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20일 주총] 대기업-참여연대 전면전 벌인다

20일 삼성, 현대, SK 등 5대그룹 주요계열사의 주주총회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공교롭게(?) 삼성전자를 비롯, LG반도체, 현대중공업, ㈜대우, SK텔레콤 등 5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의 주총이 20일로 몰려있다. 이들은 소액주주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참여연대가 올해 주요 타깃으로 겨냥하고 있는 기업들. 이 때문에 참여연대의 전력(戰力)을 분산시키기 위해 이들 5개기업이 동시에 주총을 연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미 이들 5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부당내부거래 문제 사외감사제 도입 등 정관개정 문제 계열사 지급보증 등 4~7개 항에 달하는 요구사항을 전달, 선전포고를 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5대 기업의 주총은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대표한 참여연대간의 대결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 같은 큰 불상사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이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의 의견을 대폭 수용하는 등 기업측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사외감사제 도입 등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정관개정안을 이번 주총에서 확정짓기로 방침을 정했다. 삼성전자는 소액주주 권익보호를 위해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주주우선배정 원칙과 사외이사 상한선 삭제 등을 골자로 하는 정관개정안을 최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특정인에게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배정,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참여연대 등의 지적에 따른 것. 삼성은 또 사외이사의 상한선을 이사총수의 3분의1로 한다는 조항 대신 이사회의 경영위원회 감독의무와 책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주주권과 경영진의 주주권 존중 등을 명시할 예정이다. SK텔레콤도 2001년 별도 정관개정 없이 집중투표제 실시가 가능토록 정관을 개정키로 했다. 당초 집중투표제의 도입여부를 내년에 다시 검토하자는 입장였으나 최근 참여연대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2001년 정기주총에서 별도 정관개정없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조치가 소액주주 운동과 경영 투명성의 확보를 주장하는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 운동권의 요구를 충족하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참여연대 등의 요구사항에는 총수의 투자실패 책임 등 기업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쟁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5대기업이 동시에 주총을 열기 때문에 참여연대로선 역량을 한두 곳에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 참여연대가 그동안 삼성전자를 별러온데다 최근 홍콩 등 해외에 직접 나가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을 참여연대측에 위임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소액주주들에게 사장 명의의 경영설명 서한을 일일히 발송하고 기관투자가 및 외국인투자자의 위임장 확보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에 대해 자동차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추궁 집중투표제 등 정관개정 삼성물산의 전환사채 처리문제 부당내부거래 회계감사법인 변경 등 7가지 문제를 제기해 놓고 있다. 참여연대측은 『이건희(李健熙)회장 가족지분(3.3%) 보다 많은 우호지분을 모아 소액주주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또 국내 25명의 주주와 코리아펀드, 이머징마켓 인베스터 등 해외주주의 지분 102만여주(전체주식의 0.8%)를 모아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해 관련부서로 구성된 별도의 팀을 설치하고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해외투자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참여연대측이 감사위원회 도입 사외이사·감사에 대한 스톡옵션 주식액면가 분할계획 무분별한 사모발행 규제를 위한 정관개정 등 4개 항을 요구하고 있는 SK텔레콤 주총도 관심거리. SK텔레콤은 이들중 참여연대측과 합의된 사항이 많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식 액면가 분할 계획의 사전제시 등은 받아들이기 어렵워 격론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사외이사 및 사외감사 감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스톡옵션 도입도 내년 이후 검토키로 하는 등 참여연대의 주장을 적극 수용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외에 현대중공업, LG반도체, ㈜대우 등은 상대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참여연대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미 기아자동차 인수에 불참키로 결정했으며 LG반도체는 빅딜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우는 해외투자 적실성의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참여연대가 직접 구체적인 투자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민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