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성장·고령화 시대 살아남으려면 금융투자사 자산관리 경쟁력 키워야

자본연·노무라 공동 세미나


하이일드상품 등 고수익상품도 인기 끌 것

우리나라보다 저성장ㆍ저금리ㆍ고령화 시대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는 금융투자시장이 어떻게 변화했을까? 답은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 증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경쟁력이 금융투자회사의 생사(生死)를 가를 주요 포인트가 될 것으로 조언했다.

세키 유타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 연구소장은 20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저성장ㆍ저금리 시대와 금융투자산업: 일본의 사례와 한국에 대한 시사점’ 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저성장과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돌입하면서 일본에서는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특히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늘어날수록 자산의 안정성을 중시하면서도 금융자산을 운용하지 않으면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세키 소장은 이어 “유가증권 보유 잔액의 약 70% 정도가 60세 이상이 가지고 있어 일본의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는 고령계층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 해외 고수익 사채에 투자하는 상품들로 투자신탁의 시야를 넓혀 이들 고령계층의 투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일본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공모펀드 순자산총액은 지난 2000년 49조4,000억엔에서 지난해 말 64조엔으로 30% 성장했다. 특히 2000년 순자산총액의 80%에 육박했던 머니머켓펀드(MMF)는 지속적으로 그 비중이 줄어들어 지난해 말에는 10%대로 떨어졌다.

이타바시 유타카 노무라자산운용 국제업무부장은 “일본 증시가 반토막 나는 상황에서도 투자신탁의 순자산이 증가한 것은 투자 수요가 살아있다는 증거”라며 “특히 안전자산인 MMF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은 저성장 저금리 상황에서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이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고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내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하이일드 상품과 외국 통화에 대한 투자, 커버드콜 전략을 활요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타바시 부장은 “하이일드 채권은 투기 등급의 회사채임에도 불구하고 불과 3년여 만에 자산액이 6배 가량 증가한 3조엔으로 불어났다”며 “또한 투자자들이 투자 통화를 선택할 수 있는 더블데커 펀드와 고위험 자산에 대해 투자하는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 수익과 손실 폭을 좁힌 커버드콜 상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볼 때 국내 증권사들도 단순한 주식 매매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도준 노무라종합연구소 금융컨설팅부문장은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가 지속된 1996년 이후 10년 간 총 85개의 증권사가 시장에서 퇴출됐다”며 “비슷한 시장 환경에 처한 국내 증권사들은 일본의 생존 증권사의 사례처럼 위탁매매 중심에서 투자신탁이나 자산종합관리계좌와 같은 자산관리형 사업구조로 전환하고 상품 제조 역량을 강화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400여명이 몰려 일본 금융투자시장을 벤치마킹하려는 열기가 뜨거웠다.


조민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