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그룹은 지금] SK

핵심 계열사 가치 극대화로<br>포춘코리아500 2위 수성한다

포춘코리아는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서울대 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국내 모든 주식회사의 순위를 종합적으로 선정해 ‘한국 500대 기업(포춘코리아 500)’을 발표하고 있다. 국내 최초 연결재무제표 매출 기준으로 순위를 정하는 이 리스트에서 지난 3년간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2위를 고수한 기업이 있다. 바로 SK(주)다. SK(주)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핵심사업을 지원하며 기업가치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SK(주)의 기원은 지난 1962년 설립된 대한석유공사에서 출발한다. 1960년대 들어 정부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정유 공장 건설을 결정하고 대한석유공사를 통해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대한석유공사는 국내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을 ‘석탄’ 중심에서 ‘석유’ 중심으로 바꿔놓는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1980년, 대한석유공사는 당시 재계 10위권이었던 선경그룹(현 SK그룹)에 인수된다. 당시 정부는 제 2차 석유파동으로 글로벌 정세가 혼란해지자 대한석유공사의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새 주인을 찾고 있었다.

‘석유사업’에 대한 선경그룹의 의지는 강력했다. 당시 고(故) 최종현 회장은 “회사의 이익 중 15% 이상을 매년 석유개발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 사업인 만큼, 설령 실패하더라도 직원을 문책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선경에 인수된 대한석유공사는 그 후 유공을 거쳐 현재의 SK(주)로 사명을 바꾸고 국내 에너지 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후 2007년 SK(주)는 사업부문 인적분할을 통해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하게 된다.

지주회사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영위하지는 않는다. 자회사 주식을 소유해 사업 내용 전반을 지배한다.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와 경영 효율성 강화를 통해 책임 경영체제의 정착을 돕는 것이 지주회사의 역할이다. SK(주) 역시 보유한 주식을 기반으로 자회사들의 경영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SK(주)는 지난 2013년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된다. 당시 SK그룹은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표방한 ‘따로 또 같이 3.0’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독립 경영으로 안정된 수익 창출을 이뤄내기 위해선 사업 전략과 재무에 능통한 각 계열사별 CEO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SK(주)는 기존에 영위해온 그룹 차원의 주요 의사결정 논의가 ‘수펙스추구협의회’로 이관되면서 ‘투자업무’에 초점을 맞춘 사업을 펼치기로 결정된 상황이었다.

그룹이 선택한 SK(주)의 신임 사장은 바로 현 조대식 사장이었다. 조 사장은 SK 입사 이후 재무담당, 재무팀장을 맡을 정도로 재무 및 포트폴리오 관리 경험이 풍부한 ‘재무통’이었다. 조 사장은 풍부한 재무경험을 살려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자회사의 기반 강화에 성공하는 등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조 사장의 능력은 실적이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SK(주)는 1조 628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과 당기 순이익은 각각 9,236억 원과 1,112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무려 86.9%에 달했다. 물론 배당금 수익과 상표권 사용 수익이 주 수익원인 지주회사들은 특별한 영업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높은 영업수익률은 자회사의 실적과 연관되어 있다. 자회사 매출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레 지주회사의 매출 역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SK(주)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C, SK건설, SK해운, SK E&S, SK바이오팜, SK임업 등 총 9개(올 9월 기준) 국내 자회사를 두고 있다.

특히 이들 자회사 중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건설이 각각 에너지, 통신, 건설 분야에서 SK(주)라는 든든한 지원군과 확고한 시장 경쟁력을 앞세워 양호한 실적을 거둬들이고 있다. SK(주)가 그룹 전체의 ‘재무 담당’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3개 기업은 그룹 전체 경쟁력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SK(주), 나아가 SK그룹의 역량을 살펴보려면 핵심 성장동력을 책임지고 있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건설의 사업 현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탈정유’ 전략 성공

장기간 계속된 글로벌 경기 불황은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사업군인 정유사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488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같은 흑자전환에는 그동안 ‘탈(脫)정유’를 외쳐온 구자영 부회장의 전략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탈 정유 전략’이 가장 성공한 사업군은 석유 개발을 포함한 자원개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4년 해외 석유개발을 비롯한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R&I 부문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미국 휴스턴에 설립한 자회사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석유개발회사 ‘플리머스 Plymouth’와 ‘케이에이 헨리 KA Henry’가 보유한 미국 내 석유 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인수로 전통적 미국 석유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셰일가스·오일 등 비(非)전통자원 개발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 부회장도 미국 현지를 방문해 “새로운 사업기회에 대비해 미국 석유개발 법인을 비전통자원 개발사업의 글로벌 전초기지로 발전시키겠다”며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인수한 오클라호마, 텍사스 생산광구 2곳 중 오클라호마 광구에서 하루 3,750배럴의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전 세계 광구에서 생산하고 있는 하루 양은 7만 1,000배럴 수준(2014년 2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은 내년 베트남 광구의 추가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자원개발 부문에서 더 큰 매출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전략이 틀리지 않았음은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상반기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핵심 사업군인 정유사업이 75%, 뒤이어 화학사업이 19%, 윤활유사업이 4%, 석유개발사업 및 배터리사업이 2%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유사업이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석유개발사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석유개발사업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지난 3분기 기준 1,214억 원이었다. 2010년 3분기 이후 석유개발사업에서 매 분기 1,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탈정유 전략을 기반으로 성장한 석유개발사업이 어느새 SK이노베이션의 ‘신성장 동력’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의 ‘일보 후퇴, 이보 전진’

