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은행 위의 은행'으로 남고 싶은 것일까.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합쳐져 오는 11월께 출범할 통합산업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은행장이 아닌 회장으로 불린다.
총재도 은행장도 마땅찮아 내린 결론이라지만 은행의 수장으로서는 헷갈리는 명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장이 없는 은행이 출범하는 셈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적했던 '권위주의 산업은행'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개정된 한국산업은행법은 임원 구성을 회장, 전무이사, 이사 및 감사로 규정했다.
기존 산업은행법상에는 은행장, 이사 및 감사로 임원진을 구성하도록 했었는데 은행장이라는 직함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산업은행법이 개정됨에 따라 현재 산은금융지주와 산업은행이 통합하고 이어 다시 정책금융공사와 합병해 통합산업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지주회사가 없어지고 은행만 남게 됨에도 CEO가 회장이라는 직함을 쓰게 된 것은 채권은행을 총괄하는 산업은행의 무게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해석이다.
외국에서도 개발금융기관의 수장을 통상 프레지던트(president)가 아닌 거버너(governor)라고 표현한다.
이와 더불어 산업은행의 CEO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총재라는 직함을 쓰면 좋겠지만 이는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된 만큼 회장이라는 직함을 통해 기존 시중은행들과 차별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CEO는 전통적으로 총재로 불렸지만 이 전 대통령이 총재 호칭을 권위주의의 상징이라고 지적하면서 사라졌다.
이번에 회장으로 직함이 바뀌면 산은의 CEO는 또다시 직함이 바뀌게 된다. 현재의 산은 수석부행장 자리는 전무이사가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