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벤처인 Talk! Talk!] 백주흠 스투비플래너 대표

[VENTURE] “스마트한 SNS 정보 공유로 상상 속 여행을 현실로 만들겠다”

여름은 휴가의 계절이다. 여행객들은 뜨거운 태양을 피해 바다로, 산으로, 국내로, 해외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보다 안락한 여행을 즐기려면 꼼꼼한 사전 계획은 필수다. 더 다양하고 스마트한 정보를 확보해야 팔·다리 고생도 덜하고 먹거리·볼거리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때문에 최근 스마트한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여행 플랫폼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오픈한 여행 정보 플랫폼 ‘스투비플래너’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기능이 탑재된 서비스를 제공해 각광을 받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백주흠 스투비플래너 대표를 만나 여행 정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한평화 info@studiomuse.kr


여행은 도전이다. 일상으로의 탈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여행을 가기 위해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여행 계획을 세우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모든 일정을 혼자서 준비해야 하는 배낭여행을 갈 땐 확실한 계획이 필수적이다.

지난 6월 말, 경기도 평촌에 위치한 스투비플래너 본사에서 만난 백주흠 대표는 이 같은 배낭여행객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행에 있어 계획은 필수입니다. 특히 원하는 것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 여행가들에게 계획 세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들을 위해 만든 서비스가 바로 스투비플래너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길을 찾다

스투비플래너라는 이름은 과거 세계 2차 대전에서 화학가스를 탐지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탐색견 ‘스투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여행 루트, 주요 관광지를 탐색해 완벽한 여행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이 이름에 담았다. 백 대표는 “스투비플래너는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이자, 이들의 여행 데이터와 멘토링을 통해 상상 속 여행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셜 여행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 사업을 구상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백 대표 역시 여행에 미쳐 있는 ‘여행 마니아’다. 그는 처음 여행을 갔을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단순히 계획을 세우고 떠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그때 깨달았다. 뜻하지 않은 돌발 변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인터넷 정보만으로 찾아간 여행 명소들은 때때로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자연스레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개발자 출신인 백 대표는 여행과 IT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거 아세요? 세계 최대 온라인여행사 익스피디아를 만든 사람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입니다. 그 역시 여행과 IT의 결합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와 시너지에 확신을 가졌던 겁니다.”

이후 백 대표는 아이셀소프트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첫 번째 여행서비스인 ‘스투비’를 내놓았다. 첫 작품 ‘스투비’는 여행일정과 경로, 교통정보, 여행지 추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기대도 컸다. 그리고 평가도 좋았다. 중국 정부 주관의 국제유스이노베이션게임스 경선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부문 1위에 올랐다. 지식경제부가 주관한 ‘나는 글로벌 벤처다’ 콘테스트에서는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한 스투비는 정작 시장에선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유는 콘텐츠의 부재였다. 백 대표는 전문 개발자이지만 전문 여행가는 아니었다. 여행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콘텐츠의 한계가 너무나 절실하게 다가왔다.

첫 번째 사업을 접은 백 대표는 지난 2008년 혈혈단신으로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진정한 여행 마니아들이 모이는 아프리카에 가서 직접 그들의 노하우를 듣고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무려 2년간 아프리카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양한 여행가들을 만났다.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 신혼여행으로 아프리카 종단 여행을 하는 부부 등 그들의 여행에는 독특한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백 대표는 말한다. “아프리카에서 만난 여행객들의 공통점은 항상 여행을 생각하고, 다른 여행자들을 기꺼이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행사 상품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여행지와 여행 방법을 알고 있는 그들의 여행은 정말 특별해 보였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백 대표는 그들에게서 배운 노하우를 기반으로 여행 플랫폼 개발에 돌입했다. 그가 내세운 여행 플랫폼의 첫 번째 가치는 ‘여행객이 중심이 되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객에게 가치를 제공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또 여행객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정보와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들이 굳이 플랫폼 서비스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이유와 목적을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바로 소셜 기능이 탑재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여행객들이 짜놓은 계획과 정보가 자연스레 공유된다면 더 많은 사용자 유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스투비플래너다. 스투비플래너에서 본인의 여행 위시리스트를 만들면 누적된 사용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분석을 실시해 최적의 루트와 숙박업체, 레스토랑 등을 추천·제공한다. 특히 최근 시점에서 사용자와 비슷한 여행을 한 사람들의 여행 기록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백 대표는 “배낭여행을 위한 준비, 그리고 실제 여행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모바일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바로 스투비플래너”라고 말했다.

