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개봉하는 ‘007 스펙터’의 샘 멘데스 감독은 웬만해선 자신의 영화에 고성능 스포츠카를 등장시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007에서는 예외였다. 그는 애스턴 마틴의 전설적 자동차 설계자 마렉 라이히만의 도움을 받아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한 본드카(애스턴 마틴 DB10)를 제작했다.
라이히만에 따르면 두 사람의 미학적 목표는 제임스 본드와 동일한 이미지를 지닌, 즉 포식자의 본능을 가진 자동차였다. 그리고 DB10은 분명 그 목표에 부합하는 녀석이다.
특히 DB10은 애스턴 마틴이 난 25년간 만들어온 본드카 가운데 유일하게 양산 계획이 없다. 단 10대만 한정 생산된 콘셉트카며, 그나마도 비매품이다. 라이히만이 이끄는 엔지니어팀은 영화의 장면에 맞춰 총 10대의 차량을 특수 제작했다고 한다. 어떤 모델은 충돌과 전복에 대비해 롤케이지를 갖췄고, 어떤 모델은 배기관에서 화염이 분사되도록 했다.
이런 콘셉트카는 단순히 영화에 박진감을 더해주는 것을 넘어 미래 자동차의 특징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존재 의미를 갖는다.
DB10의 경우 애스턴 마틴의 콘셉트카였던 ‘원-77’처럼 건장한 덩치를 지녔다. 하지만 휠베이스가 더 길어서 한층 튼실하고, 눈길도 사로잡는다. 내부에는 애스턴 마틴이 3년 전 밴티지 쿠페를 위해 개발한 420마력급 4.7ℓ V8 엔진이 들어 있다. 또한 DB10은 애스턴 마틴 역사상 처음으로 LED 헤드라이트가 채용돼 날카롭고 위협적인 인상을 준다.
“LED는 실용적 이점도 있습니다. 차량 앞부분의 중량이 가벼워지죠. 이렇게 중량을 줄이면 성능은 우수해집니다.”
현재 라이히만은 애스턴 마틴 최초의 200만 달러짜리 슈커카 ‘벌칸 하이퍼카’를 설계 중이다. 12실린더 800마력 엔진이 탑재될 이 차량은 단 24대만 한정 생산되며, 트랙 주행만 가능하지만 벌써부터 갑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DB10을 구입하고 싶다면서 가격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하지만 DB10을 소유하고 운전할 자격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단 한사람, 제임스 본드뿐입니다.”
애스턴 마틴 DB10
| 0-96㎞ 4.7초 | 엔진 4.7ℓ V8 | 최고시속 305㎞ | 생산대수 10대 |
━━━━━━━━━━━━━━━━━━━━━━━━━━━━━━━━━━━━━━━━━━━━━━EDITED BY Michael Nunez & Lindsey Kratoch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