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Business Roundtable'은 왜 워싱턴 정가에서 주목받지 못할까?
By Tory Newmyer
Illustration by Andy Friedman
믿을 순 없겠지만, 한번 들어보라. 여러분이 미국의 정책입안에 대해 믿거나,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대기업들이 국가 수도에 들어서기만 하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는 사실이다. 겉으론 막강해 보이는 '미국 재계(corporate America)'도 실상은 다양한 국내 의제 설정에 관해선 미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일단 워싱턴에는 1만 2,000명의 로비스트가 등록돼 있다. 그들은 매일 열정적으로, 또 때론 전문적으로 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해 담당 기업고객을 위한 작은 돌파구를 마련해왔다.
최근 정부 예산안인 '크롬니버스 Cromnibus'-불경스럽고도 탐욕스럽게 들리는 용어이다-때문에 기업들에게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 갈 것이란 이야기가 들린다. 월가 은행의 대변자들이 경이로운 막후 협상 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은 파생상품 거래를 옥죄는 도드-프랭크 법(Dodd-Frank Rule)을 약화 시킨 전력도 갖고 있다. 다른 로비스트들도 의회에 영향력을 발휘해 거대 통신업체, 방위산업체 등 수많은 기업을 위한 마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책임정치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 이해당사자가 정책입안 과정에 영향을 주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로비에 쏟아부은 돈은 총 27억 8,000만 달러에 이른다. 선거운동에는 수억 달러가 더 투입됐다. 물론 투자한만큼 국회의원, 주요 보좌관 및 공직자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가까운 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또 이 같은 영향력은 기업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원했던 세제 혜택, 법안 내용 변경, 규제 연기, 업계 라이벌 방해 등을 이끌어내곤 했다. 이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이상한 반전이 있다. 수십억 달러의 투자와 로비스트들의 허세(K Street swagger),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성대한 크랩 케이크 crab-cake 파티, 대대적인 폰뱅킹을 활용한 개회 전 로비 활동(Hallway Huddles), 기업지원금의 획득, 특별한 딜의 성공 같은 수많은 일이 벌어졌음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 재계가 원했던 주요 입법 목표 중 이룬 것이 하나도 없다. 정말 하나도 없다.
업계가 요구했던 4가지 주요사안을 생각해보자. 세제 개혁, 국가 간 신규 자유무역협정, 연방부채 축소 및 예산안 관련 장기 계획, 그리고 포괄적인 이민법 개혁이 주요 사안이었다. 203명의 주요 CEO로 구성된 엘리트 단체로, 조직상 대기업에 가장 가까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앞서 언급한 4가지 입법 관련 사안을 가장 오랫동안 추구해왔다. 미국 기업들이 정말로 지금 원하는-그리고 몇 년 동안 요구해온-것들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노조와 사측 간의 분열을 해소할 만한 확실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의 주장대로라면 이 문제들을 해결하면 경제가 급성장하고, 실업률은 하락하는 반면 임금은 상승한다. 에이티앤티 AT&T의 CEO이자 라운드테이블 의장을 맡고 있는 랜들 스티븐슨 Randall Stephenson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라운드테이블은 앞서 언급한 목표 중 단 하나의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포춘의 신간이 발행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화당은 이민법 개혁 관련 자체적인 방안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민법 관련 대통령령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을 궁지로 몰 방법만을 찾고 있다(사실은 공화당에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하원에선 보복의 의미로 국토방위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를 해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합리적인 예산에 대해선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세제개혁 역시 갈 길이 멀다. 그나마 무역협정은 향후 몇 개월 내에 성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조금은 남아 있다.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국 대기업들은 다른 여러 국가의 기업들보다 경제적 영향력이 더 크다. 숫자로만 따져봐도 정치 지형을 바꿀 만하다. 그런데 왜 이런 조직이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대해선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문제는 라운드테이블 그 자체에 있다.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 많음에도(어쩌면 많기 때문에) 거의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사는 CEO들이 어떻게 워싱턴에서의 영향력을 잃게 됐는지-CEO의 영향력에 부정적인 새로운 정치구조와 반목을 겪으면서,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던 공화당에 대한 영향력을 잃었다-와 그들이 대결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를 조명한다. 과연 CEO들은 정부를 귀 기울이게 할 만큼 충분한 교훈을 얻은 것일까?
