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넘치는 단기 자금 "돈 굴릴데가 없어요"

1년 미만 정기예금 27조 증가

연내 美 금리인상 불투명 전망에 자산가들 마땅한 투자처 못찾아

중수익 ELS·채권 인기도 시들


시중에 단기 자금이 넘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가들이 올 초부터 자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온 상황에서 연내 미국 금리 인상이 불투명해지면서 시중 자금이 오갈 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1년 미만 정기예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년 미만 정기 예금 잔액은 올 초 152조원 규모에서 지난 7월 179조원으로 무려 27조원 늘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시장의 외면을 받던 6개월 미만의 예금 상품 잔액도 올 초 71조원 규모에서 7월 75조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1년 이상 예금 상품의 잔액은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 1년 이상 상품은 올 초 421조원에서 7월 387조원을 기록하며 34조원가량 증발했으며 이 중 가장 많은 돈이 몰리는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에서 빠져나간 돈만 32조원에 달한다. 1년 이상 예금 상품이 1년 미만 상품에 비해 금리가 10~20bp(1bp=0.01%)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금리 인상 기대가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자금 단기화로 고민이 깊어지는 이들은 바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이다. 시중은행 강남 지점의 모 PB는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며 "금리가 언제 오를지 물어보는 고객이 많아 마땅한 조언을 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가 예전만 못한 분위기도 자금운용 단기화 현상을 부채질한다. PB들은 얼마 전까지 4%대 수익을 보장하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나 해외 주식 시장 투자 등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권하기도 했으나 중국발 경기 불안 때문에 이들 상품 권유를 자제하고 있다. 정기예금에 비해 그나마 높은 금리를 제공하던 채권에 대한 인기도 시들하다. 브라질 채권 등으로 큰 손실을 입은 자산가들이 채권 투자에 보수적으로 변한데다 계속되는 저금리로 채권 가격 또한 이미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이 올해 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현재 사놓은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 같은 자금운용 단기화 현상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모 PB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 예측이 어려워짐에 따라 최근의 자금 단기화 현상은 앞으로도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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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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