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중국은 외국 기업을 더 이상 환영하지 않는다

COLD WAR ON BUSINESS:CHINA<BR>BEIJING PULLS BACK THE WELCOME MAT

수십 년 동안 서구 기업들은 세계 최대 신흥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자본을 투자하며 중국의 관료주의를 견뎌왔다. 이젠 중국이 실력을 행사하며 다국적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By SCOTT CENDROWSKI


베이징의 오래된 로열 팰리스 호텔 Royal Palace Hotel 내부에 있는 자이트 베를린 저먼 레스토랑 Zeit Berlin German Restaurant은 외국인들에게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않으면서 들락거릴 수 있는 음식점이다. 지난 9월 말 어느 수요일 밤 이곳에 모인 독일 자동차 회사 임원들은 이 같은 장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들은 이곳에서 헤페바이젠 Hefeweizen 맥주를 곁들여 커리부어스트 currywurst를 먹었다. 지난 두 달간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내에서 강도 높은 공격을 받아왔다. 중국 규제 당국은 불공정 가격 책정 혐의로 폭스바겐 아우디 Volkswagen Audi 합작회사에 4,100만 달러의 벌금을 물렸고, 메르세데스 벤츠 Mercedes-Benz를 상대로는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와중에서도 BMW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이어갔다. 중국의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거의 80%의 점유율을 누리며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던 이 자동차 회사들이 난데없이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된 것이었다. 이들의 월례 미팅은 인맥을 쌓는 자리임과 동시에, 치유를 위한 자리가 되었다.

한 폭스바겐 임원이 중국의 새로운 자동차 리스 옵션에 대한 파워포인트를 넘기고 있는 동안, BMW의 재정 담당 임원은 식당 뒤에 서서 “뭐 어쩔 수 있나요?”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안 당하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조사가 급증했다. 신문 헤드라인에 다국적 기업에 대한 기사가 늘면서, 전 세계 이사회 실에서는 중국이 외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두려움이 커졌다. 6년 전 중국에 도입된 반독점법에 따라 외국 기업이 중국 기업보다 훨씬 더 많은 벌금을 물고 있기 때문이다. 타깃이 된 기업 리스트를 보면 거의 전면전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올 여름, 일리노이에 본사를 둔 미드 존슨 뉴트리션 Mead Johnson Nutrition과 애벗 래버러토리스 Abbott Laboratories 등 6개의 분유회사가 가격 담합으로 기소돼 1억 1,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그 다음으론 존슨앤드존슨 Johnson & Johnson을 비롯한 여러 콘택트렌즈 회사들이 최저 가격을 설정했다는 이유로 3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일본의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 12곳은 가격 담합 혐의로 올여름 2억 달러의 벌금을 맞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GlaxoSmithKline(GSK)은 약을 팔기 위해 의사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되어 1년간의 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 9월 4억 9,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비밀리에 진행된 1년간의 재판 후, 전 GSK 중국 지사장은 영국으로 추방되는 처지에 몰렸다. 폭스바겐처럼 나머지 독일 자동차 회사들도 상당액의 벌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점적 행동’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퀄컴 Qualcomm도 10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에서 25년간 일해온 짐 맥그리거 Jim McGregor는 이를 두고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월스트리트 저널 지국장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다우 존스 CEO를 거쳐 현재는 다국적 기업 전문 자문 회사 APCO 월드와이드 APCO Worldwide의 중국 법인 회장을 맡고 있다. “중국이 합심 하에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외국 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다국적 기업들이 지난 25년 가운데 여느 때 없이 중국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

맥그리거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명확한 정책 아래 외국 기업들을 압박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다국적 기업을 압박하는 형국이 됐다고 보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정치적인 이유다. 약 2년 전 시진핑 국가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온갖 부정·부패로 가득 찬 공산당을 장악했다. 이들은 중국 최고의 정치 기관인 중앙정치국상무위원회(Politburo Standing Committee)의 일원을 비롯해 수천 명의 동료 정치인들을 상대로 전례 없는 조사를 벌인 후 최근 다음 타깃으로 넘어갔다. 바로 ‘탐욕스러운 다국적 기업’을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 규제 당국이 개혁의 물결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어젠다를 결정하는 제3차 총회에서 국가 계획의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의 원리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맥그리거는 “중국 규제 당국이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독점법을 이용해 외국 기업을 압박하는 국가개발개혁위원회(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ssion, NDRC)라는 규제 기관 역시 국가 계획을 지휘하는 곳이다. 그 밖에도 중국은 산업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새로운 반독점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랫동안 중국은 특허 사용료에 대해 ‘왜 우리가 만든 기술을 이용하는 데 돈을 내야 하지?’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은 칩 가격을 문제 삼아 퀄컴을 조사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면서 화웨이 Huawei같은 ‘자국의 우수기업’에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외국 기업 조사는 미디어와 정부 기관들의 ‘설전’을 유발했다. 중국의 EU 상공회의소는 EU 기업들이 적법 절차도 없이 자백 압력을 받았다며 지난 8월 가장 먼저 반격에 나섰다. EU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경쟁법이 외국 회사에 해를 가하기 위한 행정 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의 미 상공회의소도 한 달 후 합류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회사 중 절반이 외국 기업이 일방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잭 루 Jack Lew 미 재무장관도 설전에 가담했다. 그는 중국 재무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중국의 조사로 인해 두 국가가 모두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우려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발이 점점 거세지자 중국은 이례적으로 비판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2인자 리커창 부주석은 지난 9월 반독점 조사 중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는 단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0%라는 비율이 맞는다고 해도, 의심 가는 부분은 여전히 있다. 특히 중국이 전체 조사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고,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보다 훨씬 더 많은 벌금을 내고 있다. 이 조사가 외국 기업에게 두려움을 주는 이유는 더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반독점 변호사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NDRC는 원래 괴롭히길 좋아하는 기관으로 악명이 높다고 말했다. NDRC는 기업이 변호사를 대동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이들이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는지도 알려주지 않을 때가 많을 뿐만 아니라, 자백서에 사인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국위원회(US-China Business Council)의 부위원장 에린 에니스 Erin Ennis는 “우리와 이야기를 나눴던 중국의 반독점 담당 정부 관계자들은 변호사를 대동하겠다고 요청하는 것 자체도 유죄의 신호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소송은 규제 당국의 실력 행사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중국 정부와 더 가깝게 지낸 기업은 없었다. 2006년 후진타오 당시 국가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워싱턴에서 부시 대통령과 만나기 전, 4만 평방피트(약 1,100평)에 달하는 빌 게이츠의 자택을 먼저 방문해 만찬을 함께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올여름에는 또 다른 반독점법 시행기관인 중국공상행정청(the State Administration for Industry and Commerce, SAIC)이 독점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베이징 사무실과 엑센추어 Accenture 사무실을 급습하기도 했다(엑센추어는 SAIC의 조사 대상이 아니다).

