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주식은 지난 수십 년 간 배당금으 대폭 늘려왔다. 시장 불황기에도 다른 주식들보다 더 잘 견뎌왔다. By Jen Wiezner
돈 킬브라이드 Don Kilbride는 배당 증가를 재미있는 금융 개념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배당 증가를 투자자의 화살통에 든 가장 중요한 화살로 인식하게 됐다.
킬브라이드의 생각이 이처럼 변하게 된 계기는 뱅가드 배당금 성장펀드 (Vanguard Dividend Growth)의 실적이 246억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투자자문사 웰링턴 Wellington에서 그가 운영하는 포트폴리오 중 최고 실적이었다. 펀드종목은 매년 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기업에 치중돼 있다. 일부 기업은 수십 년 간 배당을 높여왔다. 2008년 시장의 수직낙하로 S&P 500지수가 37% 폭락했을 때에도 뱅가드 배당금 성장펀드의 하락폭은 그 3분의 2수준이었다. 배당이 현금으로 지급될 수 있다는 점에 힘입은 결과였다. 시장 회복기에도 뱅가드 배당금 펀드는 경쟁상품 대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킬브라이드는 “배당주의 힘은 의미 있게 오랫동안 지속된다”며 “배당금 증가가 불황 시장을 뚫고, 장기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열쇠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도 배당금을 키워온 기업을 높이 평가했다. 최근 실적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999년 연초부터 최소 25년 이상 매년 배당을 늘려온 기업으로 구성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배당금 귀족지수(S&P 500 Dividend Aristocrats index)의 수익률은 314%였다. 시장 전체의 두 배 수준이다(배당금을 제외해도 수익률이 S&P 500지수를 가뿐히 넘었다).
물론 시장 호황이 7년째 접어들고 있어 조정이 불가피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킬브라이드처럼 귀족지수에 속한 기업들이 일반 주식보다 불황을 훨씬 잘 견디고, 하락 폭이 적고, 회복세도 빠르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귀족지수에 속한기업들은 금융위기 전 주가 수준을 회복하는데 약 2년이 걸렸다. S&P 500에 속한 기업들의 평균에 절반 정도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의 거품 경제를 일컫는 닷컴 버블 붕괴 때에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귀족지수 종목은 2001년 버블이 터지기 전 수준으로 회복한 반면, S&P 500지수 종목은 2000년 최고가를 회복하는데 6년 가량이 더 걸렸다.
노던 트러스트 자산운용(Northern Trust Wealth Management)의 최고투자책임자 캐서린 닉슨 Katherine Nixon은 고객에게 배당금을 늘려온 스리엠 3M이나 타깃Target 을 추천하고 있다. 스리엠은 57년, 타깃은 43년 연속배당금을 늘려왔다. 배당의 안정성과 신뢰성으로 투자자들은 이런 기업에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다. 닉슨은 “투자자들이 급류를 헤쳐 나올 때 부표만큼 안전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많은 투자자들이 이 ’부표‘를 잡기시작했다. 2013년 말, 파생상품 전문 운용사 프로셰어스 ProShares는 귀족지수(주식거래약어: NOBL)를 추종하는 ETF를 최초로 출시했다. 그리고 이미 7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다. 프로셰어스의 CEO 마이클 사피어 Michael Sapir는 “출시와 동시에 가장 성공적인 전략상품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성공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S&P 귀족지수에 속한 기업은 2008년 이후 한 해를 제외하고 S&P 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실적을 앞질렀다. 당연히 저금리 시대에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도 배당금은 매력적이다. 때문에 귀족지수 종목은 2015년 예상 수익의 19.5배, 시장 전체 보다 9% 높게 거래되고 있다.
배당주 투자자들은 안전성과 안정적인 현금흐름 때문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48억 달러 규모의 T. 로프라이스 배당금 성장 펀드(T. Rowe Price Dividend Growth) 매니저 톰 휴버 Tom Huber는 “배당금 증가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건 경영진이 힘든 시기에도 주주 친화적 자세를 보여준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CEO도 이런 전통을 깨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이 16세의 말처럼 귀족도 취약할 수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가격이 급격히 오를 경우, 배당 성장 기업에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른 채권수익률에 비해 배당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귀족이 위기에 봉착하면 왕실 이혼보다 더 빠르게 귀족 타이틀을 잃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 위기를 거치며 배당을 줄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와 화이자 Pfizer가 대표적인 사례다. 놀라운 수익률을 보이는 귀족지수의 한 가지 우려사항은 난류를 만난 배당 성장 기업이 쉽게 귀족지수를 벗어나곤 한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 이전 S&P500지수에 속했던 60개 귀족지수 기업 중 17개가 2008년과 2009년에 이 지수에서 이탈했다.
위험 분산을 위해 성장 기간이 짧은 기업을 포함한 여러 배당 성장주를 함께 보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76억 달러 규모의 프랭클린 성장형 배당 펀드(Franklin Rising Dividends Fund)를 운영하는 돈 테일러 Don Taylor는 종목별로 배당 증가의 기준 기간을 최근 10년 중 8년으로 삼고 있다. 그는 1996년부터 23년 동안 배당금을 늘려온 의료기술 제조업체 벡턴 디킨슨 Becton Dickinson을 샀다. 이 종목의 현재 수익률은 750%에 달한다.
91억 달러 규모의 컬럼비아 배당 수익펀드 (Columbia Dividend Income Fund)의 매니저 스콧 데이비스Scott Davis는 최근 애플과 생명공학 기업 길리어드 Gilead를 매수했다. 애플은 2012년, 길리어드는 올 2월 배당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52년 연속 배당을 늘려온 존슨 앤드 존슨 Johnson & Johnson 같은 전통적으로 탄탄한 배당 귀족주도 보유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이런 귀족주 기업은 그로버 클리블 랜드 Grover Cleveland 행정부부터 지속되어온 기업”이라며 “지난 불황기에도 존슨 앤드 존슨이 파산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