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양대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한 권력기관의 영역확대가 지나치다는 우려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독립성이 생명인 관계부처들이 국정과제 수행을 핑계로 권한과 조직을 급속히 키우고 있는 것이다. 권력기관이 겉으로는 새 정부의 눈치를 보고 실제로는 밥그릇을 챙기는 셈이다. 이 같은 '신(新)관치'에 국민과 기업들은 사적 경제활동까지 심하게 침해를 당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8일 "주가조작 대책을 비롯해 최근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검찰과 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내놓는 정책을 보고 '이렇게 가는 게 맞느냐'는 이야기를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면서 "있는 사람이 돈을 쓰게 하고 문제가 있는 점만 잡아내야 하는데 권력기관이 물 만난 것처럼 앞서간다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당장 금융위와 법무부(검찰)ㆍ금감원ㆍ국세청 등이 이날 합동으로 내놓은 주가조작근절 대책을 보면 금융위 소속 공무원과 금융위 파견 금감원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주도록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법부의 고유권한인 특사경을 금융위뿐만 아니라 반민간인인 금감원 직원에게 주는 것은 수사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경찰과 국세청ㆍ공정위 등 다른 기관에서 경제범죄 처벌을 이유로 특사경을 달라고 하면 무슨 명분으로 막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경제민주화 주무부처인 공정위도 영역 넓히기에 한창이다. 공정위는 재벌의 불공정거래 척결을 전담하는 가칭 '재벌조사국'을 8년 만에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검찰 중수부나 국세청 조사국 같은 조직을 대기업을 타깃으로 해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회를 통과한 하도급법과 일부 논란이 있는 불공정거래법에는 공정위의 권한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직과 권한이 동시에 커지고 일부 법안 내용에는 법의 근본원칙을 훼손하는 조항이 있어 찬반이 엇갈리는데도 공정위는 밀고 나가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최근 지하경제 양성화로 가장 빠르게 조직과 권한이 확대되는 곳이다. 금융위와 합의한 금융거래정보분석원(FIU) 법안을 보면 탈세 혐의자는 국세청이 검찰 지휘 없이 일상 행정업무로 금융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 밖에 세무조사, 국민행복기금 채무자 분석, FIU 정보분석 등을 이유로 인원을 늘리고 타 부서에 보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관료 특유의 밥그릇 챙기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실적주의에 매달려 우르르 정책을 밀어붙인 뒤 실패하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는 점을 깨달을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