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액에 의해 반쯤 녹아내린 오징어의 냄새는 맡아본 사람이 아니면 상상을 불허할 만큼 역겹다. 하지만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애머스트캠퍼스의 해양생물학자 미셀 슈타우딩거 박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온몸이 찌들 때까지 그 냄새를 맡는다.
그녀는 미국 동해안에서 낚시 대회가 열리면 어김없이 찾아간다. 그리고 낚시꾼들에게 다가가 생선의 내장을 공짜로 발라내 주겠다고 말한다.
위 속 내용물을 그녀에게 주는 조건이다. 또한 주말이면 허리까지 쌓인 회유성 어류들 속에 파묻혀 하루 종일 내장을 발라낸다. 이렇게 얻은 위 속 내용물을 연구해 연안 어류와 해양 포유류 사이의 포식-피식 관계 변화를 조사하는 게 그녀의 일이다.
“워낙 자주하다보니 참치의 내장은 어부들보다도 빠르게 제거하는 경지에 이르렀죠.”
이외에 그녀는 쇠향고래 같은 원해성 어류가 해안에 밀려오면 사체를 검시하기도 한다. 한번은 플로리다에서 매사추세츠까지 고래 사체를 싣고 와서 검시한 적도 있다.
“정말 역겨웠지만 그 덕분에 기후변화의 심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파악할 기초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