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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 선정 10대 과학자] 캐스린 화이트헤드 外

파퓰러사이언스는 매년 과학과 공학, 그리고세상의 혁신을 이끌 젊은 과학자들을 선정해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그 14번째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질병 박멸 나노입자 설계자
캐스린 화이트헤드 / 35세

인간을 정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의학적 관점에서 인체가 바로 그런 존재다. 약물이 제대로 치료효과를 내려면 각 성분이 혈류에 주입돼야 하며, 인체 면역체계를 우회해 특정 위치의 타깃 세포에 정확히 도달해야만 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화학공학자 캐스린 화이트헤드 박사는 바로 그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줄 나노입자 배달부를 찾고 있다. 먼저 그녀는 치료를 맡을 적임자로세포 속 천연 청소부로 불리는 '짧은 간섭 RNA(siRNA)’에 주목했다.


이 분자는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그들의 단백질 생성을 차단, 질병예방에 도움을 준다. 때문에 siRNA를 활용하면 유전자 장애부터 바이러스 감염에 이르는 모든 질병의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게 그녀의 판단이다. 하지만 siRNA는 불안정한데다 체내의 특정 지점으로 보내기 어렵다. 인체 혈액 속 효소들이 siRNA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나노입자로 siRNA를 감싸서 보호하려 하고 있는데, 아직 효과적인 나노입자를 찾은 팀이 없다. 이에 화이트헤드 박사팀은 단일 나노입자의 구조를 하나하나 개조해 최적화하는 기존 접근법에서 탈피, 다소 노동집약적 방식을 택했다. 5,000개의 새로운 나노입자를 개발한 뒤 유망한 것들을 선별해 쥐 실험을 실시한 것. 그렇게 다른 방법으로는 찾지 못했을 유효성 높은 나노입자들을 확보했다.

또한 쥐 실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비교해 유망 나노입자 여부를 판단해주는 예측모델도 개발했다. 현재 연구팀은 가장 우수한 나노입자 후보를 활용해 암, 정확히 말해 비호지킨 림프종의 치료법 개발에 나선 상태다.

“특정 돌연변이를 일으킨 암세포만 정확히 타격하기 때문에 부작용 최소화가 기대됩니다.” 그녀는 자신이 거둬온 과학적 성공의 대부분이 인내심 때문이라고 자평한다. “수천 종류의 소재로 실험을 하겠다고 하자 마치 미친 사람 보듯 하더군요. 하지만 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거미 사회 분석학자
조나단 프루트 / 29세

사막이나 숲속에 쭈그려 앉아 거미 군락의 사회생활 방식을 지켜본다. 이것이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행동생태학자 조나단 프루트 박사의 평상시 일과다. 그에 따르면 특정 거미 종(種)은 인간처럼 개성이 있다. 유순한 녀석도, 공격적인 녀석도 있다. 그는 이런 사회적 특성이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이다. 그 과정에서 야생 거미의 경우 종종 집단을 위해 자신의 유전적 본능을 희생한다는 최초의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생물학계에서 40년간이나 논란이 됐던 주제였다. 프루트 박사에 의하면 매년 무려 60~90%에 달하는 거미 군락이 붕괴된다. 그리고 그는 거미 군락의 생존이 단순한 운이 아님을 알아냈다.

연구 결과, 생존의 핵심은 유순한 거미와 공격적 거미의 비율이었다. 자원이 풍부한 군락은 자원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 거미를 많이 필요로 하는 반면 자원이 부족한 군락은 구성원들의 경쟁에 따른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막고자 유순한 거미의 비율을 높게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만일 비율이 적절치 못하면 개별 거미들은 새끼 낳는 일을 게을리 함으로써 비율을 맞춥니다. 해당 군락에서 원치 않는 개성을 가진 거미일수록 알을 적게 낳는 거죠.” 진화 모델상 이런 집단선택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누구도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었다. 그걸 프루트 박사가 해낸 것이다.

현재 그는 집단선택이 큰 의미를 가지는 또 다른 상황을 찾고 있다. “이 연구의 의미는 거미에 국한되지 않아요. 다른 종에서도 유사한 증거가 발견될 경우 사회의 작동방식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인간과 미생물 중매쟁이
잭 길버트 / 38세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의 미생물학자인 잭 길버트 박사는 아이스크림 때문에 미생물학에 입문했다. 과거 한 식품회사가 아이스크림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줄 물질을 찾고자 그를 고용했는데, 연구대상의 하나가 남극 박테리아였다. 현재 그는 실내외를 막론한 모든 생태계의 박테리아 표본을 모으고 있다.


