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팍스 아메리카나/홍인기 증권거래소 이사장(로터리)

미국 증권시장이 경제 성장과 더불어 전후 최장기, 최고의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이에 비해 상장회사들이 미국과 사뭇 다른 경영전략을 보여주는 일본이나 한국의 증권시장은 장기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미국 증시의 활황 배경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증권시장의 힘찬 상승은 기업의 높은 생산성과 자본 효율성, 즉 「저비용·고효율」 구조에 주주중시 경영과 금융시장의 시장원리 충실이라는 확고한 원칙에 힘입은 바가 크다. 반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고비용·저효율」의 낮은 생산성으로 주가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난 92년 국내자본시장 개방 이후 PER(주가수익비율)라는 평가척도가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낡은 척도가 됐고 경영자들은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ROE(주주자본이익)나 EVA(경제적부가가치, 즉 주주자본의 기회비용을 차감한 이후의 순이익)등의 가치중시 경영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지표를 토대로 형성되는 기업의 주가를 통해 기업 경영상태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평가함으로써 경영자들로 하여금 주주를 위한 적절한 성과가 없으면 도태된다는 신호(채찍)를 보낸다. 이는 철저히 한손에 당근을, 한손에 채찍을 활용하는 냉엄한 체제라 하겠다. 얼핏 단견인 것처럼 보이는 미국기업의 분기별 손익발표도 주주의 경영감시 「메커니즘」으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주가가 높은 기업들은 저리의 주식자금을 증권시장에서 조달, 평균 자금 「코스트」를 낮추고 이는 다시 경영 효율성 증대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있는 것이다. 기업경영과 주가의 이러한 밀접한 관련성이 소위 영미식 주주중시 자본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상장기업으로서 금융기관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신장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금융기관은 소위 금융공학을 이용한 「리스크 리턴」(금융상품의 위험과 수익의 조합)구조의 다양화, 컴퓨터 정보통신기술을 금융에 접목한 다원화된 금융서비스의 제공으로 경쟁력있는 지식 집약형 첨단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2차대전 직후가 미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금융시장을 지배하던 제1차 「팍스 아메리카나」시대였다면 최근의 첨단 금융기법을 통한 세계금융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제2차 금융의 「팍스 아메리카나」시대라 하겠다. 이러한 미국 금융산업의 일련의 흐름을 보면 결국 자본주의 경제에서 주주의 이익을 중요시 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기본적인 원칙과 시장원리에 철저한 미국식 경영이 향후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보편적인 경영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의 기회비용을 고려하는 기업경영, 주주에 대한 적정 수준의 배당지급, 장기 주식투자자에 대한 세제상의 우대등은 주주중시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 하겠다. 최근 엔의 평가절하, 은행주의 폭락 및 일본의 증권시장 침체라고 하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서 우리도 국내증시의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 적절히 대응하고 준비하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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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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