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드론 시대’가 열리다

포춘 500대 기업들의 수요와 실리콘밸리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무인기 산업이 세계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다.
BY CLAY DILLOW
PHOTOGRAPHS BY STEPHEN LEWIS


어느 햇빛 좋은 금요일, 드론의 시범 비행을 보러 나갔다. 장소는 인디애나폴리스의 브로드 리플 Broad Ripple 지역. 늦은 오후였지만 바람이 약해 최적의 비행 조건이었다. 에어드로이즈 AirDroids -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드론을 제작하는 지역 벤처업체-의 공동 창업자 겸 수석 엔지니어인 티제이 존슨 T.J. Johnson(29)이 동행했다. 존슨은 시내 공원 내 잔디밭에 무릎을 꿇고, 미식축구공 정도 크기의 검은 운반 상자의 지퍼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최종 완성을 앞두고 있는 회사의 유일한 상품, 포켓 드론 Pocket Drone이 들어 있었다.

포켓 드론은 3개의 회전날개를 갖춘 접이식 소형 무인 항공기다. 접으면 배낭에 들어갈 정도로 작지만,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프로펠러 모터 3개의 출력은 고프로 GoPro 카메라 *역주: 액션 캠코더의 일종를 실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회사 창업자들은 포켓 드론이 ‘소형 비행 로봇’ - 일반인들이 어디든지 들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마다 하늘에서 본 영상을 찍을 수 있다 - 이라는 거대한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존슨은 빠른 손놀림으로 회전날개를 조립한 후 배터리를 연결했다. 그리고 몇 발짝 뒤로 물러서 드론이 비행할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띄운 공원의 위성 사진에 드론이 거쳐 갈 지점을 지정한 다음 비행 명령을 내렸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더니 곧 드론은 놀라운 속도로 이륙했다. 잠시 우리 머리 위에 머물렀지만, 곧 설정된 비행 경로를 따라 자동으로 날기 시작했다. 우리가 드론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존슨의 태블릿에선 기계적인 톤의 여성 목소리가 드론의 이동 상황을 안내했다. “제1지점 통과, 제2지점…”

에어드로이즈의 발전도 포켓 드론의 움직임 못지않게 빨랐다. 존슨과 티머시 로이터 Timothy Reuter(37), 챈스 로스 Chance Roth(40) 세 창업자는 올해 1월 킥스타터 Kickstarter *역주: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포켓 드론의 대략적인 시제품을 올렸다. 세 사람의 목표 모금액은 3만 5,000달러였다. 하지만 불과 60일 후 이들은 약 1,800대를 제작할 수 있는 92만 9,212달러를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판매액은 에어드로이즈 웹사이트에서 예약주문을 받으면서 더 늘어나, 현재 약 12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공학 전공자이자 평소에는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존슨은 “우리 제품이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100만 달러 돌파는 정말 놀랄만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수요가 많을 줄은 몰랐다.”

에어드로이즈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자동차 업계에 포드 사의 모델 T가 등장했을 때처럼, 드론 업계는 현재 상업적 기반을 찾아 가고 있다. 그 결과 세계가 변하고 있다. 미국에서 무인항공기는 흔히 드론이라 불리는데, 이를 일반 소비자들이 활용하거나 상업적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가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많은 미국인은 드론이라는 단어에서 테러와의 전쟁, 파키스탄이나 예멘 등지에서 벌어지는 비밀 작전 등을 떠올린다. 윤기 없는 회색빛의 대형 무인 항공기 프레데터 Predator와 리퍼 Reaper는 지난 수십 년간 여러 국가의 하늘을 누볐고, 이제는 드론 폭격의 동의어처럼 통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일반 소비자용 드론은 존재하지 않았다. 불과 2년 전까지도 조종법이 간단한 저가 상업용 드론은 상상 속 미래에나 존재했다. 하지만 이젠 드론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전 세계 비(非)군사용 드론 시장은 25억 달러 규모로 커졌으며, 연간 15~2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행법을 감안할 때 놀랄 만한 성장세다. 상업용 드론의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선 아직 공식적으로 드론의 이용이 불가능하다. 일본, 호주, 프랑스, 영국에서 상업용 드론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은 아직 상업용 드론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드론의 상업적 이용을 막기 위한 전면적 금지령을 발표한 상황이다. 연방항공청의 규제 대상이 아닌 여가용 드론과 규제 대상인 상업용 드론 간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지난 9월 연방항공청은 6개 영화사에 드론의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가했고, 알래스카 주에선 원유 채굴 작업 감독 용도로 드론을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향후 최소 1년간은 규제 당국이 드론 관련 종합적인 지침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국의 망설임에도 드론 산업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 벤처 투자자, 벤처업체까지 수많은 이들이 드론 기술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 DHL은 드론을 배달 용도로 사용하는 실험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몇 개월간 비행이 가능한 보잉 747기만 한 크기의 드론으로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농업부터 광업까지(하단의 ‘드론이 뜨고 있는 다섯 가지 산업’ 기사를 참조하라) 여러 업계의 대형 업체들이 무인 항공기의 비상에 힘을 더하고 있다. 광산업계는 최근 드론 문제 해결을 정치권에 촉구하기 위해 구글·아마존의 지원을 받아 워싱턴의 로비 단체를 영입하기도 했다. 법적인 문제에도 미국의 드론 혁명은 이미 진행 중이란 얘기다.

