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어둠 속에서 태양을 좇는 사람들

[Adventure Travel] Chasing the Sun Into Darkness

열정적인 일식 추종자들은 일식을 보기 위해 세계 어느 곳이든지 달려간다(다음 일식은 내년 3월 북극 지방에서 일어난다. 가고 싶은 분은?). 책으로만 일식을 접했던 천문학자들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동참하고 있다. 당신도 나설 수 있다.
By Ryan Bradley


추종자들의 이야기는 다 제 각각이다. 그러나 일식이 일어난 순간을 섬뜩할 만큼 분명히 기억한다는 점은 똑같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새들은 둥지로 돌아가고, 개들은 짖기 시작했다. 기온은 떨어지고 꽃이 졌다. 그들은 한기를 느끼며 낮이 밤이 되는 것을 보았다. 본그림자(달이 태양 앞을 지나면서 지구 표면에 생기는 검은 그림자) 속에서 개기일식을 목격했다. 이것이 일식에 매료되고 본격적으로 쫓아다니게 된 계기였다.

전 세계적으로 약 5만 명의 사람들이 일식을 쫓아다닌다(그중 약 80%가 남자다). 이들은 궤도 주기를 열심히 추적하고,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날 때 드물게 발생하는 천체현상인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지구 끝까지 여행한다. 일식을 20번 목격한 슬로바키아의 천문학자 보이테흐 러신 Vojtech Rusin은 (1973년 니제르 Niger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마치 첫 사랑 같았다”고 말한다.


롱아일랜드에서 상품과 선물을 거래하는 릭 브라운 Rick Brown(1970년 버지니아 비치 Virginia Beach에서 처음으로 목격했다)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도 일식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한다. 전 NASA 천체물리학자이며 애리조나 주 포털 Portal에 거주하는 프레드 에스페냑 Fred Espenak은 ‘미스터 일식’으로 유명하다.

그는 18세 때 운전면허증을 따고 몇 주 후 일식을 보기 위해 600마일을 운전했다. 이제 61세가 된 에스페냑은 여덟 살 때부터 일식에 관한 책들을 독파했다. 하지만 그는 “진짜는 책에서 본 어느 것과도 달랐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다 보자마자 ‘또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1972년 캐나다 동부로 갔다. 차로 며칠을 달려 갔지만 구름에 가려 일식을 볼 수 없었다. 다음 해에는 사하라로 갔다.

그는 1970년 이후 일어난 일식 중(21번 일어났다) 90%를 봤다고 생각한다. 드물게 놓친 경우는 현실적인 예산 탓이었다. 수명이 다한 오래된 차를 팔고 새 차를 사는 것과 일식을 보는 것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경우 등이 이유였다. 그는 현실적이어야 했지만 일식을 놓치는 건 언제나 안타까웠다.

장엄한 장관 외에 희소성도 일식의 매력이다(100년 동안 약 75번 일어난다). 또 일식은 낯선 곳에서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독특한 방법으로 여행을 하게 만든다. 유명한 퀀트 투자자 * 퀀트 투자 quantitative investing: 수학적 모델을 이용한 계량분석 기법을 통해 투자대상을 찾아낸다 롭 아놋 Rob Arnott은 “특이한 여행의 매력”도 일식 추적의 장점 중 하나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주 뉴포트 비치 Newport Beach에 위치한 그의 회사 리서치 어필리에이츠 Research Affiliates는 약 1,50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그는 1991년 멕시코의 마사틀란 Mazatlan에서 처음으로 일식을 보았다. 일식은 최대 7분 32초까지 지속될 수 있고, 이 같은 경우는 1,000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 1991년의 일식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5분 48초였다). 하지만 당시 달이 평소보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어둠을 둘러싼 작은 링이 생겼다. 아놋은 폭발하는 빛을 올려다보았다. 빛은 바깥 쪽으로 갈수록 점점 희미해지며 사라졌다. 그가 본 것은 태양의 코로나였다. 불타는 고온의 플라즈마장인 코로나는 태양 표면으로부터 우주로 수백만 마일 이상 뻗어 있었다.

아놋은 1994년 타지마할 Taj Mahal에서 일어난 일식을 놓친 후 점점 강박관념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50만 명의 군중이 아그라 Agra에 모여 일식을 목격했다. 일식은 15초간 계속됐다. 그는 “그걸 놓친 이후로 쭉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해 일식은 시베리아 중부에서 일어났다. 아놋은 그 후 인터넷에서 콧수염에 고드름을 단 채 들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았다. 그 후 그는 이 두 번을 제외하고 모든 일식을 다 직접 보았다.