대기업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금처럼 약해진 건 일정 부분 과거의 성공 탓이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찾아온 호황기에 미국 기업 CEO들은 규제의 필요성과 노동조합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에 도움을 주었다. 물론 이러한 연대의식은 1970년대 초 해외 경쟁이 심화되고, 연방정부 내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과 직업안전위생관리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같은 새로운 당국이 생겨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제너럴 일렉트릭 General Electric의 프레드 보치 Fred Borch와 알코아 Alcoa의 존 하퍼 John Harper를 포함한 기업 CEO들은 지난 1972년 닉슨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기업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설립했다.
이미 여러 로비단체가 기업을 대변해 활동 중이었다. 1912년 설립된 미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가 가장 대표적이다. 훨씬 더 오래전(1895년)에 설립된 전미제조업자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단체와 달리 라운드테이블은 차별화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려 했다. 상공회의소의 경우 회원 구성이 중소기업부터 다국적기업까지 다양했지만, 라운드테이블은 미국 최고 수준의 CEO만을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일종의 '기업 사제단(corporate priesthood)'이었다.
미시간대학교 사회학 교수 마크 미즈루시 Mark Mizruchi가 2013년 저서 '미국 기업 엘리트의 분열(The Fracturing of the American Corporate Elite)'을 통해 지적한 것처럼, 라운드테이블은 너무 빠르게 원하는 바를 얻었고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설 즈음에는 단체행동의 명분이 약해져 있었다. 단체로서의 간절함은 사라지고 그저 여러 CEO와 정부인사가 주로 친목 도모를 위해 만나는 모임으로 간주되었다.
라운드테이블은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부에 무조건 적대적 관계를 취하는 단체는 아니라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라운드테이블은 늘 협상 테이블을 지켰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개혁을 둘러싼 대부분의 논쟁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2010년 들어 CEO들은 오바마 대통령 경제팀이 기업들의 정책 의견을 피상적으로만 존중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정부와 라운드테이블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라운드테이블은 갑작스레 민주당 지도부와 멀어졌고, 동시에 우파 쪽에선 새로운 위협이 등장했다. 티파티 Tea Party가 연방정부의 대기업 구제자금지원을 두고 대중의 분노를 선동했다.
정책입안자들이 불안한 경기회복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CEO들은 워싱턴에 친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정부의 부채가 거의 감당하기 불가능해졌던 2011년 즈음에는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2012년 대선 결과는 '심판의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 맞서 싸우겠다는 공약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시작한 세제혜택이 연말에 종료된다는 것을 협상 카드로 활용, 포괄적 예산안에 대한 공화당의 양보를 이끌어낼 계획이었다. CEO들은 이를 기회로 여겼다. 이들은 다수의 라운드테이블 회원들과 함께 '부채 해결하기(Fix the Debt)'라는 이름의 임시 단체를 설립하고 정부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 같은 노력에는 위험 요소가 많이 따랐다. 새해 전날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모든 세율이 한꺼번에 인상돼 경제가 다시 침체기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워싱턴발 경제위기가 다가오자, 라운드테이블 CEO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업의 우려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당시 라운드테이블의 의장 짐 맥너니 Jim Mcnerney 보잉 Boeing CEO를 대변한 선임 로비스트 팀 키팅 Tim Keating은 "의회가 기업단체를 두려워하지도, 대변하지도 않았다"고 회고했다.
12월 초 어느 날, 보잉팀은 171명의 CEO로부터 서명을 받아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작성했다. 그 서한에는 다가오는 문제의 피해가 '영원하지는 않더라도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한편 다른 협상 단체들은 특정 세부 내용을 이유로 '균형 예산안(balanced solution)'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지만, CEO들은 지지를 표명했다. 이 방안은 개인사업자들부터 새로운 세수를 창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사실 CEO들에게 이 서한은 '타협을 기반으로 정상적인 국가운영에 복귀해달라'는 요청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화당과 다른 기업 로비스트들은 이를 매우 다르게 해석했다. 공화당 지도부와 가까운 한 로비스트는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라운드테이블이 매우 위험한 순간에 한쪽 편을 들며 당의 협상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여파는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중소기업들-다른 주요 협상단체 대부분이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은 라운드테이블이 중소기업을 팔아먹고 있다고 여겼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개인사업자 신고를 통해 영업세를 납부한다. 그들 입장에서 라운드테이블의 서한은 엘리트 기업이 중소기업에 고세율을 부담시켜 균형예산의 부담을 떠넘기려는 시도로 보였다.