국내 이동통신업계 부동의 1위 기업 SK텔레콤의 지난 3분기 성적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요약할 수 있다. 영업이익 부문에선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가입자 증가세를 유지하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지난 3분기 매출은 4조 3,675억 원이었다. 이는 전분기 대비 1.4% 증가한 수치였다. 반면 영업이익은 5,366억 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7% 소폭 감소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선 2.7% 감소한 수치였다. 하지만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이번 실적 하락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롱텀에볼루션(LTE)가입자의 지속적인 증가세다. 지난 9월 말 기준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업체 최초로 LTE 가입자 수 1,6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LTE 가입자 수 증가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4.3%, 전 분기 대비 1.5% 늘어나며 향후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성장 동력 역시 SK텔레콤의 반등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ICT노믹스(ICT+Economics)’ 기반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도약을 선언한 바 있다. 이미 본궤도에 올라 있는 ‘이동통신사업’을 기반으로 융복합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게 SK텔레콤의 전략이다. 가장 각광 받고 있는 SK텔레콤의 신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를 꼽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헬스케어 사업 분야를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고 의료용 체외진단기기, 건강관리 서비스, 스마트병원(Smart Hospital) 솔루션의 기술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불과 1년여 만에 중국시장 진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최근 SK텔레콤은 중국 심천에 ‘SK텔레콤 헬스케어 R&D 센터’와 ‘SK심천메디컬센터’를 건립해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중국을 헬스케어 사업의 핵심 전략 시장으로 선정하고, 센터 두 곳을 향후 중국 내 사업 확장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이번의 센터 두 곳의 개소는 미래의 건강관리 서비스와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SK텔레콤만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넘어 국내 헬스케어 사업 분야의 해외 진출을 돕고 세계적으로 한국 ICT와 의료 서비스 및 기술 분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건설, 해외에서 길을 찾다

지독한 건설 시장 불황에도 SK건설은 3분기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수치로 보면 크게 높지 않지만 전반적인 건설업계 현황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실적이라 할 수 있다. SK건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65억 8,082만 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약 530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이후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3분기 매출액도 약 2조 615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9.7%가 증가했다. SK건설은 지금과 같은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 올해 전체 실적도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흑자 전환을 이끈 원동력은 바로 잇단 해외사업 수주 성공이었다. 지난 8월 SK건설은 25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조 7,900억 원) 규모의 캐나다 포트힐스 오일샌드 플랜트 건설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오일샌드는 원유가 지표면 근처에서 모래나 돌과 함께 굳은 것으로 최근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자원이다. SK 건설은 이번 프로젝트 수주로 세계적인 오일샌드 매장지인 캐나다 서부 앨버타 주 포트힐스 광구에 묻혀 있는 오일샌드를 채굴해 하루 18만 배럴의 비투멘(오일샌드 전 단계 중질유)을 생산하는 추출 시설을 오는 2017년까지 신설하게 된다. 특히 SK건설은 이 사업을 통해 올해 초 조기행·최광철 SK건설 공동대표가 언급했던 “해외역량 향상과 오일샌드 진입기반 조기 구축” 목표의 달성 기반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SK건설은 지난 2월 1조 7,000억 원 규모의 쿠웨이트 클린퓨얼 프로젝트, 1조 6,000억 원 규모의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건설사업도 수주했다.

SK건설은 국내 시장의 불황을 해외사업 수주를 통해 만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SK건설의 해외 수주액은 42억 달러(약 4조 6,000억 원)로 전체 건설사 중 3위에 올랐다. 이는 7위에 머물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2% 수주액이 증가한 수치다. 다시 말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이 매출 상승이라는 성과를 가져다 준 것이다. 이처럼 지주회사 SK(주)와 주요 계열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사업 역량을 극대화 시키며 SK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SK그룹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몇몇 계열사의 실적부진은 그룹 전반의 강도 높은 사업구조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이 가장 큰 치명타가 되고 있다. SK(주)가 악재를 딛고 내년에도 포춘코리아 500 리스트에서 2위 자리를 수성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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