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50년이면 현재 72억명 수준인 전 세계 인구가 90억명을 넘어선다. 2062년에는 100억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 인구를 모두 먹이려면 지금보다 2배에 가까운 식량 생산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추가 경작지는 남아 있지 않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전지구적 식량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해법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광합성 효율을 높인 C4 작물이 주목받고 있다.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이 우리 삶의 근간이 된다는 얘기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농사에 적합한 경작지는 한정돼 있다. 지구가 보유한 육지의 3분의 1이 간신히 넘는다. 그나마 이 경작지조차 기후변화와 물 부족으로 인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식량 생산의 효율성 상승 역시 거의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때문에 세계 인구의 60%가 살고 있는 아시아만 해도 1헥타르(㏊)의 경작지에서 책임져야할 인구가 지금은 27명 정도지만 2050년에는 최소 43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이미 지구촌에는 10억명의 사람들이 식량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 매일 무려 2만5,000명의 사람들이 기아로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 굶주림 때문에 숨지는 5세 이하 어린이가 매년 310만명에 달한다.
이에 세계 각 국은 미래에 펼쳐질 극심한 기아와 식량난을 해결할 방안 마련에 다각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식용 곤충 사육이나 인조 육류연구 등 이 그 실례다.
이런 가운데 첨단 유전자 조작 기술을 활용, 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높임으로써 경작지의 면적 대비 식량 산출량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C4작물 변환 기술이 미래 식량난 문제의 전환점을 마련해줄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 C3 광합성의 비효율성
C4는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서 탄소를 고정하는 방식에 따른 분류다. 식물들은 햇빛을 에너지원으로 이산화탄소(CO2)를 당의 형태로 고정시킨다. 이렇게 고정된 탄소는 뿌리와 줄기, 잎, 꽃 등 식물을 대부분을 이룬다. 인간들이 식용으로 수확하는 씨앗이나 과일 속에도 당과 녹말 등의 형태로 들어 있다.
그런데 벼를 포함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약 95%는 루비스코(RuBisCO)라는 광합성 효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3탄소 화합물로 고정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루비스코 효소로 이산화탄소와 리불로오스 이인산(RuBP)을 합쳐 2개의 3-포스포글리세린산(3-phosphoglycerate)으로 변환시킨다. 이를 ‘C3 광합성’이라하며, 이런 식물들을 ‘C4 식물’이라 통칭한다.
그런데 루비스코 효소는 이산화탄소 대신 공기 중의 산소와도 결합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루비스코가 이산화탄소가 아닌 산소와 결합해 이뤄지는 비생산적인 반응을 광합성과 대비되는 개념인 광호흡이라 부르는데, 이는 광합성 효율 저하로 이어진다. 산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것인 만큼 식물이 원래 갖고 있던 탄소와 질소, 에너지의 순손실이 일어나 성장이 억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20℃를 넘어가면 루비스코에 이산화탄소보다 산소가 더 많이 들러붙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C3 작물은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지 못한다.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잎의 기공을 닫으면 이산화탄소가 잎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면서 잎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진다. 이렇게 산소 대비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낮아지면 광호흡 반응이 더 늘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C3 식물들은 일조량과 기온이 보통 수준이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ppm이상으로 풍부하며, 물이 풍족한 곳에서 잘 성장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95%의 식물이 C3 광합성을 한다. 여기에는 벼와 밀, 보리 같은 식량 작물 대부분이 포함된다. 전 세계 쌀 생산량의 90%가 아시아에 편중돼 있고, 아시아의 많은 지역이 열대지방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벼농사는 매우 비효율적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 C3 식물의 핵, 크란츠 구조
이와 달리 세상에는 일부지만 C3가 아닌 C4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이있다. 이들은 이산화탄소 농축 효율, 그리고 물과 질소를 사용하는 효율이 우수해 고온 건조한 지역에서도 훨씬 잘 성장한다.
