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 그룹은 지금] LG생활건강

주춤했던 상반기 실적<br>하반기엔 돌파구 찾을까

LG생활건강은 그동안 M&A를 통해 성장을 거듭해왔다. 업계에선 부진했던 올 1분기 실적이 바로 그 몸집 불리기의 부수적 산물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는 주춤했던 성과가 다시 나아질 수 있을까?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LG생활건강의 성장스토리는 어쩌면 차석용 부회장 이전과 이후로 나뉠지도 모른다. 차석용 부회장은 2005년 취임 이후 12건의 M&A를 성사시키며 회사의 규모를 가파르게 성장시켰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의 2013년 매출(4조 3,263억 원)과 영업이익(4,964억 원)은 2005년 대비 각각 4.5배, 7배 증가했다. 그 기간 주가 상승도 가파르게 이뤄졌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부쩍 늘어 한때 코스피 순위 26위(7월 19일 현재 3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M&A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의 대표적 성공 사례를 만들어 온 셈이다. 그룹 내 위상도 그만큼 올라가 ‘효자 기업’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이런 기조는 올 1분기 실적 발표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37분기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은 증시에 곧바로 반영됐다. 거기에 차석용 부회장의 LG생활건강 지분 매각 소식까지 가세했다. 6월 5일 하루 만에 주가가 12.01% 급락해 53만 7,000원이던 주가가 47만 2,500원까지 내려갔다. 이날 증발한 시가 총액만 1조 원 이상. 이에 따라 순위도 30위 밖으로 밀려났다. 시장은 곧바로 LG생활건강의 실적을 경쟁사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해온 아모레퍼시픽은 올 초부터 시장의 기대주로 떠오르며 LG생활건강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었다. 년1 전 LG생활건강의 시총 순위는 26위, 아모레퍼시픽은 45위였지만, 올 4월 말에는 상황이 반전됐다. 8월 18일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에 비해 시가총액이 4조 원가량 많은 상황이다. 2014년 상반기 동안 경쟁사는 힘차게 달렸지만, LG생활건강은 제자리걸음 또는 걸음마 정도의 행보를 보인 셈이다.

무엇보다 차석용 부회장의 지분 매각 소식이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6월 5일 차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보통주 2만 2,000주를 매도했고 시장은 이를 ‘차 부회장이 곧 사임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하기도 했다. ‘개인사업 준비’, ‘LG생활건강 사업의 한계’ 등 갖가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소문들이 난무했다.

차 부회장이 주식을 매각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작년 12월 10일부터 16일까지 보통주 1만 7,888주, 우선주 3,888주를 팔아 110억 원을 마련했고 이 돈을 모교인 코넬대 등에 장학기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남아 있던 보통주 2만 2,000주, 우선주 1만 주 가운데 이번에 보통주를 전량 매도한 것이었다. 차석용 부회장은 이번에도 주식 매각 대금 사용처에 대해 좋은 일에 쓰겠다고만 밝혔다.

차 부회장은 올 3월 주력 계열사인 더페이스샵과 코카콜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는 시장에서 차 부회장의 주식 매도를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는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또 시장은 미국 시민권자인 차 부회장이 매매차익 실현에 따른 세금을 굳이 내면서까지 주식 매도라는 방법을 택한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세금은 차치하고라도 기업 가치나 실적 등에 대한 자신감을 생각했다면, 또는 분기 실적 악화와 내수부진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던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했다면, 주식 매각 대신 주식 기부를 택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차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님께서 지난해 말 내게 65세까지 회사에 뼈를 묻어야 한다고 하셨다”, “오해 살 만한 일이 우연히 겹쳐 일어난 결과다.

사실 여부는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일”이란 말로 해명을 했다. 하지만 시장은 “CEO가 지분을 내다파는 기업에 누가 투자를 하겠냐”며 불안과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8월 중순 기준 LG생활건강의 주가도 1월 고점과 비교해 10%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기업과 시장 사이에 생긴 신뢰의 틈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실적회복이나 대형 M&A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반기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엘리자베스아덴의 인수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LG생활건강의 2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6.2% 증가한 1조 1,423억 원, 영업이익은 1.1% 증가한 1,215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실적은 1분기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의 3,4 분기 전망을 두고 투자자문사나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기대하는 입장에선 외형 확대전략과 함께 다채널, 다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LG생활건강의 구조조정 때문이었다. 중국 내 더페이스샵 사업을 대리상 총판체제에서 현지직영체제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영업손실이 실적악화를 불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회성 사업구조조정인 만큼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전문가들은 “M&A 말고 특별한 성장동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상반기에 별다른 캠페인이나 판매 전략도 보이지 않았다”며 냉랭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상반기 생활용품, 화장품 시장 경쟁심화로 마케팅비가 증가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로 매출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말한다. “분명한 건 2014년 상반기에 CEO 스스로가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어지럽혔다는 것이다. 하반기에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바로잡느냐가 LG생활건강에겐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주목되는 현금성 자산