드론이 언젠가 현실을 바꾸리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제는 드론의 대중화 과정에서 어떤 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어떤 기업과 투자자가 가장 큰 수혜를 보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마크 헤이넨 Mark Heynen은 포춘과의 인터뷰가 시작된 지 불과 몇 분 후 “우리는 데이터 업체다. 드론 업체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헤이넨은 샌프란시스코 소재 상업용 드론 전문 벤처업체인 스카이캐치 Skycatch에서 대고객업무 담당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다. 상업용 드론 및 관련 소프트웨어를 제조·판매하는 회사의 임원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놀라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후 며칠간 베이 에이리어 Bay Area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드론 업체들을 방문하면서, 헤이넨처럼 말하는 이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었다.

최근 1년 반 동안 베이 에이리어에는 지역의 터줏대감인 소프트웨어 업체들 사이로 숱한 드론 관련 벤처가 등장했다. 스카이캐치를 비롯한 이들 중 상당수는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 과정을 마쳤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기술 벤처들을 본받아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개방형 사무공간으로 이전을 시작했다. 원목 패널로 장식된 새 사무실의 노출 천장 아래에선 20대 프로그래머들이 높이 조절이 가능한 좌식(혹은 입식)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바삐 두드리고 있다.

IT업계의 심장부에서 진행 중인 드론 열풍을 이해하기 위해선, 미국 드론 산업이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두 분야, 즉 데이터 분석 및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두 분야의 발전은 실리콘밸리와 IT업계 전체의 이익과 직결된다. 클라우드 업체 박스 Box의 창업자 겸 CEO 애런 레비 Aaron Levie는 상업용 드론의 확산에 대해 “(드론은) 유용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데이터는 어디서 생성될까? 한 마디로 대답한다면 사물인터넷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드론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가 확보될 것이다.”

드론은 유인기보단 낮고 크레인 등 지상의 운송수단보단 높은 고도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화 제작, 토목공학, 야외 채굴 작업, 사진 촬영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드론을 활용하면 세상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배관에서 유출되는 가스, 식물의 질소 부족 등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데이터다. 그러나 드론에 장착된 다중분광센서를 활용하면 이런 데이터를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다량으로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 점점 향상되는 클라우드의 처리 능력을 활용하면 넓은 지역의 고해상도 3D 지도를 빠르게 완성할 수도 있다.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보이며, 드론은 이를 확보하는 수단일 뿐이다. BP *역주: 세계 2위의 정유업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의 정보기술 및 시스템 사무소 기술 디렉터인 커트 스미스 Curt Smith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있다면 그 방식도 쓸 것”이라고 말했다. BP는 미국 연방항공청으로부터 상업적 드론 사용을 허가받은 유일한 업체다. “드론을 활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캐치의 창립자이자 CEO인 크리스천 샌즈 Christian Sanz는 지난해 스카이캐치를 설립했다(직접 2주 동안 만든 드론으로 공사장을 항공 촬영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샌즈의 당초 사업모델은 드론을 활용한 공사장 촬영이었다. 건설업체들은 공사의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샌즈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고품질 항공 사진 수요가 엄청나다는 점에 깜짝 놀랐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시작한 지 2주 만에 더 이상 일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결국 일을 공짜로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샌즈는 사진 촬영을 자동화한다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창업에 돌입했다. 그는 GPS 안내를 받는 드론이 사진을 촬영하고, 자동화된 착륙장 시설을 통해 비행 중간에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가격은 10만 달러였다. 2013년 말까지 10건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지난 5월, 스카이캐치는 구글 벤처스 Google Ventures 등으로부터 총 1,3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샌즈는 이미 시리즈 B *역주: 벤처투자의 2단계. 시리즈 A,B,C..순으로 진행된다를 더 큰 규모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스카이캐치의 고객 명단에는 클레이코 Clayco, 디피알 DPR, 벡텔 Bechtel, 프랑스의 뷔그 Bouygues 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원하는 다른 업계에서도 스카이캐치를 찾고 있다. 광업(리오 틴토 Rio Tinto)과 에너지(셰브론 Chevron, 퍼스트 솔라 First Solar) 업체들도 항공사진과 3D 지도를 부담 없는 가격에 정기적으로 사용해 작업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스카이캐치는 판매량이 매달 두 배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드론을 사치스러운 실험이 아닌, 사업상 꼭 필요한 요소로 보는 기업이 늘고 있는 셈이다.

