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공제회 펀드매니저

지방행정공제회 펀드매니저가 공무원 복지기금으로 모은 공금을 부당거래해 내연녀에게 11억원을 안겨준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펀드매니저는 증권사 직원과 짜고 공제회 기금 1억여원을 본인이 챙기기도 하는 등 공공기금으로 갖은 ‘돈놀이’를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선봉 부장검사)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전 펀드매니저 조모(37)씨와 내연녀 장모(33)씨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조씨는 2007년부터 사귀어 온 장씨가 지난해 빚이 많이 고민이라고 하자 공제회 기금을 부당거래를 통해 장씨를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장씨가 특정 종목 주식을 사면 공제회가 매수 가격보다 2~3% 높은 가격으로 사들여 차익을 장씨에 안겨주는 수법을 쓰기로 했다. 장씨가 팔기로 약속한 주식은 ‘시장가 매수 주문’으로 가격은 보지도 않고 사들였다. 시장가 매수 주문은 매수가격을 지정하지 않고 수량만 정해서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이다.



장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무려 194차례에 걸쳐 48개 종목 주식을 팔아 11억4,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장씨는 조씨의 ‘선물’ 덕분에 대부분의 빚을 갚고도 남아 수억원의 돈은 통장에 그대로 남겨뒀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지난해 6~7월엔 같은 수법으로 K 증권사 차장 박모(38)씨와 짜고 1억5,000만원의 공제회 기금을 본인이 직접 챙기기도 했다.

지방행정공제회는 지방공무원들의 생활 안정과 복리 증진을 위해 공무원들이 낸 돈으로 모은 기금이다. 조씨는 이런 공공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남겨야 할 의무는 뒷전으로 한 채 개인이 돈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검찰은 공제회와 증권사의 ‘갑을관계’를 이용해 12개 증권사로부터 4,450만원을 받아 챙긴 또 다른 전 공제회 펀드매니저 박모(41)씨도 재판에 넘겼다. 박씨는 공제회 기금으로 주식을 매수할 거래증권사를 선정하는 위치를 이용해 “급히 쓸 돈이 필요하다”면서 증권사 법인영업부 직원들로부터 수시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