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 신창연 여행박사 창업주

“실적보다 직원 행복이 우선<br>모바일에 여행사 미래 달렸다”

여행박사는 업계에서 알짜기업이자 재미 있는 기업으로 통한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즐겁고 유쾌한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박사는 이런 기업문화가 실적으로 이어지길 바라지도 않는다. 신창연 여행박사 창업주는 ‘기업의 성과보다 직원들의 행복이 우선’이라 말한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여행박사는 직원투표로 사장과 간부를 선출한다. 임기 첫해는 50%, 2년 차는 60%, 3년 차부터는 70% 지지율을 넘어야 한다. 직원은 사장이 아닌 팀장이 직접 뽑는다. 흡연자는 애당초 뽑지 않으며 재직 중 흡연을 하면 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사내 인트라넷에 연동시켜 투명 경영을 펼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직원들의 성형수술비도 지원한다. 마라톤 기록 1분 단축에 100만 원을 포상한다. 골프 입문 1년 이내의 직원을 대상으로 남자 100타, 여자 120타 성공 시 1,000만 원을 포상한다. 직원 사망 시 직계가족에 1년치 연봉을 지원한다. 투표를 하면 1인당 50만 원씩 보너스를 지급한다. 하루 8시간 이상 근무에 대해선 무조건 수당을 지급한다. 출퇴근 왕복 3시간이 소요되는 직원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회사 근처 사택에 입주할 수 있다.


이상은 2013년 매출 수탁고 2,000억 원, 매출액 198억 원, 순이익 4억 원을 기록한 여행박사의 일면이다(여행업계에선 고객에게 판매한 총 금액을 매출 수탁고라 하고, 항공사 같은 연계사에 떼어주고 남은 돈을 그 회사 매출액이라 한다. 매출액에서 자체 경비를 제외한 금액이 순이익이 된다. 여행박사는 매출 수탁고 기준 국내 4위 여행사이다). 이 밖에도 일반 기업에선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문화와 규칙들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 창업주인 신창연 현 대표 권한대행(이하 대행)은 변칙적이고 즉흥적인 경영 스타일 때문에 여행업계의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한쪽에선 창업 5년 만에 일본여행 1위, 직원 수 45배, 매출 100배로 성장시킨 그를 ‘교주’라 부르며 카리스마 있는 유명인사로 대접한다. 다른 한쪽에선 ‘또라이’라는 다소 과격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는 스스로 “재미가 전부다”라고 말할 만큼 역동적이고 때론 파괴적인 언행과 경영방식 때문에 업계에선 이단아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신창연 대행은 작년 직원 투표에서 79.2를 받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원래 지지율 70% 이상이면 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었지만 그가 스스로 지지율 80%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그는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 전 발표된 옐로모바일과의 인수합병 협상을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신창연 창업주는 여행박사를 인수한 옐로모바일의 여행사업부인 트립얼라이언스의 대표를 맡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기자는 서울 갈월동 구사옥 바로 옆에 마련된 신사옥 2층 카페를 찾아가 신승연 대행과 여행 비즈니스에 대해 담소를 나눴다.


Q: 여행박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독특한 배경이나 힘은 무엇인가? 독특하고 재미난 기업 문화를 성과와 연관 지을 수 있나?
A: 지금 여행박사를 놓고 성장이나 성공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은 미미한 규모이다. 다른 기업들처럼 일했다면 이보다 더 큰 규모의 기업이 됐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만의 기업 문화를 지켰기 때문에 기업 성장이 더뎌진 측면도 있다. 여박(여행박사의 줄임말)에겐 재미와 놀이가 중요한 가치이다. 사내문화가 상당히 유연하다. 무엇보다 기업성과 보다 직원들의 만족이 중요하다. 주위를 보면 기업의 사내문화가 타이트할수록 돈을 잘 벌기도 한다. 죽도록 일해서 성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나는 재미와 문화가 실적을 견인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죽도록 일하게 하고 싶지는 않을 뿐이다. 우리 직원들이 놀면서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Q: 놀면서 돈 버는 회사는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대행은 회사 대표 시절에 어땠나?
A: 분명한 사실은 내가 노는 만큼 회사 실적은 떨어지더란 것이다. 그렇다고 삶의 귀중한 시간을 회사에만 쏟으라고는 말 못하겠다. 나도 그렇고.


Q: 직원 투표가 인기투표가 된 사례는 없는가?
A: 인기 투표, 그거 해도 괜찮다. 다만 그 대가는 고스란히 팀원들에게 돌아간다. 인센티브를 팀제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니 팀원들은 인기가 아닌 능력에 따라 팀장을 선출하더라.


Q: 작년 직원 투표에서 굳이 80%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A: 배인식 곰플레이어 창업주가 회사를 떠나면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개인에 의존하는 회사는 발전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대개 회사는 창업주의 그릇보다 더 성장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 역시 회사가 나를 뛰어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무리한 공약을 걸어본 것이었다.