에어웨어 Airware-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또 다른 드론 전문 벤처업체-의 조너선 다우니 Jonathan Downey 창업자 겸 CEO는 “비용이 아니라 데이터의 가치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우니는 2011년 범용 드론 운영체제 개발을 목표로 에어웨어를 창업했다. 어떤 종류의 드론이든 이를 보유한 회사의 기존 드론과 인터페이스 충돌 없이 운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센서와 연결되는 소프트웨어 도구 모음을 개발하고자 한 것이다.

스카이캐치와 마찬가지로, 에어웨어 또한 지난해 앤드리슨 호로비츠 Andreessen Horowitz, 구글 벤처스 등의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1,107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7월에도 2,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추가 확보해 추진력을 얻었다. 또 스카이캐치처럼 샌프란시스코 사우스 오브 마켓 SoMA 지역 내 근사한 사무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에어웨어는 드론의 상업적 활용을 위해 고객들과 협력하고 있다. 다우니는 그 결과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국 현행법상 우리 제품 구매는 불법이다.” 이는 스카이캐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상업용 드론 개발업체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2012년에 연방항공청 재인증 및 개혁법안(FAA Reauthorization and Reform Act)이 제정됐다. 이를 통해 연방항공청은 소형 무인항공기 시스템(UAS)의 영공 내 허용 절차 및 사용 관련 규제를 만드는 새로운 임무를 맡았다. 연방항공청은 연말까지 규제 초안을 발표하고, 이후 업계 의견 수렴 및 의회의 심의 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쯤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드론 업체들은 법적 문제의 해결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재로선 미국 영공 전역을 감시할 연방항공청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업체가 당국의 눈을 피해 상업용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적발될 경우엔 정지명령을 받게 된다.

지난해 상업용 드론에 대한 투자와 상업적 이해 관계가 맞물리면서 기존 상태에 얼마간의 변화가 일어났다. 8월 소비자용 드론 제작업체인 디제이아이 DJI, 스리디 로보틱스 3D Robotics, 패롯 Parrot은 아마존과 힘을 합쳐 소형 무인항공기 연합(Small UAV Coalition)을 결성하고 워싱턴의 로비 단체 애킨 검프 Akin Gump에 로비 활동을 위임했다. 이후 에어웨어, 고프로, 구글엑스 GoogleX가 합류했다. 워싱턴 밖에선 기관 투자자와 항공우주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22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유에이에스 아메리카 펀드 UAS America Fund라는 이름의 이 기금은 상업용 드론의 홍보와 안전한 영공 내 이용을 위한 필수 인프라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 당국이 전반적인 규제안을 내놓기 전까지 소형 드론에 대한 R&D를 가능케 하는 법적인 여지를 만들기 위해 이 컨소시엄은 소형 상업용 드론에 대한 연방항공청의 전면적 금지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애킨 검프의 선임 정책 고문 겸 소형 무인항공기 연합의 상임이사인 마이클 드로박 Michael Drobac은 “안전 문제를 들어 금지하고 있는데, 드론의 안전성을 높이려면 시험을 계속 해 봐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역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여러 미국 업체와 혁신적 인재들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기회를 다른 나라들에 넘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책임 소재는 확실히 하되, 전진해야 한다.”

