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개인적 관점에서 본 최고의 기업들

PERSONAL BESTS

어떻게 일부 기업들은 세계 최고 인재를 계속 영입하고 보유할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매우 강력하고 만족스러운 직원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By Geoff Colvin



모든 사람이 구글이라는 직장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하루 종일 고급 음식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곳에선 속을 채운 메추라기 고기, 라벤더 호두 옥수수빵, 감자 커리, 신선한 과일과 채소, 그뤼예르 Gruyere 치즈 햄버거 등 원하는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구글에선 운동과 마사지가 무료이고, 신생아가 태어나면 현금 보너스와 함께 충분한 육아휴가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2월 말 뉴욕 타임스는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 뷰에 들어설 멋진 구글 신사옥의 아름다운 사무실이 더욱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본사 전경에 대한 세부 내용은 대략적으로만 다뤘다). 때문에 포춘이 올해의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 1위로-올해가 6번째 1위다-구글을 선정한 것을 놓고 회사가 제공하는 엄청난 복지 혜택 때문일 것이라고 이해할 사람이 많을 듯하다. 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파격적인 특전 때문에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리스트에 오르는 건 아니다. 위대한 기업의 본질은 기업의 특징을 결정짓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위대한 기업의 목표는 그런 특징을 이해하고 또 그것을 기반으로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치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그렇게 하는 기업에 비해 갈수록 뒤처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에서 구글의 유명한 특전을 다시 주목하게 된다. 기업이 찾는 인재들은 일반적으로 아무리 좋은 복리후생을 제공하더라도 그 이유 하나만으로 회사에 모여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특전 자체가 기업의 본질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복지혜택은 일부 기업이 계속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한다.

전직 구글러가 쿠오라닷컴 Quora.com *역주: SNS 질의응답 사이트에 구글의 무료 뷔페에 대해 작성한 글만 봐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무료 뷔페가 동료들과 관계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쓰고 있다. 여기서 잠깐! 음식이 관계 설정에 도움이 된다고? 당연히 제대로 활용하면 가능한 일이다. 데이터에 집착하는 구글은 식당 대기줄 길이를 계산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최적 시간은 3~4분) 기다리면서 이야기할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이 긴 테이블에 앉아 옆자리나 맞은편의 잘 모르는 동료와 접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테이블을 촘촘하게 붙여놓아 의자를 뒤로 뺄 때 서로 부딪히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새로운 동료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직원들은 이를 '구글 접촉(Google Bump)'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것이 구글이 멋진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진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직원들끼리 식당에서 친밀한 개인 관계를 맺고 강화하라는 의미가 이 특전에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음식은 목표를 달성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 목표는 강력하고, 다양하고, 만족스러운 친밀 관계 구축이다. 성공은 분명 무료 음식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무료 음식을 통해서도 위대한 기업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전직 구글러는 "일하면서 누리는 최고의 특전은 구글에서 일한다는 사실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가 그렇게 말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사람들 때문이다. "주변에 똑똑하고 추진력 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타인들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일하기 좋은 기업들의 단순한 비밀이 숨어 있다. 그것은 특전이 아니라 친밀감이다. 관계 중심이지 계약 중심이 아니다. 놀랍게도 많은 기업이 여전히 이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로버트 레버링 Robert Levering과 밀튼 모스코위츠 Milton Moskowitz가 1980년대 초 처음 100대 기업을 선정했을 때 감지했던 핵심 사항이기도 했다(올해 순위에 투영된 그들의 통찰력을 알고 싶다면 두 사람이 작성한 리스트 서문을 참조하라). 그들은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열쇠는 직원 복리후생, 훈련 프로그램, 그리고 업무 형태의 표준화가 아니라, 사내에서 양질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복리후생과 멋진 사무실보다는 직원들끼리 더욱 깊은 관계를 맺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돈독한 관계 덕분에 직원들은 회사를 사랑하고 떠나기 싫어하게 된다. 취업 지원자들은 그런 곳에서 일하기 위해 기꺼이 깨진 유리 조각도 밟고 지나가는 고역을 감수한다.