일식이 굉장히 특이한 특정 장소에서 일어나는 이유는 달의 그림자와 달 그림자가 지구에 생기는 위치와 관련이 있다. 달 그림자는 마치 익힌 스파게티 한 가락을 집어 지구에 던진 것처럼 웃긴 모양으로 지구 표면을 가로지르는데, 여기서만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내년 3월 20일 개기일식의 그림자는 스칸디나비아 국가에 속한 북극 근처의 페로 제도 Faroe Islands와 스발바르 Svalbard 사이를 지난다. 두 외딴 지역은 안개가 짙다. 가장 완벽한 추적 계획도 날씨 때문에 좌절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추적자들은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스발바르의 스피츠베르겐 Spitsbergen에 위치한 작은 마을 롱이어비엔 Longyearbyen-주민이 2,800명에 불과하다-에 있는 세 호텔은 이미 예약이 거의 다 찼다). 그러나 아놋은 일식을 볼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그는 UC버클리의 한 팀이 빌린 보잉 757기를 타고 3만 피트 상공에서 95명의 승객들과 함께 창 밖으로 일식을 볼 것이다. 한 줄에 두 명씩 다시 말해 각 창문에 한 명씩 앉는다. 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려고 막대한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6,500달러에 좌석을 예약한 아놋은 “꽤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아놋이 일식을 보기 위해 떠났던 여행 중 가장 먼 곳으로 가는 (혹은 가장 비싼) 탐험이 아니다. 5년 전 그는 일식 투어 업체 쿼크 익스페디션스 Quark Expeditions가 빌린 러시아의 해양조사선을 타고 다른 99명의 추적자들과 함께 남극에서 4주를 보냈다. 당시 가장 저렴한 침대석은 1만 8,000달러였다.

내년에 아놋 같은 추적자들은 달그림자를 쫓기 위해 제트기를 임대할 것이다. 본그림자는 초속 약 1km로 지구 표면을 가로지른다. 하지만 비행기로 이동하면 일식이 일어나는 그림자 안에 더 오래 머물 수 있고, 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1974년에는 콩코드 Concorde가 본그림자를 따라 이동하며 일식이 일어나는 공간 안에서 74분간 머무른 적이 있다.
상품 트레이더인 브라운은 2010년 소규모로 일식 추적자들을 모아 에어버스 Airbus의 A319기-남극으로 장비와 노동자들을 옮기는 데 흔히 사용된다-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3만 9,000피트 상공에서 남태평양을 가로질러 9분 30초 동안 일식을 추적했다. 민간 항공기(실험·군사 용도가 아닌 비행기) 사상 최장 기록이었다. 브라운은 비행기가 처음 달 그림자에 들어갈 때, 그림자 한 줄기가 지구를 가로지르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검은 그림자가 우리에게 가까워질 때 마치 세상이 끝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내년 3월에는 약 30~40대의 항공기가 북극 상공에서 일식을 추적할 예정이다.

물론 모든 추적자들이 비행기를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낮에 잉글랜드 티싱턴 Tissington에 위치한 제과업체에서 화학자로 일하는 패트릭 포이테빈 Patrick Poitevin(1980년 케냐 Kenya에서 처음으로 목격했다)은 실제로 일식이 일어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그는 “나는 포장에 혁신을 가져올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솔라 이클립스 콘퍼런스 Solar Eclipse Conference를 준비하고 개최한다. 약 150명의 천문학 전문가와 아마추어들이 모여 매년 이틀간 개최하는 콘퍼런스다.

올해 콘퍼런스(10월 24~26일 뉴 멕시코 주 우주 역사 박물관(Museum of Space History)의 새크라멘토 피크 천문대(Sacramento Peak Observatory)에서 열린다)에선 토머스 제퍼슨 Thomas Jefferson이 바늘 구멍 사진기로 촬영한 사진부터, 일식이 오존층을 지나가며 유발한 파동을 촬영한 사진까지 몇 세기에 걸쳐 모은 일식 사진 세션이 개최된다. 또 다른 세션에선 이란의 사업가인 하미드 코다셰나스 Hamid Khodashenas(자신을 이란의 ‘미스터 이클립스’라고 소개한다)가 일식을 보기 위한 우주여행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포이테빈은 “그가 성공하리라고 확신한다. 그는 자금이 있다”고 말했다).