조노 밀린 Jono Millin(28)은 “(연방항공청이 주장하는 안전 관련) 우려 중 대다수는 기술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는 그중 상당 부분을 해결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멘로 파크 Menlo Park의 소금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밀린은 상업용 드론의 미래를 역설했다. 그는 각종 드론의 사용법이 어린아이도 알 만큼 쉬워지고, 비행 장소와 관계없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또 드론의 안전성이 매우 높아지고, 드론 운행 지원 전문업체나 당국이 실시간으로 특정 무인기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내다보았다. 드론 사용의 이점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모두가 이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밀린은 드론디플로이 DroneDeploy의 공동창업자 겸 제품 총책임자다. 필자는 밀린과 공동창업자 닉 필킹턴 Nick Pilkington의 안내로 실리콘밸리의 심장부를 방문해 드론의 미래가 펼쳐져 있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바닥이 갈라진 흰 소금 평야 저쪽으로 멀리 페이스북 본사 건물이 보였다. 밀린은 드론디플로이의 전 직원이 일주일에 한 번쯤은 비행기를 시험한다고 말했다. 시제품을 구매한 고객 20여 명이 10개 주에 걸쳐 살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제보한 각종 문제들을 직원들이 찾아가 해결하고 소프트웨어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서란다.

밀린에 따르면, 고객 대부분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드론을 활용한 영업 방식을 찾는 기업들이다. “앞서나가기 위한 노력이다. 현행 규정에는 회색지대가 있고, 이로 인한 혼란이 무척 크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활용하면서 발전한다.“

드론디플로이는 아직 정직원이 9명에 불과한 작은 조직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원룸 아파트를 같이 쓰던 세 젊은이가 공동으로 창업했다. 인근의 깔끔하고 화려한 사무 공간과는 대조적으로, 드론디플로이의 현재 사무실은 뉴욕 시 브루클린의 버시위크 Bushwick 지역 *역주: 중하류층 거주지 어딘가에 있을 법한 다락방을 닮았다. 실리콘밸리 특유의 화려함, 예컨대 원목 인테리어나 밝은 색 벽을 배경으로 원형 소파가 여기저기 놓인 회의실은 찾아볼 수 없다. 20대 청년 여럿이 컴퓨터 화면 앞에서 일에 열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밀린과 필킹턴, 마이크 윈 Mike Winn 세 창업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고등학교 동창이다. 영국에서 각자 떨어져 살고 있던 2012년 중반, 이들은 오랫동안 함께 생각해 온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CEO를 맡고 있는 윈은 “5년 전이었다면 회사를 세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할 나위 없는 적기인 듯하다.

구글에서 세일즈 툴 개발을 맡고 있던 윈은 사표를 던졌고, 에딘버러 대와 케임브리지 대에서 각각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밀린과 필킹턴도 학업을 중단했다. 목표는 트럼프 카드만 한 크기의 무선 LTE 모뎀 개발이었다. 코파일러트 CoPilot라는 이름의 이 모뎀은 드론에 내장된 시스템과 교신해 자동 조종 장치에 데이터를 전송하고,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드론의 센서에서 데이터를 내려 받는다.

드론을 휴대전화망 내에서 사용한다는 것이 큰 틀의 생각이었다. 세 창업자에 따르면, 드론디플로이 사의 기술을 활용하면 드론 제어 시스템을 기존의 무선 통신 인프라와 연결할 수 있다. 거추장스러운 지상 전송 기지 없이 드론에서 데이터를 내려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곧장 클라우드에 전송돼 처리되고, 사용자는 어디서나 드론에 접속할 수 있다. 업체들은 자체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구매하지 않아도, 버라이즌 Verizon이나 에이티앤티 AT&T 등 통신사의 무선 인프라를 활용해 드론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드론을 기존 통신 인프라와 결합한 덕분에, 스티로폼 에어프레임으로 본체를 만든 고리 모양의 흰색 드론이 머리 위를 나는 동안 우리는 짭짤한 아몬드를 씹으며 그 모습을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밀린은 드론을 띄우기 전 스마트폰으로 비행 경로를 입력했다. 하지만 30분간의 비행 중 두 번이나 드론디플로이의 조종 소프트웨어가 변경되고 있음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밀린은 “전 직원이 이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드론의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전송 중”이라며 “이론상 우리가 할 일은 그저 드론을 띄우고 마지막에 다시 가져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밀린은 이러한 단순성을 통해 상업용 드론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연방항공청에 비행 계획을 전송해 다른 비행 계획이나 비행제한구역과 겹치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동화를 활용하면 드론에겐 각종 산업에 진출할 길이 열릴 것이다. 로봇이 약 4만㎡ 분량의 고해상도 지도 데이터를 수집할 동안 인간은 휴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도에 기록된 내용에 따라 데이터의 가치도 치솟을 수 있다.

