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금과 규모, 마케팅이 경쟁력의 원천이었다고 한다면 다가오는 세기에는 지식·정보·기술이 그자리를 차지하고 이에따라 산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것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기술과 아이디어를 주무기로 하는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이야말로 규모가 작고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집단이기 때문이다.국내동향은 이러한 분석을 더욱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올들어서는 대기업이 해체과정을 겪으면서 그 빈공간을 유망중소·벤처업체들이 성공적으로 그리고 급속하게 채워나가고 있다.
지난달 중기청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창업자중 61%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었다. 또 40세이상의 벤처창업비율도 36%나 달해 기존 산업에서 활동하던 경영자중 상당수가 벤처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고급인력들의 이동도 두드러져 대기업이나 일반 중소기업, 연구소에서 일했던 우수인력들이 대거 창업하거나 벤처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한 벤처기업에서 직원을 모집했을 때 거의 100대1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고 이들중 대부분이 내노라하는 대기업출신들이라는 점이 그 증거다.
산업의 흐름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관련산업은 전체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확대되는 등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예로 미국 상무부는 올초 IT산업비중은 GDP의 8%수준이지만 실질 경제성장의 35%를 이부문에서 이루어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 97년에는 3분의1이상, 지난해에는 실질GDP가 5.8% 감소했슴에도 불구하고 IT산업의 실질 부가가치액은 2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LG경제연구소의 분석)
새로운 시대에는 대기업과의 관계도 변화될 전망이다. 기술과 창의성, 그리고 변화가 최고의 가치로 부각되면서 제품의 수명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응력이 뛰어나고 민첩한 중소기업이 신기술과 제품의 개발을 담당하고 대기업이 막강한 판매망을 가지고 이를 판매로 연결시키는 방식이 주된 흐름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해 벤처기업의 연구개발투자비중이 대기업보다 무려 15배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것도 이흐름의 단초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기업 자체도 분사와 벤처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적응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인터넷과 정보통신분야에서 보이고 있는 대기업-벤처의 전략적 제휴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다가오는 세기는 자원의 투입보다는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포착하고 선점하는 능력이 우선되는 시기다. 세계적으로 중소·벤처기업들이 글로벌스탠더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도 벤처정신을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다.
송영규기자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