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내성적인 리더 그들을 위한 조언

고현숙의 ‘리더십 코칭’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지진이 아니라 많은 사람 앞에서 연설하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특히 내성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남들 앞에 나서는 일을 더 큰 공포로 받아들인다.
글 고현숙 국민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helenko@kookmin.ac.kr


큰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라 친구를 사귀거나 학교 생활을 하는 데 어렵지는 않은지 담임 선생님 면담에서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인간은, 특히 어렸을 땐 대부분 내성적입니다. 내향형이란 하나의 스타일이지 문제가 아니랍니다.” 그 말을 듣고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리더십 행동에 미치는 성격의 영향

일반적으로 리더십 행동에는 외향성이 필요하다. 혼자 숙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사람들과 활발하게 의사소통하고, 이슈를 제기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성적인 사람들이 리더십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해다. 크게 성공한 리더 중에는 내성적인 사람들도 상당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조용한 내향형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인도의 간디가 대중 연설을 할 때 머릿속이 하얘지는 대중공포증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 이는 의외로 적다. 수많은 청중 앞에서 몇 분간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다가 내려온 적도 있다고 한다.

독일의 정신의학자 보르빈 반델로에 의하면 수줍은 사람들은 보상심리로서 야심을 발달시킨다고 말한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완벽하고 이상적인 모습의 자신을 꿈꾼다. 그 결과 현실과의 간극을 예민하게 느끼며, 간극을 메우고자 하는 완벽주의적 성향과 실패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거꾸로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되어 열심히 노력하고, 결과적으로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내향형 리더들의 장점으론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 적합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담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외향적인 리더는 지배적인 성향 때문에 자칫하면 구성원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기 쉽지만, 내성적인 리더는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지시형이 아닌 코치형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내성적인 리더가 좀 더 신경 써야 할 점들은 무엇일까?

10여 년의 경영자 코칭 경험을 통해 내성적인 리더들에게 필자가 드리는 조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자신의 강점을 믿고 자신감을 갖는 것, 둘째는 부드럽지만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추는 것, 셋째는 타인에게 다가가는 네트워킹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라

우선 자신을 잘 알고 강점을 강화해야 한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보통 깊이 있고 진실한 관계를 추구하며, 어떤 사안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신중하기 때문에 말 실수가 적고, 타인에게 신뢰감도 준다. 대체로 지적인 취향을 갖는다. 이런 강점을 포함해 또 다른 자신의 성격적, 기질적 강점이 많을 것이다. 내향형이든 외향형이든 누구에게나 자기다운 인간적인 매력은 있게 마련이다. 또 매력이 자본이 되는 시대다. 그리고 매력은 강점에서 나오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거기에선 진정한 파워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을 알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자신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강점, 에너지, 가치관, 성격스타일 등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신감은 근거 없는 과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 동시에 이대로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수용할 때 나온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자신을 상대로 유머감각을 발휘할 수 있다. 멈춰야 할 것은 스스로에게 하는 지나친 자기 비판이다.

리처드 기어나 마릴린 몬로가 엄청나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믿겠는가? 이들 외에도 시고니 위버, 톰 행크스, 브래드 피트 같은 이들은 모두 겁 많고 소극적인 인간에서 정반대로 변신했다고 자기 입으로 털어놓은 인물들이다. 세계적인 스타로 성공하는 과정에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완벽을 추구했던 엄청난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능한 한 모든 실수가 제거될 때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기 때문에 그들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노력이 다는 아니다. 내성적인 그들이 인간 고유의 매력을 발산한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삶에 대해 회의하고 불안해 하던 그들의 내면이 배우로서의 카리스마와 결합해 대체 불가능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빚어낸 게 아닐까 한다.

조용하지만 강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익혀라

내성적인 리더들은 자신이 주도해야 하는 전체 회의나 큰 집회를 여는 걸 무의식적으로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자기도 모르게 일대일 대화를 선호하고 작은 그룹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누적되면 리더의 존재감은 줄어들고, 구성원들이 리더의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큰 회의나 집회는 기획과 준비만 잘 하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기획과 준비는 숙고하는 내향형들의 장점이다. ‘내가 다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떨치고, 중요한 때에 짧고 영향력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좋다.

또한 확신 있게 말하는 스킬도 중요하다. 말이 많을 필요는 없지만 명쾌하고 확신 있게 말하기 위해 노력해보자. 첫째, 주저하지 말고 말해야 한다. 끼어드는 것이 무례해 보일까 봐 참고 있지 말자. 필요하다 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무조건 말하자. 둘째 단순할수록 좋다. KISS, 즉 짧고 단순하게 (Keep It Simple & Short) 말하자. 셋째, 의미를 잘 파악하며 듣는 경청기술을 발전시키자. 넷째, 자신감 있는 태도로 말하자. 눈을 맞추고 표정을 편안하게, 말소리는 명확하게 유쾌한 톤으로 하고, 웃을 때는 큰 소리로 웃자. 이런 비언어적인 신호는 상대방에게도 확신과 열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설득력을 높이는 유효한 수단이 된다. 한 마디로 메시지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먼저 다가가는 네트워킹 능력을 키우자

한국인으로 글로벌기업 본사 최고위직까지 승진했던 사람에게 어떻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는지 질문했다. 그는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차장 시절에 지방의 공장에서 일할 때였는데, 아태지역본부의 외국인 간부들이 출장을 와서 회의를 하고 여럿이 함께 식사를 했다. 거기서 외국인 간부가 “알게 되어 좋았고, 대화도 즐거웠다”면서 아태본부가 있는 도쿄에 오면 자기 사무실에 들러 얘기나 하자고 하더라는 거다. 그 후 그는 도쿄에 가게 되면 꼭 비서실에 전화해서 약속을 잡고 30분이라도 대화를 나누곤 했다. 반면 식사자리에 함께 있었던 다른 동료들은 도쿄에 가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용건도 없이 찾아가자니 쑥스럽고 바쁜 사람을 방해하는 것 같고, 영어를 하는 게 귀찮기도 했을 것이다. 그는 “제가 빨리 승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솔직히 능력면에서 동료들과 제가 차이가 나야 얼마나 나겠습니까? 저는 그들과 대화하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신뢰도 쌓게 되었지만, 그들은 그런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네트워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나 혼자 할 수 있어’라는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기 쉽다. 타인에게 다가가서 관계 맺는 것이 불편하고 긴장되기 때문에 ‘각자의 몫을 해내면서 실력으로 승부하면 되지 남까지 귀찮고 수고롭게 할 필요가 있나’라고 합리화하기 십상이다. 때문에 도움을 청하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는다.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일할 시간에 딴 짓을 하는 것 같고, 실력이 아닌 관계로 문제를 푸는 아부꾼처럼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오늘날과 같은 네트워크 시대에 고립된다는 건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마이너스일 뿐이다.

네트워크 능력을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 것, 자기가 먼저 안부 전화를 하는 것, 점심식사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필요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제공하는 것, 나아가 서로 알면 좋을 것 같은 사람들을 소개 연결해주는 것 등이 모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성적인 리더들이라고 네트워크 능력이 취약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 번 맺은 관계에 성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오히려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거들먹거리기보다 겸손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기 때문에 호감과 신뢰를 받게 된다. 다만 대인관계에 따른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과 휴식을 조화롭게 가질 필요가 있다.


고현숙 교수는…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 코치, (사)한국코치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리더십센터 사장, 한국코칭센터 대표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전자, 두산중공업 등에서 임원 코칭을 한 바 있다. 저서로 ‘티칭하지 말고 코칭하라’ ‘유쾌하게 자극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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