하며 대제국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말의 해를 맞아 트로이의 말, 칭기즈칸의 말처럼 글로벌로 질주하기 위해 전략, 프로세스, 조직문화를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
삼성SDS는 지난해 초 미주총괄, 중국·아시아총괄, 유럽·중동총괄 등 국외총괄을 만들며 글로벌 사업 추진 조직 체계를 정비했다. 또 중국, 인도에 글로벌 IT개발센터를 설립하고 현지 소프트웨어(SW)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해외 인재가 필수라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삼성SDS가 중국 및 중동을 거점으로 스마트타운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인력과 현지 개발센터가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 CNS 역시 글로벌 사업에 집중한다. 김 대표의 연임으로 지속적 사업전개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지난 2010년 내건 ‘비전 2020’의 달성에 속도를 낼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대훈 대표는 지난달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서울호텔에서 열린 ‘2014 리더 멜트인(Melt-in)’ 행사에 참석해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천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올해는 글로벌 기업 LG CNS의 새 역사를 써야 한다”며 “연초부터 해외사업 수주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된다. 지난해 영국 런던 교통국에서 발주한 1조 6,000억 원 규모 ‘스마트 대중교통 요금 지불 시스템’ 프로젝트의 최종 사업자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LG CNS는 현재 해당 사업의 적합성 심사를 통과해 미국·독일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도 테르나와의 컨소시엄으로 약 1,000억원 규모의 아테네 ‘e-티케팅’ 사업 입찰에 참여, 사업자 선정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시장의 불황과 해외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위기상황에서 모든 리더가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사업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자체 솔루션이 모두 준비된 만큼 올해는 해외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일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IT서비스 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른 ‘탈 IT’ 사업에도 나선다. 우선 최근 인수한 무인헬기 전문기업 원신스카이텍을 통해 무인헬기 토털 솔루션 해외사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본격 시작한 전기차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이미 LG CNS는 지난해 5월부터 IT시스템을 기반으로 필요한 시간만큼 자동차를 빌려 쓸 수 있는 ‘전기차 셰어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시작 7개월 만에 총 50곳의 시티존(전기차 대여 장소)을 확보했다. 이는 서비스 초기보다 85% 증가한 것이다.
이 밖에 러시아에서는 현지 업체와 함께 오는 2020년까지 총 500MW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1조8,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SK C&C는 빅3 가운데 해외사업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까지 SK C&C가 해외사업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총 1,234억 원. 이는 2012년 전체 글로벌 매출액 1,125억 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사상 최대 글로벌 실적 달성이라는 결과를 얻어낼 만큼 SK C&C의 해외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특히 중국·유럽·미국 등 기존 시장이 아닌 신흥 시장을 기반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SK C&C는 투르크메니스탄, 몽골, 방글라데시 등의 공공 시스템 통합(SI)사업을 수주해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1월 400억 원대의 투르크메니스탄 안전도시 구축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8월에는 개인기록·법인정보·재산권정보를 관할하는 몽골 국가등록정보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330억 원 규모의 정부네트워크(BanglaGovNet) 구축 사업을 진행하며 현지 전자정부 시대 개막을 이끌고 있다. 이미 모바일 커머스 사업에서 글로벌 시장 1위의 기술력을 보유 중인 SK C&C는 올해 다양한 신규 사업 확장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탈 IT’전략의 일환으로 합병한 자회사 엔카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온라인 중고차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엔카네트워크 합병은 SK C&C의 사업 다각화 및 신성장 동력 확보의 핵심 전략이다. SK C&C는 현재 중국, 동남아 등에서 파트너사를 발굴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사업 현지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정철길 SK C&C 대표는 “모바일 결제 등에서 최적화된 사업을 수행해 핵심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수익창출의 저변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1~2년 내 가시화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및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성장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