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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한빛아파트에 사는 유병숙(53·여)씨는 인근 갑천변의 유림공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데다 과거 어느때 보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폭염을 견디는 게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었는데, 다행히 주말이나 열대야 때 유림공원을 찾아 그마나 피서를 할 수 있어서다. 유림공원은 향토기업인 계룡건설의 이인구 명예회장이 도시숲의 필요성을 깨닫고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2년에 걸친 공사끝에 2009년 완공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면적은 5만7,000㎡으로 울창한 나무를 심어 놓아 진짜 숲처럼 가꿔 도심보다 기온이 평균 3~4도 가량 낮아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심 피서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유씨는 "올 여름은 열대야가 연일 계속돼 집에 머물기도 힘들 정도로 무더웠던 것 같다"며 "다행히 7~8분만 걸어가면 유림공원이 있어 주말이면 산책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림공원이 주민들에게는 보물"이라고도 했다.
전국 도심 곳곳에 유림공원과 같은 도시숲이 잇따라 조성돼 시민들의 아늑한 도심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과거 정부 재정만으로 도시숲을 조성해 왔다면, 지금은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기업들이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도시숲 조성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26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숲 조성에 민간이 참여한 건수가 170개에 달한다. 기업이나 개인이 기증한 수목은 34만3,000그루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69억원 규모다.
SK에너지는 1997년부터 10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울산에 대공원 숲을 조성한 뒤 기부채납했다. 이 곳을 찾은 시민들은 작년 말 기준 740만명에 달하고, 올 7월말 현재 472만명을 기록했다. 울산시민이 한 사람당 연간 평균 5~6회 울산 대공원 숲을 찾는다는 얘기다. 그만큼 지역의 인기명소가 됐다.
에쓰오일이 지난해 조성한 울산 태화루 도시숲 역시 1일 평균 1,500명의 시민들이 찾을 정도로 도심명소로 꼽히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루 도시숲은 주말 하루 평균 1만6,6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의 힐링공간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실제 향토기업인 맥키스컴퍼니는 2006년부터 대전 계족산 황토길 조성사업에 50억원을 투입하고 있고, 삼성화재는 지난 2012년부터 연간 6개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숲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림청은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013년 11월 서울에서 중견기업 대상 사회공헌방안 설명회를 개최한데 이어 지자체별 향토기업과 연고기업을 방문해 36회에 걸쳐 설명회를 가졌고 473개 기업에 기업참여 도시숲조성 사회공헌 안내 메뉴얼을 보급했다. 국민대상 도시숲 설계공모대전을 추진해 국민이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산림청은 도시숲 조성을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소통하고 참여해 추진하는 정부 3.0의 대표사례로 만들기 위해 기업과 국민에 더욱 다가서면서 도시숲 조성 참여를 더욱 독려해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 등에는 여전히 도시숲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 도시지역 인구의 22%인 1,014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4.35㎡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 9㎡에 크게 미달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자체 도시숲 조성사업에 지원되는 국비지원금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 국가와 지자체, 기업,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도시숲 조성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8월말 현재 전국 도시숲은 2,755개로, 정부는 2017년까지 4,000개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국비와 지방비 4,55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선진국 수준으로 도시숲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기업들이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도시숲 조성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석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장은 "도시숲을 2017년까지 4,000곳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며 "국가와 지자체, 기업, 시민이 소통하고 협력해 만드는 도시숲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나 에쓰오일, 삼성화재 사례와 같이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숲 조성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도 함께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