기업 협상단체 간의 오래된 연대에도 긴장감이 팽배해 있었다. 오하이오 주 공화당 상원의원 롭 포트먼 Rob Portman은 연초 협상단체 지도자들을 소집, 자신이 준비하고 있던 기업 중심 개혁법안에 대한 비공개 프리뷰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미시간 주지사를 3번 역임한 공화당 출신 라운드테이블 회장 존 앵글러 John Engler가 포트먼의 계획을 지지한 반면, 다른 이들은 불가능하다며 일축했다"고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들은 법인과 개인사업자 모두에 대한 영업세율을 낮춰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개혁방식만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때 '균형 잡힌' 방식을 요구했던 라운드테이블의 12월 서한은 법인의 이익만을 생각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곧바로 비난이 몰아쳤다. 공화당 지도부 보좌관들은 라운드테이블에 전화를 걸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원세입위원회(Ways and Means Committee) 의장 데이브 캠프 Dave Camp(공화당·미시간)가 가장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같은 날 라운드테이블에 직접 공개 답변을 보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세율 인상을 지지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워싱턴 정계는 대개 세심한 은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캠프의 답변은 강력한 한 방이었다. 공화당원 중에는 아직도 그 충격을 잊지 못한 인물이 있다. 세입위원회 선임위원인 케빈 브래디 Kevin Brady(공화당·텍사스) 의원은 "2012년 재정 다툼 때 라운드테이블이 보여준 모습 때문에 위원회의 공화당원 몇몇은 오늘날까지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단체가 보낸 단 한 통의 서한이 이렇게 오랫동안 다각도로 회자 되고 있는 사실은, 라운드테이블이 9개월 후 재개된 대통령과 하원 공화당 간의 재정 사안 관련 논쟁에 개입하지 않은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2013년 가을, 티파티와 공조한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지도부의 합리적인 판단에 반대하며 공화당을 회복 불가능한 처지로 몰아넣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개혁법 서명 철회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 운영을 중단시키고 미국의 채무불이행을 현실화하겠다고 압박했다.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연방 정부를 폐쇄해버렸다. 그 후 16일 동안 공화당은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것을 목격했고, 결국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위기가 시작되기 전, 라운드테이블은 다시 한 번 개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화합을 요구하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며 "양측 모두 새로운 협력의 정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운드테이블의 주요 인사 몇몇은 티파티의 무모함에 반대하며 좀 더 강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보잉의 로비스트 키팅은 CEO들과 공화당 사이의 반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낮췄다. 그는 "모든 상황은 그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며 "때로는 불에 기름을 부어야 하지만, 때로는 물을 끼얹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하는 사람들에겐 이조차도 라운드테이블의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였다. 침묵을 지키는 건 도발적인 발언 후에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라운드테이블은 티파티를 상대로 한 싸움을 통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정치에서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유권자의 표다. 새로운 우파단체들은 헌신적인 지지그룹에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을 통해 힘을 발휘한다. 공화당 공직자들은 이들을 두려워한다. 대기업들은 같은 방식으로 의견을 주장하지 못했고, 때문에 자연히 설득력도 떨어졌다.
최근 이런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지난해 6월 버지니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하원 다수당 대표 에릭 칸토어 Eric Cantor가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것이다. 칸토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인물은 소도시 출신의 경제학과 교수 데이브 브랫 Dave Brat이었다. 그는 연설을 통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과 상공회의소의 어젠다'를 지지한 칸토어를 비판했다. 공화당 하원 회의의 분위기는 그 후 급격하게 변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 의장 젭 헨살링 Jeb Hensarling(공화당·텍사스)은 "워싱턴의 많은 이익 단체들에게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예상치 못한 칸토어의 패배 원인 중 하나는 수출입은행(Export-Import Bank)에 대한 지지 결정이었다. 모든 사람이 수출입은행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다. 이 연방기관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1945년 의회가 설립한 은행이다. 미국 산업계를 도와 전쟁으로 피폐해진 세계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음지에서 와인부터 점보 제트기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의 해외사업 바이어에게 차관융자를 제공하는 역할을 유지해왔다. 현재 직원규모는 450명이며-노천 채광청(Office of Surface Mining)보다 규모가 작다-그들 대부분은 라파예트 스퀘어 Lafayette Square에서 백악관을 내려다보는 한 건물의 꼭대기 5개 층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은행은 워싱턴에서 가장 치열한 로비 다툼의 시발점이 됐다. 싸움은 보잉과 델타 Delta 사이에서 벌어졌다. 보잉은 2007년부터 수출입은행을 이용해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수출에 투자했다. 델타는 이에 대해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기업의 해외경쟁을 지원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공화당의 새로운 공격적 자유시장주의 진영이 이 다툼을 공화당 경제정책 원칙을 둘러싼 대리전으로 여긴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수출입은행을 '보잉의 은행'이라 명명하며 반드시 해체해야 하는 기업 복지의 온상이라고 주장했다.