각 박테리아의 독창적 역할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질병의 예방과 치료, 하수 처리, 작물 생산성 향상 등 인류에게 유용한 기능성 미생물의 발굴이 궁극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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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최근 길버트 박사팀은 수술 후 장내 박테리아가 더 악성이 되는 이유를 알아냈다. 바로 인산염의 부족 때문이었다. 즉 환자에게 인산염을 투여하면 수술 후 감염예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또 주택이 가족 구성원들의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24시간 내에 받아들인다는 점도 확 인했다. “이 미생물들을 활용하면 항생제 투약으로 붕괴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길버트 박사는 지구에 사는 모든 미생물의 특성 파악을 위한 ‘지구 미생물 군집 프로젝트(EMP)’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체를 규명해낸 미생물만 무려 2,200만종에 달한다. “향후 이렇게 확보된 박테리아를 이용해 인간의 삶을 개선시킬 방안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두뇌 잠재력 탐험가
마리암 섀네키 / 34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신경공학자 마리암 섀네키 박사의 주전공은 무선 통신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재 그녀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네트워크를 연구 중이다. 바로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850억개 뉴런들의 네트워크다. 이들 뉴런의 암호를 해독, 한층 개선된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를 개발하 는 것이 목표다.

기존 BMI는 사지마비 환자들의 뉴런 전기신호를 해석, 컴퓨터의 커서나 로봇 팔의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형태다. 반면 섀네키 박사팀은 ‘제어 이론’을 접목, 뇌의 여러 부분에서 신경 활동을 해석함으로써 통제력의 정확성을 배가했다. 향후 그녀는 이런 알고리즘을 척수가 이해 가능한 신호로 변환, 보조기기가 아닌 마비된 실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미 지난해 진정제를 먹고 축 늘어진 원숭이를 대상으로 뉴런 활동을 척수 자극 신호로 바꿔서 손을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뇌 활동을 밀리초 단위로 추적하는 고정밀 모델까지 개발해냈다. 덧붙여 섀네키 박사는 뇌 자체의 자동 조절 기능을 도와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완화시켜줄 알고리즘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지의 움직임보다는 감정과 관련된 뇌 활동의 해석이 훨씬 어렵지 않느냐고요? 바로 그게 이 연구의 묘미랍니다.”



민주주의 수호자
알렉스 할더만 / 34세

2010년 미국 워싱턴 D.C.는 온라인 부재자 투표시스템의 보안성 테스트를 결정했다. 모의투표를 진행한 뒤 누구든 해킹해보라고 한 것. 미시건대학의 컴퓨터 보안전문가인 알렉스 할더만 박사에게 이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감옥에 갈 걱정 없이 정부기관을 해킹해볼 흔치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더만 박사는 학생들과 함께 48시간 만에 시스템을 완벽히 장악, 투표가 이뤄질 때마다 미시건대학의 응 원가가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학생들은 성공에 환호했지만 저는 오히려 냉정해지더군요. 누군가 투표라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였으니까요.”

이후 할더만 박사는 각국 정부와 함께 전자투표 시스템의 보안성 강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도의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첫 외부 독립 검사에 참여했으며, 작년에는 전체 투표 중 25%가 전자투표로 이뤄지는 에스토니아의 시스템을 연구실에서 복제한 뒤 투표자의 PC에 침투시킨 멀웨어로 집계 서버를 해킹, 투표결과를 바꿀 수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특히 할더만 박사팀은 다양한 목적으로 디지털 취약점 공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중국, 이란 등의 국민들도 정부가 차단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작년 ‘탭탠스(TapDance)’라는 이름의 최신 버전을 내놓았고, 그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를 위해 미 국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한다.

“인터넷은 민주주의 강화의 지렛대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컴퓨터 보안이라는 난제를 꼭 해결해야 합니다.”

siRNA - small interfering RNA.
비호지킨 림프종 (non-Hodgkin’s lymphoma) - 면역세포인 B세포, T세포 또는 자연살해세포(NK cell; natural killer cell)에서 기원하는 악성 림프종. 2013년 기준 전 세계에서 22만 6,000명의 사망자를 낸 10대 암의 하나다.
EMP - Earth Microbiome Project
BMI - Brain-Machine Interface.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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