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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장벽 뚫은 대한민국 연구용 원자로

Research Reactor Knocking on Europe

우리나라가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의 국제 경쟁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는 1959년 미국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 원자력 연구를 시작한 지 55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국가로의 기술수출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네덜란드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델프트공대 연구용 원자로 출력증강 및 냉중성자 설비 구축 프로젝트’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계약 협상 과정 중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종 낙찰자로 확정되는데 입찰 전 델프트공대측과 긴밀하게 협의해온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최종 계약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업은 오는 2017년까지 델프트공대에서 운용 중인 연구로의 열 출력을 기존 2㎿에서 3㎿로 증가시키기 위한 시설 개조와 냉중성자 연구설비 구축에 관한 것이다. 계약금액은 1,900만 유로(약 26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상목 미래부 1차관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수출 대상국은 중동·동남아 등지에 한정돼 있었다”며 “이번에 프랑스의 ILL, 독일의 FRM-2 같은 세계 최고 성능의 연구로가 존재하는 유럽지역 수출에 성공하면서 국내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어 “세계적 원자력 기업인 프랑스의 아레바(AREVA)와 독일 누켐(NUKEM), 러시아 니켓(NIEKET) 컨소시엄과의 경합에서 성공했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냉중성자 설비는 미래부 원자력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3년 7월부터 7년여에 걸쳐 396억원을 투입, 국내 최초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에 추가 구축한 모델이 기본이 됐다. 정부차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해외기술을 모태로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확보, 다시 해외에 수출하는 국가 연구개발 투자 선순환 구조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우리나라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최고의 강점으로 하나로 연구로의 자력 설계·운영 능력을 꼽는다. 또한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 추진 과정에서 축적한 풍부한 경험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및 요르단 연구로 건설 사업 수주 등을 통해 입증된 기술력도 결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국내 원자력 산업계는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연구로의 핵심계통 설계와 건설기술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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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23기에 달하는 상용원전 건설 경험으로 축적된 원전 기기 제작사들의 가격경쟁력 역시 비교우위의 요인이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상세 공급범위, 수행체계 등 사업 수행을 위한 제반 사항을 협의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오는 2017년까지 냉중성자 실험시설 구축을 완료하게 된다.

국원자력연구원은 1995년 하나로의 가동을 시작한 이래 연구로 시설 설계연구, 중성자 이용연구 같은 기초·응용연구와 방사성동위원소를 위시한 의료제품 생산 등 연구로 관련 기술력을 쌓아 왔다. 특히 하나로 및 냉중성자 실험시설을 이용하는 중성자 이용연구는 전자부품이나 컴퓨터 칩에 쓰이는 나노소재 원천기술 개발, 난치병 치료용 약물전달 물질 개발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상태다.

미래부는 이번 수출을 계기로 이르면 올하반기에 국제입찰 예정인 네덜란드 연구로 ‘팔라스(PALLAS)’의 건설사업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팔라스 프로젝트는 45㎿급 연구로를 55㎿급으로 대체하는 사업으로서 계약금액이 4∼5억 유로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이와는 별도로 국산 연구로 수출 호조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제르바이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연구로 수출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난해 1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최근까지 꾸준히 타당성 조사를 해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6명의 관계자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직접 방문해 국내 전문가들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사전 워크숍도 가졌다. 아제르바이잔은 한국형 원자로 수출을 논의 중이고, 남아공은 금명간 상용 원전과 연구로 건설 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다.

미래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전 세계 246기의 연구로 중 60%가 40년 이상 경과돼 노후화가 이뤄졌고, 향후 20년 내 신규 및 기존연구로 대체수요가 30~50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수주로 국가 원자력 브랜드 인지도가 제고된 만큼 향후 전 세계 연구로 시장은 물론 상용원전 수출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3위 현재 전 세계에서 냉중성자 연구시설을 가동 중인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 미국, 독일, 호주, 일본, 러시아, 헝가리 등 8개국뿐이다. 하나로의 연구시설은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권으로 평가된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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