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인 가구의 홀로서기 은퇴준비

100세 시대 스마트라이프

일본의 저명한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 교수는 그의 저서 ‘화려한 싱글, 돌아온 싱글, 언젠간 싱글’에서 여성은 원하든 원치 않든 인생의 어느 순간부터는 싱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언젠가는 맞닥뜨릴 싱글의 삶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글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3.9%에서 2035년에는 3가구 중 1가구꼴인 34.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혼자 살게 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건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의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계층은 50대 중년 남성이기 때문이다. 결국 혼자 사는 삶은 우리 모두가 미래로 받아들이고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결혼이나 출산 같은 가족 관련 행동에서 ‘개인의 선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서른을 넘기기 전에 시집을 가야 한다거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거나, 결혼생활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식의 규범적인 가치관이 우리 사회에서 점차 약화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배경하에서 증가하는 만혼, 비혼, 이혼 외에도 고령화가 1인 가구의 증가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핵가족화와 더불어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사별로 인한 고령층 1인 가구 증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에 발맞춰 이를 겨냥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이나 제도가 아직까지는 4~5인 가구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주거혜택은 다인가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병원에 입원할 때에도 여전히 보호자가 필요하다. 이처럼 사회 시스템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더디게 쫓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에노 교수가 언급했듯이 언젠가는 맞이할 수 있는 나홀로 생활, 특히 홀로 맞이하는 노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와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보통 ‘1인 가구’ 하면 화려한 싱글을 떠올리곤 하지만, 노후준비 측면에서 1인 가구는 그다지 화려하다고 할 수 없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2013년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1인가구는 전 연령대에 걸쳐 다인가구보다 ‘경제적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 빈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몸이 아프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혹은 정서적 위안이 필요할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사회관계망의 폭도 1인가구가 다인가구보다 전반적으로 좁았다. 즐거움, 평온함 등과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는 빈도도 모든 연령대에서 1인가구원이 다인가구원보다 낮게 나타났다.

인생의 말년까지 혼자 살아간다는 것을 상상해보면 불안하기도, 한편으론 막연하기도 하다. 때문에 의식의 한편에 접어둔 채 그냥 살아가기 쉽다. 그러나 나홀로가구로 살아가려면 경제적인 측면 외에도 사회·정서적인 필요를 모두 스스로 충족시켜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세심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1인 가구는 거주 형태를 기준으로 동일 범주로 묶여 있지만, 그 형성 배경이 다양한 만큼 삶의 형편이나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매우 이질적인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노후준비를 할 때도 좀 더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연령대별로 1인가구가 주로 겪은 라이프 이벤트를 고려해보면, 크게 ‘가정형성 지체기’ ‘이혼 등의 가정분리기’ ‘배우자 사별기’로 구분해볼 수 있다.


가정형성 지체기
가정형성 지체기는 결혼적령기를 넘겼으나 다양한 사정으로 가정형성이 지체되는 시기다. 주로 30~44세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다. 이 시기에는 직장에서의 성공, 결혼, 내 집 마련 같은 다른 우선순위에 노후준비가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기부터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노후 대비 저축을 할 경우 나이 들어 보다 쉽게 은퇴자산 확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30대 미혼남성들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 빈도가 기혼남성들보다 현저히 낮았다. 남성들의 경우 가정을 꾸리기 전까진 노후준비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젊은 1인 가구는 주거비, 외식비, 교제비 등에서 다인가구보다 소비성향이 높은 경향이 있다. 때문에 독신생활이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한 재무설계와 소비지출 관리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혼 등 가정분리기
이혼 등 가정 분리기는 45~49세까지의 시기다. 우리나라는 3가구 중 1가구가 이혼가구다. 중년기에 이혼으로 싱글이 될 경우, 재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등 삶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전업주부였던 여성의 경우, 자산분할, 연금 재조정 외에도 취업계획과 관련된 정보 등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취업자의 경우도 향후 싱글로 살아갈 것에 대비해 의료비 보장, 장기간병비 마련, 효율적인 노후자금 확보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이혼 등 가정분리기의 1인 가구는 특히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관계망의 폭이 좁고, 긍정적 정서를 경험하는 빈도가 낮은 편이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자주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취미·여가 활동처럼 삶에 활력을 주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배우자 사별기
배우자 사별기는 부부가구에서 사별에 의해 1인 가구가 되는 시기로, 60세 이후에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여성 1인 가구가 약 60만 가구로 남성(약 23만 가구)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 시기에는 노후를 대비한 추가저축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보유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건강 및 간병 비용의 과다발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배우자 사별기는 전체 연령대의 1인 가구 중에서도 금전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지원망과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돌봄 지원망이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치명적인 질병이나 장기 간병에 대비할 수 있는 금융상품 등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의 1인 가구는 젊은 층에 비해 자가(自家) 거주율이 현저히 높고, 집에서 사용하는 방의 개수도 가장 많아, 주택 소비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연금을 활용하거나 집의 크기를 줄여서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다양한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위급 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적·사적 네트워크를 구축해둘 필요가 있다.

이제 ‘나홀로 생활’은 더 이상 특이한 삶의 방식이 아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세가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혼자 사는 노후에 대한 준비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노력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1인 가구 사람들이 가족의 테두리 안에 살지 않더라도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이 조속히 확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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