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브라질 월드컵 마케팅 열전] 아디다스·코카콜라

“수십억 잠재 고객을 잡아라”<br>아낌없이 투자하는 글로벌 공룡기업

월드컵 경기장에 선수와 관중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물 밑에서 끊임없이 주판알을 튕기는 기업 마케팅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국기와 함께 월드컵을 후원하는 스포츠 용품의 로고가 새겨지게 마련이다. 관중들 역시 경기장 안팎에서 쉴 새 없이 월드컵 후원사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 월드컵에서 펼쳐지는 기업 마케팅 열전은 또 다른 재밋거리를 선사해준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나이키 추격 노리는 아디다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 월드컵에선 본선 무대에 오른 32개 팀 만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월드컵 특수와 마케팅 효과를 노리며 그라운드 안팎을 누빈다. 월드컵에서 얼마나 기업 이미지가 부각됐느냐에 따라 기업 주가도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역시 업계 1위인 나이키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 4년간 준비한 기술과 마케팅 전략을 브라질 월드컵에 쏟아붓고 있다.

아디다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FIFA 랭킹 1, 2위인 스페인과 독일, 그리고 유력한 우승 후보팀인 아르헨티나 등 총 9개국 대표팀 유니폼에 자사 로고를 달았다.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축구 유니폼과 축구화 시장의 예상 규모는 약 15조 원. 글로벌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나이키(14.6%)와 아디다스(11.4%)에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인 셈이다.

스포츠 용품 기업들은 이 같은 기회를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빠삭하게 꿰뚫고 있다. 때문에 대표팀 유니폼에 자사 로고를 다는 대가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나이키는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에 자사 로고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7년 6개월 동안 4,600억 원을 지원하고, 아디다스는 독일 대표팀에 연 370억 원을 쾌척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도 나이키로부터 2019년까지 매년 75억 원을 지원받기로 되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 시간 내내 자연스럽게 자사 브랜드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순간, 선수의 가슴에 박힌 자사 로고가 전 세계 시청자의 뇌리 속을 파고드는 걸 상상해 보라. 스포츠 브랜드 입장에선 그 어떤 마케팅 효과보다 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응원하는 대표팀 유니폼에 부착된 브랜드는 호감도가 더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아디다스가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9개국 유니폼에 자사의 상징인 ‘삼선 마크’를 부착한 까닭이다.

유니폼 외에도 스포츠 스타 마케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업계는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글로벌 톱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빅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의 성공을 꼽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두 업체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특급스타를 후원하고 있다. 리오넬 메시와 수아레즈 등은 아디다스 유니폼과 축구화를 착용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네이마르 등은 나이키 제품을 이용한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 후원 기업들도 다른 마케팅 성적표를 받게 된다.

월드컵에선 국가 간의 승패도 갈리지만 브랜드 사이에서도 희비가 교차한다. 최근 영업이익 급감을 발표한 아디다스도 이번 월드컵을 반전의 돌파구로 삼으려 하고 있다. 자사가 개발한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포르투갈 어로 브라질 사람이라는 뜻)도 그런 카드 중 하나다. 브라주카는 아디다스가 600명의 선수 테스트를 거쳐 개발한 역사상 가장 정확도가 높은 FIFA 공인구로 알려져 있다. 아디다스는 이번 월드컵을 브라주카와 각종 스포츠용품 판매 확대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SNS 상에서도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나이키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에서 아디다스에 크게 앞서 있지만, 각 사가 후원하는 대표팀 성적, 특히 어떤 팀이 우승하느냐에 따라 판도는 바뀔 수 있다.

코카콜라의 마케팅 전략

스포츠 브랜드가 월드컵 그라운드를 누빈다면 음료와 음식은 응원석과 시청자를 공략한다. 세계인의 손에 들려지기 위해 FIFA공식 스폰서인 코카콜라와 맥도널드는 다채로운 마케팅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우선 코카콜라는 월드컵과 가장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 관람객들에게 음료를 제공하면서 월드컵 마케팅을 시작했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FIFA 월드컵을 후원해 온 가장 오래된 스폰서 기업이기도 하다.

코카콜라는 지난 4월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FIFA 월드컵 트로피’ 공개 행사를 개최하며 월드컵 마케팅 열기에 불을 댕겼다. 코카콜라가 독점으로 진행하는 ‘2014 FIFA 월드컵 트로피 투어’의 한국 행사였다. 코카콜라는 이 공개행사를 통해 자사가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 중 하나인 월드컵을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만방에 알렸다. 코카콜라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모두의 월드컵’이라는 슬로건으로 월드컵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축구 국가대표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소비자들의 응원사진을 모아 모자이크 태극기를 만드는 ‘해피니스 플래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축제 현장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성원할 원정 응원단 모집도 하고있다.

또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행사 제품의 캔 따개와 라벨 뒷면에 10자리 코드를 부여해 즉석에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모든 코카콜라 캔과 병, 패트에 월드컵 로고를 새겨 넣어 지구촌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와 월드컵의 관계를 이미지로 심어줄 예정이다.

코카콜라는 세계에서 사람들이 OK 다음으로 많이 아는 단어다. 매년 발표하는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3위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코카콜라는 마케팅의 교과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월드컵은 역동적이고 짜릿하며 열정적인 코카콜라 브랜드 이미지와 닮아 있다. 하루 6억 잔이 판매되는 코카콜라가 굳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월드컵 이벤트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월드컵은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임과 동시에 기업들에겐 세계 최대의 마케팅 격전장이다. 큰 전쟁일수록 승자에 돌아오는 전리품은 화려한 법이다. 우승국 선수들이 트로피를 힘껏 들어 올릴 때 함께 환호할 기업이 어떤 곳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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