글로벌시장서 만난 멘토들, 그리고 스타트업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스투비플래너는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스투비플래너 가입자는 무려 6만 명에 달한다. 매일 누적되는 여행 데이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백 대표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해외여행에 특화된 서비스인 만큼 글로벌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스투비플래너와 백 대표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관한 ‘글로벌 K-스타트업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거머쥔 것이다. 단지 수상을 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정부 지원으로 영국, 미국 등 IT 선진국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앞선 스타트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백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직접 방문해 유수의 스타트업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노하우를 전해 들었다. 또 영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을 멘토로 삼아 투자 유치 방법과 사업 전개 방향 등을 배웠다. 백 대표에게 해외 스타트업 전문가들과의 만남은 사업 방향을 재정립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백 대표는 말한다. “해외 스타트업은 5년에서 10년을 내다보며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 받고 있습니다. 성과가 아니라 꿈을 이야기 하는 그들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백 대표는 특히 멘토들과의 만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해 진행한 스피치 시간에는 진땀 깨나 흘렸다며 미소 지었다.

“스피치가 끝나고 마케팅 담당 멘토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발표 중간에 ‘트래블’, ‘트립’, ‘루트’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여행’이라는 단어로 통합해 사용하는데, 발표 내용에선 이 세 단어가 적절치 않게 섞여 나왔다는 거죠. 언어 장벽이 정말 높아 진땀을 흘렸습니다.(웃음)” 백 대표는 이를 통해 보다 더 장기적인 플랜을 수립할 수 있었다. 성급한 투자 유치보다는 스투비플래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관계를 형성해 장기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다수 배낭여행객들은 영국 인(In)-파리 아웃(Out)의 기본루트를 따라갑니다. 자연스럽게 영국이 저희에게 중요한 시장이 되는거죠. 하지만 당장 영국으로부터 직접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보단 현지 항공, 열차, 숙소 등에서 파트너십을 찾아 우리의 서비스를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스투비플래너가 투자할 만한 가치를 지닌 서비스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백 대표는 현재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올바른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 선진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망은 밝다고 말한다. 그는 “아직까진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지만, 5~10년 앞을 내다보며 여행 산업에서 꼭 필요한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매일 땀 흘리며 노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제는 IT개발자 아닌 ‘여행전문가’

수익에 대한 문제는 대다수 스타트업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스투비플래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투비플래너의 수익 모델은 수수료다. 여행객들에게 만족할만한 예약 사이트를 연결해주고 이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백 대표는 아직 스투비플래너의 수익은 크지 않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자신감만큼은 넘쳐났다.

“저희가 지금 당장 고민하는 건 수익이 아닙니다. 스투비플래너를 통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늘리는 것이 유일한 고민입니다. 유용한 정보 제공으로 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면 수익은 자연스레 발생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백 대표는 자신을 IT개발자나 사업가라는 직함보다 여행 전문가로 불러주길 원한다. 그래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여행 전문가’ 백 대표가 추천하는 관광지는 어디냐고 물어봤다. 백 대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꼽았다. 스페인의 경우 인기 TV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통해 잘알려진 국가다. 스투비플래너 가입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20대 초반 여성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휴가지도 스페인이다.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도시 ‘포르투’도 백 대표가 추천하는 여행지다. 특히 스페인 여행객들은 저가항공을 활용해 부담 없이 포르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백 대표는 “포르투는 스투비플래너를 이용하는 수많은 여행 멘토들이 추천하는 도시”라며 “포르투에서 생산된 포르투와인과 함께하는 여행은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스투비플래너의 향후 목표를 어떻게 세우고 있을까? 그의 목표는 명확했다. 글로벌 소셜 여행 플랫폼의 진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었다. “스투비플래너는 오로지 여행을 위한 플랫폼입니다. 글로벌 여행객들을 하나로 묶어 정보를 제공하고, 상상 속 여행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저희의 유일한 목표이자 꿈입니다.”


백주흠 대표에게 스타트업이란?
“스타트업은 세상을 바꿀 큰 꿈을 꾸며 한걸음씩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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