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역평가에 의한 기업경쟁력 강화/노순규 한국기업경영연구원장(기고)

최근 기업에서 새롭게 등장한 현상중의 하나는 「부하에 의하여 상사가 평가」되는 제도의 도입이다. 인사고과란 기업조직에서 사원을 평가하는 방법이고 지금까지는 당연히 상사가 부하를 평가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렇게 된 이유는 상사가 부하에 대해 지시 및 감독할 권한과 하급자를 비교적 잘 알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사가 평가함에 있어서 오류를 벌하기 쉽지만 그것을 수정할 기회가 없고, 부하와의 관계가 소원하게 되며, 능력개발이라는 고과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한편 다면평가는 상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위치에 있는 여러 사람이 여러 각도에서 피고과자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에서의 다면평가는 하급자, 동료, 고객 및 자신에 의해서 실시되고 있다. 특히 하급자에 의해 실시되는 역평가(상사평가)는 금융기관인 보람은행, 서울은행, 한일은행, 강원은행, 부산은행, 동남은행, 하나은행, 대한생명보험과 일반기업인 현대정공, LG전자, LG정보통신, 동양SHL, 신세계백화점, 삼성그룹, 성광전자, 한국IBM 그리고 정부투자기관인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석유개발공사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역평가를 실시하는 목적은 첫째, 상하간 의사소통의 기회제공으로 조직활성화를 도모하고 둘째, 관리자의 능력향상을 위하고 셋째, 고과의 객관성 제고를 위하며 넷째, 부서간의 유대강화를 위한 것 등이다. 미국기업도 상사에 의해 고과가 실시되던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다면평가제를 도입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 고과제도가 갖는 신뢰서의 결함을 줄이고자 존슨 &존슨사, 아모코사, 뒤퐁사, 크라이슬러사 등에서는 부하에 의해 상사를 평가하게 함으로써 「관리자개발」과 「수평조직」으로의 전환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상사에 대한 평가의 항목으로는 농수산물유통공사인 경우 과장급이하 사원들이 부장급이상 관리자를 대상으로 업무추진력, 의사소통 및 조직활성화, 지도통솔력, 문제해결능력, 판단력 및 결단력 등 5개를 들고 있다. A부터 E까지 5등급으로 이루어지는 평가결과를 고과에 반영하고 2년 연속 D이하의 평가를 받은 관리자에게는 일정기간 호봉승급이 정지되는 등 불이익이 따른다. 또 현대정공의 경우는 팀원들에 의하여 상사가 평가를 받는데 그 결과는 성과급 및 승진과 관련된 능력고과점수의 10%를 차지하며 또다른 회사의 상사평가항목에는 프로젝트, 기획력, 예측력, 부하육성력, 관리통솔력, 창의력, 결단력, 사업가의식, 책임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하에 의한 상사평가는 간과되기 쉬운 관리자 성과개선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아울러 부하들이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에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며 또한 종업원들이 상급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이제 누구든 자신의 하는 일과 관련되어 평가받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섣부른 판단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각종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저하되는 것도 다면평가 혹은 역평가의 제도와 방법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교사 및 교수는 학생에 의해, 대통령 및 정치인은 유권자인 국민에 의해, 경영자는 노동조합에 의해, 노동조합은 시민에 의해, 기업은 소비자에 의해, 국가는 국제평가기관 등에 의해 평가받아야 하고 또 평가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구성원은 상호간, 스스로,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평가받아 개선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경쟁력은 물론 유지(Going Concern)마저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료적 및 권위적 분위기에 적응해온 상사는 자신의 부하에 의해 평가받는 것에 대하여 불합리성을 내세우면서 심한 저항을 하지만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이 권력중심에서 벗어나 업무중심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라도 역평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며 그 확산속도가 의외로 빠르다. 상사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부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역평가가 잘 시행된다면 기업의 경쟁력 및 수익성, 조직의 효율성, 부하의 업무만족도, 상사의 리더십 발휘에 큰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어떤 제도이든 기존의 방법이나 제도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면 과감히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함에 있어서 지도자가 먼저 솔선수범하여 관련계층의 저항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약력 ▲55년 경북 고령산 ▲76년 영남대 경영학과졸 ▲81년 고려대 대학원졸 ▲94년 동국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95년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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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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