과거에는 관계의 중요성을 통달하지 못한 일하기 좋지 않은 많은 기업도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도 분명 많은 기업이 계속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방식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모든 측면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경제가 거대하고 심오한 구조적 변화를 거칠수록 위대한 기업은 시장에서 이미 누리고 있는 우월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뒤처진 기업은 더욱 험난한 여정을 겪을 공산이 크다.

이는 인적 자원이 모든 사업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추세는 수십 년간 지속돼 왔다. 정비가 크게 필요 없는 기계처럼 일하는 노동자는 사라지고 있다(공장에서 스패너를 돌리는 일 따위를 말한다). 오히려 더 많은 노동자가 사상가와 발명가가 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다른 트렌드들은 결국 시들해졌지만, 이런 추세는 지속되어 왔다는 점이다.

자문업체 오션 토모 Ocean Tomo는 'S&P 500 시장 가치(Market Value)에서 무형 자산-대부분 인적자원에서 파생된다-이 차지하는 비율이 1975년 17%에서 2015년 84%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스트라이커 Stryker 같은 제조업체도 시장 가치의 70%가 무형 자산에서 나오고 있다. 이 기업은 무릎, 엉덩이 등의 인공 관절을 생산하며 '지적 자본(Intellectual Capital)'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들은 가장 유능한 인재를 영입·보유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다. 이는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부분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치 있다고 평가되는 인재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 수십 년 동안-미래학자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가 1950년대 말 이 용어를 만든 이래로-MVP는 소위 지식 노동자를 의미했다. 그러나 이 용어가 더 이상 가장 유능한 인재를 묘사하는 데 적절치 않게 됐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지식이 상품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든 복잡하든 정보는 온라인에서 즉시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지식 능력-기업 금융, 삼각법(trigonometry) *역주: 삼각삼각형의 변과 각 사이의 양적 관계에 입각해 여러 가지 기하학적 도형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 전기 공학, 코딩 등-은 온라인 과정을 통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누구나 배울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대부분 무료다. 심지어 지식 능력을 똑똑한 컴퓨터 알고리즘이 대신 수행할 수도 있다. 지식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지만 갈수록 비교 우위를 잃어 가고 있다.

기술이 사실과 규칙에 근거한 좌뇌 능력(지식 노동자의 능력이다)의 대부분을 대체하면서, 인간관계가 뛰어난 인재들이 새롭게 '꼭 필요한' 남성과 여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옥스퍼드 산하 글로벌 미래 연구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Oxford Economics에 따르면, 더 많은 기업이 팀 빌딩, 협업, 그리고 기업 문화 정서에 능통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또 다른 연구는 '가장 효율적인 팀은 아이큐가 가장 높은 구성원들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가장 잘 공감하는 구성원들로 구성된 팀'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저명한 데이터 과학자로 MIT 인간공학연구소(Human Dynamics Laboratory)를 이끌고 있는 알렉스 '샌디' 펜트랜드 Alex "Sandy" Pentland 교수는 새로운 추세를 이렇게 적절하게 표현했다. "가장 똑똑한 사람은 최고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하지만 타인으로부터 최고의 아이디어를 끌어내는데 탁월한 사람 역시 가장 똑똑한 사람이다. 최고의 결단력을 지닌 사람이 변화를 주도한다. 그러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가장 교감을 잘하는 사람도 최고의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다. 사람에게 가장 큰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부나 권위가 아니다. 그것은 동료들이 주는 존경과 도움이다." 그렇다! 이들이 바로 새로운 기업의 MVP다.

앞으로도 많은 기업이 최고 인재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들을 고용해 대인관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하기 좋은 기업 대부분은 이미 존재한다. 관계를 만들고 키우는 것이 그들이 하는 일의 핵심이다.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 SAS를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는 포춘이 1998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처음 선정한 이후 매년 리스트에 오르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SAS는 매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인관계 상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당신은 동료 직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며 존중을 받고 있는가? 인간으로서 대접은 받고 있는가?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단골 손님인 웨그먼스 Wegmans 슈퍼마켓 체인점이다. 이곳의 직원들은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동료들이 공적인 일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서로 배려한다." 이 기업들의 복지는 상당히 우수하다. 하지만 기업을 가장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주인공은 직원들 자신이다. 이쯤 되면, 당신은 우리가 기업문화와 함께 직원들이 매 순간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회사가 기업 문화와 사내 관계를 기업의 훌륭한 근무환경과 사업 성공으로 연결해 바라보고 있다.