더 크고 중요한 변화는 일식을 잠깐 볼 기회를 위해 지구를 여행하는 것이 꽤 보편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추적자들이 목적지를 고를 수는 없지만 때때로 관광산업과 천문현상은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2016년 3월 9일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달 그림자는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을 지나 북쪽으로 향해 태평양을 가로지를 것이다. 미국인들과 일본인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일식을 따라다닌다. 때문에 태평양은 하와이와 일본의 유람선에 유리하고, 일식 투어 산업에 가장 이상적인 지역이다. 아놋은 “일본인들은 정말 광적”이라고 말한다. 그가 사하라로 여행을 갔을 땐 약 1만 명의 일본인 원정대가 있었다. 일본인들이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정확히 직사각형으로 친 텐트들이 모래 사막에 가득했다. 주최자들은 넋을 잃고 캠프장을 돌아다니는 미국인들을 쫓아내야 했다.

아놋은 어떻게 일식에 빠지게 될 사람을 알아낼까? 일단 천문학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인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더 간단하게 생각한다. 아놋에 따르면, 어떤 사람은 처음 일식을 보고 “이제 보고 겪은 일 목록에 추가하면 되겠네”라고 말한다. 반면 한 번 보고 또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누가 어떤 범주에 속할지 알기는 어렵다. 최선의 방법은 가서 경험해보는 것이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몽골 중부로 여행을 떠날 일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일식이란…
맑은 날 밖에 나가서 농구공을 들고 그림자가 어디에 생기는지 보라. 그늘에 서있는 사람은 공은 보이지만 태양은 볼 수 없다. 농구공을 달이라고 생각해보자. 그것이 일식이다.
개기일식은 달이 바로 태양의 앞을 지나갈 때 일어난다. 달 그림자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본영에서만 개기일식을 온전히 볼 수 있다. ‘그림자가 부분적으로’ 생기는 본영의 바깥 부분은 반영이라고 한다. 본영의 지름은 약 100마일이다. 반영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개기일식 동안에는 본영 안에 있는 것이 좋다. 단순히 더 장관이어서가 아니라 (물론 더욱 장관이다) 본영 안에서만 보안경 없이 태양을 쳐다봐도 괜찮기 때문이다.

이 외에 금환일식과 부분일식이 있다. 금환일식은 달이 지구로부터 더 먼 거리에 있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할 때 발생한다. 달이 태양의 중앙 부분을 가려 태양의 가장자리가 고리(금환)처럼 보인다. 몇몇 일식 추적자들은 이를 ‘불의 고리’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부분일식은 달이 태양의 일부를 가려 초승달 모양만 남아 한낮에 태양이 빛나는 상현달처럼 보이는 것이다.


여행 계획하기
일식을 보고 싶은가? 여기 방법이 있다.
트래블퀘스트: 열정적인 아람 카프리엘리언 Aram Kaprielian이 운영하는 전문 투어업체. 내년에 북극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식을 위해 두 개의 여행을 제공한다. 스발바르 여행(5,880달러부터 시작)과 페로 제도 여행(3,660달러부터 시작)이 그것이다. Travelquesttours.com을 참조하라.
기어: 달이 완전히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 동안 태양 코로나를 보기 위해 이미지 안정장치를 탑재한 쌍안경을 가져오라. 기어의 투어는 일식 전후에 필요한 보호안경을 제공한다. 혼자 여행한다면 레인보우 심포니 Rainbow Symphony에서 한 쌍을 구입하라(rainbowsymphony.com을 참조).


‘미스터 이클립스’의 일식 추적 Tip
포춘이 ‘미스터 일식’으로 알려진 은퇴한 NASA 천문학자 프레드 에스페냑에게 처음으로 일식을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팁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면 mreclipse.com을 방문하라).
여행: 그는 유서 깊고 믿을 만한 투어업체들이 스카이 앤드 텔레스코프 Sky and Tlescope나 애스트로노미 Astronomy 같은 잡지에 종종 광고를 한다고 말한다. 확신할 수 없는 업체를 발견한다면 “일식이 일어나기 1년 전에 그 장소를 검토하는가?” 같은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전문적인 업체들은 미리 모두 검토하고 또 생긴 지 얼마나 됐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에스페냑은 “큰 일식이 있기 전에 많은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고 말한다. “이런 업체들은 믿을 수 없다.”
사진: 처음 일식을 볼 땐 사진을 찍으려고 하지 마라. “카메라는 사람들을 정신 없게 만든다. 특히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라면 더 그렇다. 그냥 넣어두라.” 에스페냑은 “기기 때문에 경험을 망치지 마라. 일식은 매우 빨리 끝난다”고 조언한다.
2017년: 일식을 보는 것에는 관심이 있지만 지구 반 바퀴를 여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2017년이 찬스다. 그는 “8월 21일 개기일식이 오리건 주 중부부터 반대편 해안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까지 미국 중부에서 일어날 것이다. 차를 타고 보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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