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재판없이 사형선고 받은 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사퇴] 鄭후보자 사퇴의 변<br>국민엔 "송구"…정치권엔 "법치주의 오점" 직격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로 쓰인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청문회 전 사퇴 요구는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입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진 사퇴의 뜻을 밝히며 한 말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자신에 대해 불거진 의혹들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뒤 정치권을 겨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를 두고 역시 검찰 출신답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는 검찰출신으로는 네 번째로 감사원장에 내정됐었다. 이날 새벽 사퇴 결심을 굳혔다고 밝힌 정 후보자는 특히 자신의 결백을 강조라도 하듯 사퇴 회견장에 짙은 남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으며 논란이 일었던 법무법인 '바른'에서의 급여와 관련해서는 급여 명세표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배포한 급여 명세서에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2008년 8월까지의 급여 총액과 공제세액 합계, 그리고 공제 보험료 합계와 실제 지급액 등이 담겨 있었다. 급여 액수 논란을 의식한 듯 정 후보자는 "액수가 많은 것에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송구스럽다"면서도 "30여년 법조 경력을 가진 변호사 급여와 이제 막 변호사로 출발하는 이의 급여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 차이는 용인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또 정 후보자는 "국민께 송구하다"며 반복해 머리를 숙이면서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 사퇴 회견에서는 드물게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본인으로서는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그는 "국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여당까지도 청문회를 통한 진상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불문곡직하고 저에게 사퇴를 촉구했다"며 여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중죄인이라도 말은 들어보는 것이 도리이고 이치다"며 "대통령께서 지명한 헌법기관인 감사원장 후보자에게 법이 예정하고 있는 청문회에 설 기회조차 박탈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청문 절차를 정치행위로 봉쇄한 일련의 과정은 살아 있는 법을 정치로 폐지한 것으로 법치주의에 커다란 오점이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정 후보자는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공직자로서 자신이 살아온 시간에 대해서 만큼은 떳떳하다고 강조한 뒤 "저의 경력과 재산 문제뿐 아니라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철저하게 유린됐다"고 말했다. 또 "전세기간 만료로 이사한 사실마저 투기 의혹으로 몰아가는 것을 보고는 집이 없어 이사를 많이 했던 것까지 흠이 되는 현실에 비애를 느꼈다"고도 말했다. A4 용지 5장에 적힌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간 정 후보자는 끝으로 "저는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는 성현의 말씀으로 위안을 삼으며 이 자리를 떠난다"면서 다시 한번 안타까움과 억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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