라운드테이블은 대기업들을 갈라놓는 이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라운드테이블은 회원 구성 때문에-항공사 CEO가 한 명도 없다-수출입은행에 의존하는 보잉은 물론 캐터필러 Caterpillar나 제너럴 일렉트릭과 같은 중장비 제조업체를 대변하기 시작했다. 이 사안에 대한 라운드테이블의 의견을 들어보면, 미국의 해외 경쟁력에 대한 주장과 비슷하다. 라이벌 국가들이 유사한 차관융자기관을 통해 수출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미국만 무장해제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의 사업가 돈 넬슨 Don Nelson은 워싱턴으로 날아가 지역구 의원 케빈 매카시 Kevin McCarthy-칸토어의 뒤를 잇는 하원 다수당 대표이며 칸토어가 패배하기 전까지 수출입은행을 지지했었다-에게 수출입은행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80명의 직원을 거느린 넬슨의 회사 프로게이지 테크놀로지 ProGauge Technologies는 석유 시추에 쓰이는 증기 발전기를 제조하는 업체다. 넬슨은 지난 몇 년 간 수출입은행 덕분에 중동국가에 대한 장비 수출에 1억 1,500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었고, 민간은행이라면 이를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카시는 수출입은행을 거대기업에 대한 공짜지원이라고 못 박아 버렸다.
수출입은행에게 의회 내 최대 적은 헨살링 의원이다. 그는 은행을 완전히 해체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라운드테이블 및 다른 대기업 로비스트들에게 경고하며 "이 싸움이 공화당에 대한 충성을 둘러싼 대규모 싸움의 '첫 번째 전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한다. "지엠 GM에 유용한 것이 미국 전체에도 반드시 유용하다는 이론은 믿지 않는다."
헨살링의 다른 한편에는 보수적인 앨라배마 상원의원 리처드 셸비 Richard Shelby가 있다. 강력한 은행위원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핸살링보다 선동하는 능력은떨어진다. 그러나 놀랍게도 같은 회의론을 공유하고 있다. 셸비는 "규모가 커질수록 스스로만을 위하는 조직이 되기 쉽다"며 그 어느 때보다도 기업 엘리트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의 시선을 대변하고 있다.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퓨 리서치 센터 Pew Research Center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8%는 너무 소수의 기업에 권력이 몰린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기업들이 사익과 공익의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CEO들이 워싱턴에 대한 영향력을 되찾을 방법을 논하지 않는 건 이러한 반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포춘은 라운드테이블 회원 중 12명의 CEO-최고위원회에 속해있는 9명 포함-에게 연락을 취했다. 스티븐슨을 제외하곤 아무도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스티븐슨 자신도 정부기관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이 많이 감소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CEO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표를 어떻게 행사할지 '위대한 계시'를 내리던 시절은 예전에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제 의원들은 일반 대중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은 단지 오기(sou rgrapes)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라운드테이블의 새로운 전략으로 이어지는 씨앗이다.
AT&T의 CEO는 라운드테이블의 수장을 맡기 전, 자신의 오른팔인 짐 시코니 Jim Cicconi-레이건 행정부와 조지 H.W. 부시 행정부의 노련한 행정가로 현재 상공회의소 이사를 맡고 있다-를 워싱턴에 보내 라운드테이블의 약점을 파악하게 했다. 그에게 한 가지가 눈에 띄었다. 라운드테이블은 오랫동안 회원들의 경제력 총합을 정책논쟁에 대한 영향력의 원천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단체가 가진 힘의 총합을 의회 지역별로 나눌 방법은 없었다. 라운드테이블 대표가 의원들에게 로비를 하러 가더라도 그 지역구에서 기업회원이 직원을 몇 명이나 재고용했는지 밝힐 방법이 없었다. 그 지역에 얼마나 많은 시설이 있는지, 혹은 얼마나 많이 투자했는지를 제시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공급망이나 제3의 협력업체(third-party vendors)의 규모 같은 것도 당연히 보여주지 못했다.
시코니는 "좀 더 원대한 목표를 세우면 그다음에는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원하게 된다"며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라운드테이블 기업회원이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역을 찾고 이를 각 지역구에 맞춰 정리한다. 이어 각 주나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스로에 대한 시각화가 부족했던 건 거의 로비 실패와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라운드테이블의 보유자원을 파악하는 것이 빌 밀러 Bill Miller-12년 동안 상공회의소를 엄청난 로비단체로 키운 인물로, 2012년 라운드테이블에 고용됐다-의 첫 임무였다.