중국의 국영 미디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불법 복제 방지용 소프트웨어 코드를 사용하는 것은 자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하는 일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규제 당국은 또 마이크로소프트에 20일의 시한을 주고 윈도의 호환성 문제에 대해 답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불법 복제 때문에 중국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중 실제로 판매된 건 단 10%에 불과하고, 중국 내 수익이 네덜란드에도 미치지 못한다고-우연은 아닐 것이다-밝힌 기업에게 이런 일을 벌인 것이었다.

기술 분야의 사모펀드 회사 및 헤지 펀드 투자자들에게 자문을 해주며 중국에서 20년간 일해온 BDA의 덩컨 클라크 Duncan Clark는 “중국은 불법 복제 방지 코드를 시장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지적했는데, 이는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는 거의 웃음거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규제 당국의 의도는 다른 데에 있다. 그들은 조사를 통해 대중의 인기를 노리고 있다. 외국 기업도 엄격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한다.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물리면, 물론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더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황이란 중국 정부가 외국 파트너들을 멀어지게 만들 위험을 의미한다. 중국 내 외국인 직접 투자는 지난 8월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본의 투자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45%나 떨어지고, 유럽의 투자는 18%, 미국의 투자도 17%가량 감소했다. 물론 투자 감소를 바로 조사 탓으로 연결할 순 없다. 중국의 GDP 성장 둔화-경제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의 성장 목표인 7.5%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역시 외국인 투자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을 압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 위기 여파로 중국에서는 보호주의 정책이 시작됐다. 예컨대 2009년 이전 중국의 풍력 발전용 터빈 시장은 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했고, 기술 노하우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 위기 후 중국 정부가 무려 6,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후, 터빈은 중국 업체에서 공급받도록 했고, 새로운 기술 요건을 마련해 외국 기업에겐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중국에 있는 독일계 기업 리파워 Repower의 CEO 울프강 유센 Wolfgang Jussen은 풍력 발전소를 조성하는 중국 지방 정부가 “법적으로 우리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외국 기업의 터빈 시장 점유율이 10%로 떨어졌고, 중견 터빈 제조업체 리파워도 결국 2011년 생산을 중단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소송이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다. 예컨대 자동차 회사들은 조사 후 일부 예비 부품의 가격을 50%나 인하했다. 이제 이들은 딜러들이 비정품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반외국 기업 관련 뉴스가 쏟아져도 중국은 외국 기업에게 여전히 최고 해외 시장임에 분명하다. 클리블랜드 Cleveland에 본사를 둔 항공기 및 불도저 부품 제조업체 파카 하니핀 Parker Hannifin의 아·태 지역 지사장 커트 켈러 Kurt Keller는 “중국에는 14억 명이라는 엄청난 수요가 있다. 때문에 무시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수십 개에 달하는 다른 회사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압력을 받고 있는 회사들도 중국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딜 후사인 Adil Husain은 “이 시장에서 떠난다면, 전 세계 그 어떤 주주들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하이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며, 다국적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외국 기업 임원들은 이 같은 단속이 일상이 될지, 아니면 견뎌야 할 일시적 위기일지 궁금해하고 있다. 전 노키아 차이나의 부사장이자 현재 베이징에서 임원 전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CJ 리우 CJ Liu는 “단속이 2~3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것이 중국식이다. 정치와 사회 개혁이 시작되고 끝나기를 반복한다.”

중국 내 기업활동을 위한 새로운 법칙들

1. 차별화하라:
중국 정부는 두 팔 벌려 텔사 Telsa를 환영했다. 전기 자동차를 대중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10억 소비자(One Billion Customers)’의 저자 짐 맥그리거는 “중국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공격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선 그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

2. 적법 절차를 기대하지 말라:
관료들은 부정·부패에 대한 조사를 받으며 혐의 없이도 구류되어 있다. 반독점 조사라고 해서 완전히 다르진 않을 것이다. 때문에 조사에 대비해야 한다. 상하이에 있는 컨설팅 회사 이머징 스트레티지 Emerging Strategy의 아딜 후사인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맥도날드는 분명 이를 기업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 완강히 버텨라:
맥그리거가 쓴 ‘10억 소비자’에는 현재 상황에 잘 맞는 조언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무엇이든 요구할 것이다. 기업이 멍청하게 그 모든 것을 다 수용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은 그렇다.” 하지만 모두를 수용해선 결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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