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쿠바로 떠나려 하고 있다. 쿠바 호텔들은 이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By Anne VanderMey
이국적인 해변에서 일주일간 머무는 4,000달러짜리 여행을 예약했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나 도착 후 알게 된 사실은 객실에 수건이 없고, 에어컨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며, 해변에서 쉬는 것도 불법이라는 것이다. 쿠바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곳에는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백사장, 프리미엄 담배, 오크 통에서 숙성시킨 럼주, 그리고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던 지난 50년간의 통상 금지와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정부가 존재한다.
지난 1월 미국은 쿠바 여행 시 필요한 특별비자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 섬나라는 미국인들로 북적거리는 여행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 쿠바는 신용카드를 거의 사용할 수 없는 유일한 곳일지도 모른다.
쿠바는 오랫동안 미국인 관광객에게 '금단의 열매' 같은 곳이었다. 플로리다에서 비행기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곳 쿠바는 수많은 캐나다와 유럽 관광객 덕분에 카리브 해에서 푸에르토리코와 도미니카 공화국 다음으로 인기 있는 여행지로 꼽히고 있다. 연 관광객 수는 약 300만 명이지만 미국인 관광객 수는 9만 명에 불과하다. 새 법안이 마련됨에 따라 이곳으로 향하는 미국인들의 여행은 반세기 만에 수월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더 많은 장벽이 철폐되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 공화당 상원의원 제프 플레이크 Jeff Flake는 쿠바와의 통상 금지를 전면 철폐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IMF는 '그렇게 되면 매년 쿠바를 찾는 관광객 수가 금방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고급 숙박시설이 부족한 쿠바가 어떻게 이 많은 관광객을 모두 수용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쿠바행 관광객 수는 벌써 급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쿠바 트래블 서비스 Cuba Travel Services의 마이클 주카토 Michael Zuccato는 향후 몇 년 안에 자사의 비즈니스가 50~20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바행 여객기를 운항하고 있는 그의 회사는 현재 미국인 관광객을 위한 여행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쿠바 컬처럴 트래블 Cuba Cultural Travel의 창립자 마이클 사이크스 Michael Sykes도 쿠바 여행 수요가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객실 1만 개를 확보하는 데 나서고 있다. 스위스 여행사 글로버스 Globus의 부사장 팜 호피 Pam Hoffee는 쿠바 여행 산업이 3배까지 대폭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급성장에 방해될만한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호텔이다. 고급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지오그래픽 엑스퍼디션(GeoEX)의 미주 시장 총괄이사 제닌 코헨 Jennine Cohen은 “쿠바 여행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은 수요 부족이 아닌 객실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쿠바 정부의 많은 규제들이 민간 부문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어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발도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 Havana에선 시내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리조트(200실 규모)를 설립하기 위한 스위스 럭셔리 호텔 브랜드 켐핀스티 Kempinski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쿠바의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업체 CEIBA 인베스트먼트 CEIBA Investments의 CEO 세바스티안 버거 Sebastiaan Berger는 “10~15개의 호텔이 향후 몇 년 내 완공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며 “신규 공사에 대해 조금 더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호텔 브랜드들도 있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쿠바 정부는 불명확한 혐의로 16개월간 투옥했던 영국 사업가 스티븐 퍼비스 Stephen Purvis를 석방함과 동시에 3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골프 리조트 신규 건설을 허가하기도 했다. 현재 쿠바에는 골프 리조트가 세 개뿐이며, 그중 하나는 관타나모 만 Guantanamo Bay에 있다.
미국—쿠바 간 규제가 완전히 철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흥분하고 있다. 양국 간 무역관계가 완전 정상화되면 쿠바의 관광객 수가 급격하게 늘 것이며, 쿠바 내 건설 사업도 훨씬 쉽게 진행될 수 있다. 아울러 럭셔리 호텔 브랜드도 유치할 수 있다. 벌써 메리어트, 힐튼, 그리고 코카콜라가 쿠바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쿠바에 눈 높은 여행객이나 여행사들이 선택할 만한 숙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호텔 체인 멜리나 Melina가 운영하는 멜리나 아바나 Melina Havana와 멜리나 코히바 Melina Cohiba, 스페인 호텔 브랜드 이베로스타 파르케 센트랄 Iberostar Parque Central, 쿠바 국영 회사 아바과넥스 Habaguanex가 운영하는 호텔 사라토가 Hotel Saratoga, 아름다운 바다 전망으로 유명한 호텔 나치오날 데 쿠바 Hotel Nacional de CubaCuba여행사에선 지은 지 벌써 85년이나 됐다며 최신 시설을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같은 고급 호텔들이 존재한다.
여행객들을 맞기 위해 민박(일명 까사 파티쿨라레스 Casas Particulares)를 운영하는 쿠바인도 점점 더 늘고 있다. 숙박과 조식이 제공되는 이들 민박 중 일부는 매우 훌륭한 수준이다. 하지만 숙소마다 편차가 있고, 단체 예약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비록 최고급 숙박시설은 부족하지만, 문화가 이를 충분히 보상해 줄 것이다. 고급 시설들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바로 지금이 쿠바 여행의 적기라고도 할 수 있다. 팜 호피는 “적극적인 학습과 경험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쿠바 여행을 추천한다. 해변에 앉아 독서를 할 수 있는 휴양을 원한다면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CEIBA 인베스트먼트의 세바스티안 버거에겐 쿠바 여행 사업계획은 장기적이다.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 존재하는 쿠바를 보기 위해 아주 모험적인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쿠바 여행법]
미국인들이 새로운 법에 따라 쿠바 여행을 합법적으로 하기 위해선 다음의 12개 카테코리 안에 속해야 한다. 사업이나 종교적 목적같은 몇몇 카테고리는 매우 분명하다. 그러나 '쿠바인에 대한 지원'같은 그 밖의 카테고리들은 조금 모호하다. 대부분의 미국인 여행객은 '대인(People-to-People)' 활동으로 일정을 모두 채워야 하는 교육 카테고리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컨대 시내 투어, 예술가와의 만남, 현지인과의 직접 대화 시간 등을 일정에 넣은 여행사를 끼고 여행해야 한다. 해변에 나가는 일정이 포함된 여행 패키지는 엄격히 금지된다. 쿠바 여행이 한결 쉬워지긴 했다. 그러나 여행사들을 이용해야 가능하다.
● 쿠바 트래블 서비스: JFK 공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 운항. cubatravelservices.com
● 마라줄: 오랫동안 쿠바 여행을 전문으로 해온 주요 여행사. marazul.com
● 지오그래픽 엑스퍼디션: 가격대가 높은 스페셜 투어 제공. geoex.com
● 쿠바 컬처럴 트래블: 소규모 그룹 및 개인 여행 상품 판매. cubaculturaltra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