LG생활건강의 하반기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주목한다. LG생활건강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350억 원 정도다. 작년 상반기에는 1,500억 원 정도였다. LG생활건강의 현금성 자산 증가율은 그룹 내에서도 단연 최고다. 한 전문가는 “대형 빅딜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사업포트폴리오를 늘려온 전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좋은 이벤트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말한다. “엘리자베스 아덴 인수 등에 대비해 돈이 묶여 있는 것입니다. LG생활건강 입장에선 올해를 넘겨 M&A를 추진하고 싶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죠. 조급해지면 정상가보다 과도한 금액을 주게 되고 결국 이는 악재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LG생활건강은 하반기 인수대상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타이밍과 가격을 놓고 다시 한번 애가 탈 겁니다.”

하반기 사업별 전망

무엇보다 LG생활건강의 하반기를 내다 보려면 이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부문을 하나씩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LG생활건강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활용품 사업. 이 사업은 샴푸·린스, 바디용품·비누, 치약·칫솔,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등 6개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다. 생필품인 만큼 상당히 성숙된 시장이고 성장세도 느리다. 그만큼 경쟁은 치열하고 경기에 민감해 가격과 판촉 활동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

상반기에는 국내 소비가 위축돼 매출이 3.4% 감소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소폭 오른 34.5%를 기록했다. 다른 사업군과 마찬가지로 다브랜드, 다채널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군을 갖추고 있어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가치 중심의 소비자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 모두를 흡수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대외환경은 악재와 호재가 공존한다.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일본은 엔저가 계속되고 있어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신 중국은 2015년 1가구 1자녀 정책이 폐지될 예정이어서 베이비 용품 같은 시장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LG생활건강은 분말 분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이미 2012년 유아용품 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며 “분말 분유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갖기보단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화장품 사업이다. 2005년 당시 8.2%였던 시장 점유율은 최근 17%대까지 증가했다. 화장품 전체 시장도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여성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여성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졌다. 남성들의 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성 화장품 역시 매출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해외시장 진출에도 파란불이 켜진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도 고민은 있다. 소비자가 세분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장품 사업은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생산 사업이다. 요즘 소비자는 기호가 세분화 되어 있을 뿐 아니라 트렌드 역시 빠르게 변해 화장품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갖춘 LG생활건강은 2010년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며 중저가 화장품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지난해 유통 부문을 혁신해 지출부담을 줄인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사에 비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화장품 매출의 55%를 차지하는 프레스티지 채널(백화점, 방문판매, 면세점)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히고 있다.

계속 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화장품 매출 증가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 면세점 연간 성장률은 2011년 이후 줄곧 20~30%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분명 한방 화장품 ‘후’의 고성장이 이어지겠지만 여전히 면세점 매출 비중은 전체로 봤을 때 그리 크지 않다”며 “그보다 국내 소비자들의 마켓 셰어가 빠지는 모양새라는 점을 더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LG생활건강 화장품 매출에서 면세점 채널을 통한 매출 비중은 13% 정도다.

마지막으로 음료사업부문은 2007년 코카콜라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를 인수하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코카콜라, 환타 등 빅브랜드를 가진 LG생활건강은 현재 시장 점유율 29.3%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할 부분도 있다. 최근 음료시장의 키워드는 ‘웰빙’이다. 때문에 탄산음료 시장의 강자인 LG생활건강이 비탄산 음료 시장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에서 차지하고 있는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사업부 매출 비중은 각각 32.7%, 40.4%, 26.9%로 3개 사업부간 균형이 잘 잡혀 있다. 하지만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다각화된 사업이 오히려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가로막고 경기침체 시의 대응능력을 떨어트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대규모의 직접 투자와 집중적인 브랜드 전략화를 통해 중국에서 확실한 성장동력을 찾은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만으로 중국에 진출했다가 큰 재미를 못 본 사례를 꼬집고 있는 말이다.

LG생활건강에게 2014년 하반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M&A 성사 여부와 함께 실적 개선이 과연 이뤄질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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