딜로이트 Deloitte는 최근 106개국 3,300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간 보고서에서 '기업 대표들이 처음으로 기업 문화가 리더십, 직원의 능력, 성과 관리, 기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메리엄 웹스터 Merriam Webster가 2014년 그해의 단어로 선정한 기업 문화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기업들이 점점 더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필요한 기업 문화를 어디서부터 시작해 발전시켜야 할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다.

포춘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이 몇 가지 힌트를 줄 것이다. 이 기업들은 4가지 기업 문화에 집중한다. 이것이 큰 차이를 만들고 있다. 사명(Mission). 일하기 좋은 기업들은 더 큰 목표의식을 추구한다. 기업 대표들은 직원 한 사람이라도 이 목표를 잊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다. 홀 푸드 Whole Foods는 고객의 건강과 웰빙을 향상 시킨다. 보험사 유에스에이에이 USAA는 미국 군인들과 그 가족을 지원한다. 아웃도어 업체 알이아이 REI는 사람들이 산행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직원들 모두가 자신들이 믿는 사명을 추구할 때, 관계는 더욱 돈독해진다.

동료(Colleagues).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일부는 취업하기 가장 힘든 곳들이다. 트위터 Twitter, 성 유다 아동연구병원(S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 컨테이너 스토어 Container Store를 포함한 14개사는 구직 공고를 낼 때마다, 1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이 기업들은 최고 인재를 고용하고, 또 지속적으로 우수한 인재가 채용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최고의 인재는 최고 인재들이 모인 곳에 가길 원한다.

신뢰(Trust). 우리는 모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잘 안다: 당신이 그들을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줘라. 그러면 그들은 당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할 것이다.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대부분은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들은 업무 시간을 정해 놓았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s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 Riot Games는 심지어 무제한으로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강력한 신뢰 덕분에 직원들이 이런 휴가 제도를 남용하지 않고 있다.

배려(Caring). 모든 기업은 직원들을 존중한다고 말한다.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는 일부 유명한 특전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례로, 구글은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은 직원 복리후생을 제공한다. 직원이 사망하면, 유족에게 10년 동안 배우자 월급의 반을 지급한다. 이런 행동이 어떤 말보다도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진정한 배려의 문화는 복지혜택보다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일상 활동에 녹아있다.

혹시 의심을 품을지 몰라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투자 수익률이 더 좋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와튼 스쿨 Wharton School의 알렉스 에드먼즈 Alex Edmans가 1984년부터 2009년까지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속한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리스크 반영 기대 수익률(expected risk-adjusted return)’은 여느 기업에 비해 연간 3.5%정도 더 높았다. 월가에선 이를 추가 수익을 의미하는 알파라고 부르는데, 25년 동안 매년 3.5% 초과 수익을 기록했다는 건 엄청난 성과다.

궁금한 건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한지 여부다. 투자자들이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이 좋은 투자처라는 점을 깨닫고, 포춘이 100대 기업 리스트를 발표하자마자 주가가 오른다면, 이에 따른 추가 수익은 사라지지 않을까? 에드먼즈는 철저하게 몇 가지 가설을 조사했고, 결국 투자자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하기 좋은 기업이 더 좋은 실적을 낸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대부분 기업도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이 매년 승승장구하도록 그대로 방치해 두는가? 100대 기업의 성장 비밀이 모두 공개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말 미지수다. 우리는 안다. 100대 기업들은 경쟁사들이 이 같은 사실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적 자원 규칙]
무형 자산-지적 재산권, 브랜드, 영업권, 특허-에는 대부분 인간 능력과 창의력이 반영되어 있다. 기업 가치 중 가장 큰 부분인 무형 자산은 지금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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