기업이 드론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데이터의 가치에 있다. 그러나 연방항공청의 상업용 무인항공기 규제로 인해 드론 도입 열기의 상당 부분은 음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에어웨어의 다우니는 호주, 프랑스 및 기타 유럽 지역의 고객들에 대해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 진출 문제에 대해선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드론디플로이의 창업자들은 고객사들이 상업적 활용를 목표로 드론을 실험 중이거나, 드론을 사용해 이익 창출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고객들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다. 스카이캐치는 야외 광산업, 건설,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인 업체들에게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샌즈는 베이 에어리어의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스카이캐치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솔직히 밝혔지만, 그 이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머지않아 이들 회사 중 상당수가 합법적인 지위를 얻을 것이다. 소형 드론 기술이 확산되고 상업용 드론 금지를 완화해 달라는 여러 업계 및 이익단체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연방항공청은 특정 업체와 기종은 예외적으로 허용해 주는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333조 예외’라 불리는 이 제도의 첫 수혜자는 BP였다. 올해 BP는 북극해 인근 알래스카 북부의 프러도 만(Prudhoe Bay) 상공에서 한 가지 종류의 드론 시스템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드론 업계 전체가 직면한 법적 장애물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예외였다.

지난 9월 말, 연방항공청은 333조에 근거해 두 번째 예외를 허용했다. 영화 및 방송 제작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당 업계에서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냈다. 연방항공청이 업계 전체에 드론의 상업적 이용을 허용한 첫 사례였다. 이를 계기로 연방항공청이 드론 작업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증명한 기업에 대해 예외 인정 여부를 검토·허가할 수 있는 절차가 만들어졌다. 드론 기업들에는 희소식이다. 건설, 농업, 에너지, 발전에 이르기까지 10곳이 넘는 산업 분야가 333조 예외를 신청한 상황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올해 안으로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일부 드론 제작사는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연방항공청이 별다른 규제를 가하지 않는 여가용 드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홍콩 기업인 디제이아이는 여가용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자사의 쿼드콥터 드론 *역주: 회전날개가 4개인 제품인 팬텀 Phantom이 매달 3만 대 이상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소비자 드론 시장의 규모는 약 8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일각에선 이 시장의 규모가 1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소비자용 드론’의 정의가 다른 까닭이다.

와이어드 Wired지의 전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 Chris Anderson은 버클리에서 스리디 로보틱스 3D Robotics사를 공동 창업하고 CEO에 취임했다. 작년 9월 투자유치 시리즈 B를 마친 그의 회사는 훨씬 큰 소비자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스리디 로보틱스가 판매하는 기성품 드론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개조할 수 있어, 소비자용과 여가용 양쪽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앤더슨은 자사 핵심 기술이 상업용 드론에 활용 가능하며 실제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소비자 시장과 상업용 시장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며 “소비자 시장이 기술 면에서나, 적용 면에서나 앞서나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다시 인디애나폴리스로 돌아가보자. 에어드로이즈의 드론이 예정된 경로를 따라 비행을 마치고, 우리 일행으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존슨은 석양이 지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찡그린 표정이 지루해 보였다. 그는 단순히 “끝났네요”라고 말했다.

현재의 에어드로이즈는 아직 벤처 기업일 뿐이다. 존슨은 지하실에서 차세대 포켓 드론의 설계를 조금씩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에어드로이즈의 잠재 시장은 매 순간 커지고 있다. 에어드로이즈의 이른 성공 뒤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간편한 사진 촬영이 가능한 소형 드론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존슨의 공동 창업자 로이터는 11월부터 포켓 드론(현재 가격 599달러)의 전 세계 배송이 시작되면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어드로이즈와 업계 전체의 성장 잠재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 중이다. 로이터는 “기술은 있다. 하지만 시장을 지배하는 브랜드는 없다”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기회”라고 자신했다. 물론 엄청난 이익을 창출할 기회이기도 하다.

