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NS 정보 확산의 메카니즘

[FORTUNE'S EXPERT] 안병익의 ‘스마트라이프’

정보의 유통과정은 다양하다. 특히 소셜네트워크 발달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빠르고 차별화된 정보 유통구조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정보나 소식을 전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약한 연결’에 있다.


한 회사가 서로 알지 못하는 고객 200명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이들에게 몇 종류의 와인과 음식을 제공하자 2~3명씩 그룹을 형성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곧 파티장 안에는 60~70개의 그룹이 형성됐다.

이들 중 한 명에게 ‘라벨이 없는 와인이 값비싼 최고급 프랑스 와인’이라고 귀띔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이 정보를 새로 사귄 사람에게만 공유하도록 요구하면, 파티장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이 정보가 전달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까? 한 사람과 이야기 하는 데 5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199명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데 무려 17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수학자 폴 에르되스는 ‘무작위 네트워크(Random Network Theory)’ 이론에 의거해, 정보가 200명에게 확산되는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각각의 그룹 멤버들이 서로 이동하며 또 다른 그룹에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1994년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유행했던 ‘케빈 베이컨의 6단계’라는 게임이 있다. 케빈 베이컨은 우리에겐 영화 ‘풋루즈(Footloose)’로 알려진 배우로 20년 동안 약 5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영화에 함께 출연한 관계를 1단계라고 하고 다른 배우들이 몇 단계 만에 케빈 베이컨과 연결되는가를 찾는 게임이다. 예를 들면, 덴젤 워싱턴은 톰 행크스와 ‘필라델피아’에 출연했으며, 톰 행크스는 케빈 베이컨과 ‘아폴로13호’를 함께 찍었으니, 덴젤 워싱턴은 두 단계가 되는 식이다. 이렇게 케빈 베이컨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경로를 찾는 것이 핵심인 이 게임은 소셜네트워크의 ‘여섯 단계의 분리(six degrees of separation)’ 이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헝가리 작가 카린시는 단편소설 ‘연쇄(1929)’에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알고 있는 5명의 사슬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고 표현했는데, 이후 미국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 Stanley Milgram이 1967년 실험에서 ‘여섯 단계의 분리’ 이론를 구체화했다. 이 실험은 임의의 두 사람을 잇기 위해 몇 번의 연결이 요구되는지를 실험한 것으로 연결 수의 평균값은 5.5번이었다. 즉, 세상은 여섯 단계만 거치면 연결되는 ‘좁은 세상’이란 것이다.

어떤 영화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광고와 홍보를 해도 흥행에 실패하는 반면 어떤 영화는 광고도 없이 입소문을 타고 1,000만 관객을 돌파한다. 또 어떤 제품은 TV광고를 해도 인기가 없는 반면 어떤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맛있는 식당이 새로 문을 열면 처음에는 손님이 없다가 일정기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또 언제부턴가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왜 그럴까? 바로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확산 현상’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가 온라인 SNS를 넘어 사람들 간의 오프라인 연결 관계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사회연결망으로 발전한 것이다.

흔히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영향력자(Influencer)’ 또는 ‘오피니언 리더’라고 한다.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빠른 확산을 위해서는 이들 영향력자를 찾아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서는 단지 2만 명(전체의 0.05%)에 불과한 영향력자들의 글이 유통되는 전체 글의 50%를 차지한다고 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가 이들 영향력자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2단계 정보 전달’ 이론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회학자 던칸 와츠는 유튜브의 영상 전파 과정을 분석한 연구를 통해 유명한 인물(영향력자)보다는 오히려 평범한 일반인들이 수 천만 명의 영상 시청을 이끌어 낸다고 소개했다.

이것은 일종의 연쇄반응과 유사하다.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끼리 특정한 정보나 경향을 받아들이고 이웃에게 전달하며 이 정보가 지속적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 회사가 유명모델을 기용한 TV광고로 신제품 출시를 홍보한다고 가정해보자. 회사는 불특정 다수 광고 시청자들의 관심은 끌 수 있지만, 실제 구매를 계획 중인 이들에게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옆에 있는 지인이 “정말 좋다”라고 얘기하면 구매계획이 없던 사람이라도 순간 귀가 솔깃해진다. 또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지인이 “어떤 영화가 재밌더라”고 한다면 그 정보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연쇄반응처럼 전파된다. 이처럼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정보나 유행의 확산에는 영향력자보다는 평범한 일반인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즉, 소셜네트워크에서의 확산은 소수의 영향력자 때문이 아니라 이웃 사람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보 확산은 한 단계로 연결된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다단계 확산도 일어나기는 하지만 일부분일 뿐이다. 이웃의 선호도가 유사할수록 확산도 더 잘되는 경향이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보일수록 공유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처럼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확산에선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강한 연결(Strong Tie)보단 그룹과 그룹, 그룹과 개인 사이를 잇는 약한 연결(Weak Tie)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효과적인 정보의 확산을 위해서는 이처럼 약한 연결을 통해 비슷한 선호도를 가진 이웃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동질화 과정을 통해 정보가 연쇄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미국 구직자 중 56%가 약한 연결을 통해서 구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답한 조사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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