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발표 7년차를 맞이한 ‘포춘코리아 500’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2015년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들의 외형 성장은 크지 않았고 실속도 줄었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이 정체되고 수익성은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가 변동성이 큰 불안한 상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매년 수십 개에 달하는 국내 기업이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종적을 감추고 있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올해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2014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이 올린 매출 총액은 2,569조 3,327억 원이다. 전년에 비해 13조 3,739억 원(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 총액은 4년째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당기순이익 총액은 82조 1,157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조 7,169억 원(-2%) 줄어들었다. 2013년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8.8%였고, 2012년 -8.9%, 2011년 -10.6%였다.
외형 성장이 크지 않은 것도 아쉽지만 내실 있는 장사를 하지 못한 점이 더욱 문제다. 포춘코리아 500 리스트 ‘톱 10’ 기업 중 SK㈜,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GS칼텍스 등 4개사가 당기순이익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톱 50’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11개사가 당기순이익 적자를 냈고 절반에 가까운 22개사의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수출 부진까지 겹쳐 실속 있는 장사를 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2009년 발표를 시작한 포춘코리아 500에서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전자가 2014년에 거둔 매출액은 총 206조 2,060억 원이다. 2013년 매출액 228조 6,927억 원에 비해 9.8% 하락한 수치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22.6% 하락한 23조 8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IT·모바일(IM) 부문은 삼성전자 연결 기준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13년 당시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주인공이 스마트폰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은 실적 하락의 원인 제공자가 되었다.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애플의 아이폰6를, 저가폰 시장에서는 샤오미 등 중국 업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반면 올해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 6위에 올라 전년 순위를 지킨 LG전자는 매출액(59조 408억 원, 4% 증가)과 당기순이익(3,994억 원, 125.9% 증가)이 모두 늘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소 들쭉날쭉하지만 지난 5년간 전체를 보면 매출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2010년 55조 3,239억 원, 2011년 54조 9,992억 원, 2012년 53조 1,075억 원, 2013년 56조 7,723억 원, 2014년 59조 408억원).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G3와 스마트TV 판매 호조에 힘입은 실적개선으로 풀이하고 있다.
포춘코리아 500 리스트 ‘톱 10’ 기업 중 순위가 변동된 기업은 한국전력공사, 현대중공업 두 곳이다. 전년 조사에서 8위를 차지했던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7위로 한 단계 상승하며 현대중공업(7위 ⇒ 8위)을 뒤로 밀어냈다. 한국전력공사 매출액은 57조 4,749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6.4% 증가했다. 전력 판매 단가가 4.7% 오른 데 더해 원전 정상가동에 따른 원료단가 하락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 불황의 여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매출액은 52조 5,824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3% 하락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조7,692억 원 적자를 냈는데, 해양플랜트 사업부문 손실이 컸던 탓이다.
2015년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에서 순위가 상승한 기업과 하락한 기업은 각각 40곳이다. 특이한 것은 순위 상승 40개 기업 중 12곳이 증권·보험회사로 나타난 점이다. 이 중에서 한화투자증권㈜와 대신증권㈜를 제외한 10개 기업이 결산월 변경으로 인한 영업수익 증가 효과로 순위가 상승했다. 사업 매출 증가로 인해 순위가 오른 기업은 12곳이다. 이들 중 수입차 관련 회사 3곳이 비교적 높은 순위 상승폭을 보여준 것도 흥미롭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 ㈜LS네트웍스가 주인공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2014년 3만5,000대를 팔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성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딜러사인 동시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지분을 독일 벤츠 그룹과 51대 49의 비율로 나눠 갖고 있다. ㈜LS네트웍스는 연결종속회사인 도요타 차량 딜러사 ㈜베스트토요타의 매출이 46% 증가함에 따라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가 하락한 기업 중엔 종속 자회사 지분 매각으로 인한 연결 제외로 매출 규모가 줄어든 경우와 인적· 물적 분할로 매출 규모가 감소한 지주회사들이 많았다.
올해 리스트에 신규 진입한 기업과 탈락한 기업은 각각 48개다. 지난해 50개였던 것에 비해 소폭 줄어든 수치다. 리스트에 신규 진입하게 된 요인으론 사업 성장에 따른 매출액 증가가 가장 많았고, 법인 설립과 신규 상장, 연결재무제표상 모기업으로부터 분리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신규 진입 리스트에 나란히 1~2위로 자리잡은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원래 자신의 지배기업이던 우리금융지주㈜를 2014년 흡수 합병했다. (주)한국씨티은행 역시 지난해 지주회사이던 한국씨티금융지주㈜를 합병해 새로 순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당연히 우리금융지주㈜와 한국씨티금융지주㈜는 올해 포춘코리아 500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리스트 탈락 기업은 대부분 매출 하락이 원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