드론이 뜨고 있는 다섯 가지 산업
드론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여러 업계를 놀라운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무인 항공기를 통해 주요 정보를 얻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드론으로 얻은 정보의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는 최근에야 밝혀지기 시작했다. 또 여러 기업이 드론 기술의 새롭고 독창적인 활용법을 찾아내고 있다. 상업용 드론 제작사인 스카이캐치에서 대고객업무 담당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는 마크 헤이넨은 “보통은 유인 항공기 대신 무인 항공기를 쓸 때의 장점을 알게 되면서 시작하지만, 드론의 활용 범위는 금방 다른 분야로 넓어진다”고 말했다. -C.D

농업 /
신형 센서와 데이터 분석 덕분에 작물 상태의 단순 확인 이상의 정밀한 활동이 가능해졌다. 한 경작지 안에서 부분별로 최적의 비료 조합을 달리해 수확량을 높이거나, 와인 제조업자들이 나무별로 관개량을 조절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건설 / 대규모 건설 현장의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벡텔이나 디피알 등 대형 건설 업체들은 드론을 활용해 손쉽게 진행 상황을 체크하며 매일매일 자재를 비축하고 있다.

에너지 / 에너지 업계는 드론을 파이프라인 및 배출가스 연소탑 조사 외에도 많은 용도로 활용한다. BP는 알래스카의 자갈에서 원유 추출을 진행하면서 환경보호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드론을 활용해 감독하고 있다. 코노코필립스 ConocoPhillips는 북극에서 드론을 활용했으며, 셰브론도 드론 활용법을 실험 중이다. 퍼스트 솔라에서도 드론을 정기적으로 띄워 문제가 있는 태양광 패널을 찾아내고 있다.

광업 / 리오 틴토 등 대형 광산업체들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드론으로 산사태 위험 지역을 감지하고, 안전 관련 인프라 검사를 실시한다. 또 정확한 채굴량을 파악하는 데에도 드론이 활용된다.

영화·방송 / 20세기 폭스와 워너 브라더스 등 주요 제작사와 협력 관계인 영화 및 방송제작사들이 최근 미국 영공 내에서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연방항공청의 허가를 얻었다. 이들 제작사는 지난 몇 년간 드론 촬영이 금지된 미국 대신 해외에서 드론 촬영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촬영 수요의 상당 부분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눈에 보는 드론의 역사
하늘을 나는 건 새와 비행기만이 아니다. 무인항공기의 100년 역사 속 주요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1898년 /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한 전시에서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 Nikola Tesla가 소형 무인 선박을 언어로 조종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사실은 라디오 주파수로 모터의 전원을 조종했다).

1940년 / 무선항공기 애호가이자 배우인 레지널드 데니 Reginald Denny가 2차 대전 당시 대공 저격수 양성용 무선조종 항공기 1만 5,000대를 미군에 판매했다.

1943년 / 독일군이 개발한 무선조종 항공기인 FX-1400(일명 ‘프리츠 엑스’)은 작은 날개 4개를 갖추고 있었고 무게는 약 1톤이었다. 무선조종 항공 무기의 신기원을 연 FX-1400은 실제 군사 작전에 투입된 최초의 원격 조종 항공기였다.

1944년 / 사진작가 데이비드 코노버 David Conover가 2차 대전 당시 조립 공장에서 일하던 노마 진 도허티 Norma Jeane Dougherty(마릴린 먼로의 본명)의 모습을 촬영했다. 그녀의 작업대에 반쯤 조립된 드론이 놓여 있다.

1960년 /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작아지고 가격이 폭락하면서 무선조종 제품의 시대가 도래했다. 수많은 이들이 직접 만들고 조종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1982년 / 시리아와 대치 상태에 돌입한 이스라엘이 대량의 무인 항공기를 투입해 소련의 대공 방어망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1995년 / 제너럴 애토믹스 General Atomics의 MQ-1 프리데이터 MQ-1 Predator 무인기가 등장했다. 9.11 사태 이후 10년간 프리데이터는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무인기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 패롯 에이알 드론 Parrot AR Drone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일반 소비자 대상 쿼드콥터인 이 제품은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다.

2012년 / 미 의회가 2015년까지 소형 드론의 영공 비행을 허용할 것을 연방항공청에 요청했다.

2013년 / 아마존의 CEO 제프 베저스 Jeff Bezos가 TV 쇼 ‘60분(60 Minutes)’에서 배달용 드론과 미래형 배달 서비스인 프라임 에어의 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 / 연방항공청이 영화 및 방송 제작사들에게 예외적으로 드론 사용을 허가했을 때, 영화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Jerry Bruckheimer는 ‘탑건 2’에서 톰 크루즈 Tom Cruise와 함께 드론이 출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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