Q: 여행박사는 일본여행 선두주자이다. 쓰나미, 지진, 핵발전소 사태 같은 리스크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일본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건 이닌가?
A: 아니다. 지금 동경은 여행업계 사상 최고 호황을 맞고 있다. 다들 여행지 리스크를 이야기하는데 내 경험으론 3개월 이상 안 가더라. 그래서 우리는 사내 유보금으로 10억 원을 책정해 두고 있다. 3개월을 버틸 수 있는 돈이다. 그 정도가 우리가 하고 있는 리스크 관리의 전부이다.


Q: 패키지에서 자유여행으로 최근 여행 트렌드가 변하는 것 같다.
A: 국민들이 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세계 각지의 여행지를 접하고 있어 자유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계속 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결국 다시 반대로 기울기 마련이다. 자유여행에 대해 특별한 전략을 세워놓고 있지는 않다. 우린 원래부터 적절한 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중요한 건 여행박사는 돈 안 드는 홍보는 해도 돈 드는 마케팅은 안 한다는 것이다. 대신 진정성에 돈을 투자한다. 대개는 직원들이 일일이 가보고 여행코스를 마련하기는 어렵다. 또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박사는 모든 프로그램에 직접 답사를 다녀오고 있다.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프로그램에 자신이 있는 이유이다.


Q: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관광산업이 꼽히고 있다. 여행업 활성화를 위해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A: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국민을 위해서다. 손님이 편하고 좋다고 하는데 자꾸 이유를 들어 미루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Q: 상장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A: 개인적으로 상장은 조심스럽다. 다른 이유는 없다. 상장 이후에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상장 이후에는) 성장에만 몰두할 것 아닌가. 그리고 나에게 상장은 ‘하지 말라는 것이 늘어나는 일’이다. 난 그게 싫다. 결국 우리 기업문화에 손댈 수밖에 없지 않겠나. 나는 우리 기업문화를 지켜내고 싶다. 그래서 (상장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Q: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이야기해달라.
A: 거창하게 정리된 건 없다. 다만 몇 가지 기준은 세우고 지키려고 한다. 그중 꼭 지키려고 하는 기준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할 땐 치밀한 분석보다는 나름의 직관력에 의존한다. 도전과 열정을 강조하다 보니 종종 즉흥적이고 변칙적인 사고, 행동을 하기도 한다.


Q: 닮고 싶은 인물이나 추진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가?
A: 토니 셰이의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마친 후 그런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게 어떻게 흐를지 모르니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 토니 셰이의 다운타운 프로젝트
토니 셰이는 온라인 신발 구매 사이트 자포스의 창업자다. 그후 아마존에 회사를 매각한 그는 자신의 자산 4억 달러 중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라스베이거스의 땅 10만 평을 구매했다. 나머지 1억 5,000만 달러를 쪼개 교육, 문화, 벤처, 지역 소상공인 등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구도심을 활성화 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옐로모바일에 인수된 여행박사의 미래는?

모바일 벤처기업 옐로모바일은 창립 2년 만에 유망 알짜 벤처기업 26개를 인수했다. 이는 알려진 숫자일 뿐 비공식적으로 인수·투자한 회사까지 포함하면 5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인 옐로모바일이 맏형이 되고 인수기업이 아우가 되어 ‘따로 또 같이’ 공존하고 있다. 앞으로 모바일-로컬 신사업을 벌여 시너지를 노린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옐로모바일은 200억 원에 여행박사 브랜드와 영업권을 인수했다. 여행박사가 인수기업 중 규모가 가장 컸다. 대금은 현금 60억 원과 옐로모바일 주식, 자체 여행사업부인 트립얼라이언스 주식으로 치러진다.

이번 인수합병 건에 대해 신창연 창업주는 “온라인 여행사의 미래는 모바일에 달려있다”면서 “작은 기업들이 뭉치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옐로모바일 산하 기업들의 앱 다운로드 수가 7,000만 건에 이르는 만큼 모바일과 여행을 결합한 다양한 크로스 마케팅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옐로모바일은 여행박사 인수를 시작으로 올해 30여 개 정도의 여행 관련 회사를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옐로모바일의 이런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디지털 마케팅이나 비즈니스를 너무 단순히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모바일-로컬이란 콘셉트는 신선하지만 성공한 사례가 없죠. 클라이언트들이 옐로모바일 관계사라고 해서 더 유리한 기회를 주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전문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옐로모바일은 과거 대기업 성장 스토리를 약간 변형한 것 뿐이죠. M&A를 통해 우선 덩치를 키워 보겠다는 것 말고는 뚜렷한 전략도 없습니다. 당장 내년 IPO도 지켜볼 일이고요.” PC 환경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소비환경이 변하면서 이에 대처하는 기업들의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행박사는 일단 모바일 기업 피인수를 통해 성장의 날개를 단 상태다. 이 날개가 정말 여행박사 도약의 추진력이 될 수 있을지, 과거 2007년 우회상장 실패의 아픔을 재현할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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