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사치스런 운동으로 백안시됐던 골프는 이제 대중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골프문화는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연을 벗삼아 골프를 즐기기 보다는 「내기」에만 몰두해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골퍼들이 적지 않고, 상당수의 골프장은 고객보다는 오직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있다. 골프를 치는 것인지, 구보하러 간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골프장도 헤아리기 어렵다. 프로라고 하는 골퍼들도 상식이하의 행동으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행정당국의 골프정책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퍼블릭 코스도 말뿐이고, 회원제 코스의 들러리 일 뿐이다. 부킹(예약)질서도 엉망이다. 회원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힘있는 기관의 압력이 회원권보다 우선하고 있다. 국내골프인구가 200만명을 넘어서고, 해외에서는 박세리와 박지은, 구옥희, 김종덕선수 등이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지금, 잘못된 골프문화는 바로잡혀야 한다. 올바른 골프문화정착을 위해 「한국골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우리의 골프문화를 진단한다. /편집자주주말인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골프장.
파3, 13번홀에서는 앞팀과 뒷팀이 한바탕 싸움을 할 뻔 했다. 앞팀이 티샷을 하고 있는데도 뒷팀이 『내가 언제 「OK」 줬어. 빨리 내놔.』 『아니, 한 클럽 이내 거리인데 OK지, 뭐!』하며 두사람이 계속 큰소리로 떠들었고, 참다 못한 앞팀이 『좀 조용히 해! 뭐하는 거야』라고 항의하면서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다. 험악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두팀은 라운드 내내 기분이 상했다. 여느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골프문화수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이다. 이처럼 몰상식한 행동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벙커를 정리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 경기보조원을 은근히 희롱하는 일, 그린에서 신발을 끌고다니며 다음 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 등등….
골프장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연습장에서의 매너도 엉망이다. 동네 사람들끼리 몰려다니며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예사고, 뒷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볼박스를 쌓아놓고 「나홀로」골프를 즐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골프가 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매너와 에티켓은 아직도 레슨서적에서 잠자고 있는 셈이다.
골퍼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오직 수익을 올리는데만 급급해 회원 등 내장객의 이익보호에는 소극적이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골프장의 친절도가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회원의 날」에도 회원을 대접하지 않는 골프장들이 비일비재하다. 정규팀 외에 서너팀을 더 끼워넣어 골퍼들을 짜증나게 하는 경우도 헤아릴 수 없다. 그러다보니 전반 9홀은 2시간 남짓만에 끝나고, 후반 9홀은 4시간만에 끝나는 골프장도 있다. 전반은 구보, 후반을 굼벵이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골프는 곧 매너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스스로를 감시해야 하는 이른바 신독(愼獨)을 필요로 하고, 실력보다는 에티켓을 생명으로 한다. 골프룰이 고의적인 잘못에 대해 엄하게 징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는 것은 곧 질서를 지키는 것이다. 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한국골프가 발전할 수 있다. /김희중 기자 JJ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