하지만 이런 수치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다음으로 밀러는 라운드테이블의 목표를 밀어붙이기 위해 수치 이면에 있는 직원들을 활용하길 원하고 있다. CEO들의 목소리가 의회에서 예전만큼의 무게를 지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운드테이블의 기업회원 중 다수는 이미 스스로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 보잉의 CEO 맥너니는 자사의 광범위한 공급자 네트워크를 하나의 로비 단체처럼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2011년 재급유 탱커 생산을 위한 350억 달러 규모의 공군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유럽의 라이벌 업체 EADS와 10년간 경쟁한 끝에 얻은 성과였다). 보험사 올스테이트 Allstate는 랩 인덱스 RAP Index라는 단체를 통해 직원들과 정치인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를 파악했다(한 리틀리그에 소속된 아이들을 떠올리면 된다).
그 결과, 로비에 활용할 934개의 연관관계를 밝혀냈다. 밀러는 새로 라운드테이블의 내부 풀뿌리 네트워크도 도입할 계획이다. 링크트인 LinkedIn 같은 정보수집사이트를 조합해 의원들에게 라운드테이블의 메시지를 전달할 직원이나 퇴직자 같은 '동감하는 개인'을 찾는 것이다. 밀러는 "라운드테이블이 직접 고용한 1,600만 명의 직원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론적 생각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운드테이블은 자체적으로 세운 전략적 전쟁계획에 따라 다음 주요 전투에서 이러한 지상군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다. 바로 새로운 국제 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전투다.
밀러가 실험실처럼 하얀 본부사무실-국회의사당 끝자락의 아메리카 스퀘어 America's Square 빌딩 8층에 위치해 있다-의 작은 회의실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기업 로비를 위한 번쩍이는 유리 벌집 형태의 이 건축물은 전미 트럭운전사조합(Teamsters) 본부-전사한 적군을 기리는 대리석 묘비가 있다-의 대각선에 위치하고 있다. 앵글러가 3년 전 활동 시기가 가까워 오면서 시내에서 이쪽으로 위치를 옮겼다. 지난 2월 5일 자유무역협정 논쟁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1시간 전, 라운드테이블은 ‘CEO 활동 알림’을 발동해 기업회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경영진 및 직원, 워싱턴에 위치한 사무실 및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게도 정부 측이 자유무역협정 협상 여지를 마련하도록 압박하라고 요청했다.
특히 라운드테이블은 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무역협상권한(trade-promotion authority)’-대통령이 외국 지도자들과 만들어내는 협상안에 대해선 의회에서 통과나 반려만 할 수 있다-을 넘겨주길 원하고 있다. 이 자유재량권이 있으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일본에서 칠레에 이르기까지 12개국의 시장(세계 경제의 약 40%에 해당)을 연결하는 초대형협정—을 마무리하는 한편, 나중에는 유럽국가들과의 협정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라운드테이블의 앞길은 험난할지도 모른다. 의회는 2011년 연속해서 무역협정3건을 통과시킨 후,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그 후 한 건도 표를 행사하지 않은 의원 수가 양원마다 거의 3분의 1이나 된다. 자유무역주의자들에게도 실질적인 두려움은 있다. 이들은 새로운 무역협정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을 대중영합적인 공화당원들도 실제 협정 자체가 넘어가기 전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추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공화당 지도부 보좌관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무역협상 권한을 넘겨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운드테이블의 무역협정 추진을 이끄는 커민스 Cummins의 CEO 톰 라인버거 Tom Linebarger는 단체가 할 일이 바로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진행된 라운드테이블 브리핑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무역협정에 반대하는 것이 대중 영합적인 것이라면, 내가 아직 일반대중에게 무역협정의 장점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라인버거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데이터로는 우리가 유리하다. 문제는 그런 사례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 대중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우리 책무이다.”
라운드테이블에게 승산은 있다. 이 문제가 결국 백악관, 의회 공화당, 기업단체 모두가 동의하는 보기 드문 사안이기 때문이다.
밀러는 정부 경제팀과 협력해 전략을 세우는 한편, 매주 목요일 기업회원들과 라운드테이블 사무실에서 정기적으로 미 무역대표부 당직자들을 만나고 있다. 대통령이 무역협상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재량권보다 더 많은 것들이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하나의 승리를 위해 단체의 힘을 이만큼 집중했는데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못한다면, 세제개혁이나 이민법 개혁처럼 진정한 난관은 헤쳐나갈 수 없다.
라운드테이블이 성공을 거둔다면, 본부 사무실 벽에 걸려 있는 조명까지 동원한 구절 ‘단순한 리더가 아닌 리더십(NOT JUST LEADERS. LEADERSHIP)’은 단지 희망 사항만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