이 같은 C4 식물의 장점은 잎의 구조 덕분이다. C4 식물의 잎의 횡단면을 보면 유관속초 세포(bundle sheath cell)가 유관속 주위를 둘러싸고 있고, 그 주위를 다시 엽육세포(mesophyll cell)가 감싸고 있다. 그 모습이 꽃다발과 비슷하다고 해서 독일어로 화관을 의미하는 ‘크란츠(Kranz)’ 구조라 칭한다. 바로 이 크란츠 구조가 광호흡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C4 식물은 탄소 고정 방식이 다르다. C3 식물처럼 캘빈회로 속 루비스코 효소에 직접 고정되지 않고, PEP 카르복실라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4탄소 화합물이 통합된다. 이후 엽육 세포 내의 C4 회로를 거치면서 4탄소 화합물이 산(malicacid)으로 바뀌고, 다시 유관속초 세포로 보내져 3탄소 화합물과 이산화탄소로 분리된다. 그러면 유관속초 세포가 이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C3 식물과 동일한 방식으로 탄수화물을 생성하게 된다.
특히 C3 식물은 광합성이 일어나는 지점과 산소가 직접 접촉하지만 C4 식물은 크란츠 구조로 인해 간접적으로만 접촉한다. 때문에 광호흡 가능성은 줄어들고, 잎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탄소 고정량의 증대가 용이하다.
이에 고온, 건조, 강한 일조량, 그리고 질소가 부족한 토양조건 등 C3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C4 식물은 쑥쑥 성장한다. 식용 작물 중 옥수수와 사탕수수가 대표적인 C4 식물이며, 질경이 등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잡초들도 C4식물에 속한다.
◇ 50%의 산출량 증대
다만 C4 식물은 지구상에 등장한 것이 불과 3200만년 전이다. 그래서 C3 식물에 비해 점유율이 극히 낮다.
하지만 과학기술, 정확히 말해 유전자 조작 기술로 C3 작물을 C4 작물로 변환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때는 동일한 면적의 경작지에서 획기적인 산출량 증진이 나타난다. 또한 토양과 환경이 척박해 C3 작물을 경작할 수 없었던 곳을 새로운 경작지로 환골탈태시킬 수도 있다.
예컨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류의 3대 식량인 쌀(벼)의 광합성 시스템을 C4로 변환한 품종 개발에 성공할 경우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기존 C3 벼와 비교해 무려 50%나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기존의 어떤 품종개량으로도 불가능했던 막대한 산출량 증진을 이룰 슈퍼 벼가 탄생하는 것이다. 밀, 보리, 콩 등의 작물들도 C4로 개량하면 식량난에 신음하고 있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C4 작물이 가져다줄 메리트는 적지 않다. 우선 농업용수의 효율적 이용이 가능해진다. C4 작물은 기온이 올라가면 부분적으로 기공을 닫아 수분 증발을 막으므로 C3 작물 보다 적은 양의 물로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료(질소)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C4 벼만 해도 비료 사용량의 30%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분의 15%가 질소인 루비스코를 C3 때보다 덜 사용하는 덕분이다. 농가는 경작비 절감을 꾀할 수 있고, 질소 비료의 과다 사용에 따른 환경공해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C3 작물을 C4 작물로 대체할 농가의 수익이 30~50%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유전자 조작 따른 안전성 우려 극복해야
현재 C4작물 연구는 필리핀 마닐라 소재 국제미작연구소(IRRI)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IRRI의 폴 퀵 박사팀은 작년 12월 C4 작물 핵심 유전자를 C3 벼에 이식한 유전자 조작 C4 벼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벼는 유전자 조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C3 방식을 주로 사용해 광합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광합성 방식을 C4로 완전히 전환하려면 정밀한 유전자 조작을 거쳐 벼의 잎에 C4 작물 특유의 크란츠 구조를 만 들어내야만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크란츠 구조를 형성시키는 유전자들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그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수십개 정도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을 뿐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새로운 게놈 편집 기술에 힘입어 머지않아 이 문제를 해결할 게놈 부위를 정확하게, 대량 조작 가능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덕분에 연구자들은 약 15년 뒤에는 C4로 개량한 벼를 실용화할 수 있을것으로 내다본다. C4로의 개량에 필요한 유전자 확인과 제어 특성 파악 3년, 크란츠 구조 및 C4 대사 효소를 발현시키는 벼의 개발에 3년, 벼에 이식된 C4 기능의 최적화에 5년, 그리고 이렇게 만든 C4 작물의 농가 보급 및 파종에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한다.
앞으로 모든 것이 잘 되어주면 쌀을 필두로 밀과 콩, 감자, 토마토, 사과 등의 작물도 C4로의 개량이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식량 생산량의 비약적 증진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C4 작물이라고 모든 것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유전자재조합식품(GMO)나 유전자변형생물체(LMO)와 마찬가지로 유전자 조작에 따른 건강학적·환경적 안전성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