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OPEC, 감산 합의 불발… 유가 전쟁 신호탄?

사우디·러·이란 "감산 없다"

셰일 생산비 큰 美 타깃 삼아

사실상 가격전쟁 돌입 분석

유가 35달러까지 추락할수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장관회의에서 대규모 감산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OPEC이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된 석유장관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감산 대신 현행 산유량 상한선을 엄격히 지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 시장에서는 감산 결의를 두고 전망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하지만 회의를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침묵을 지키던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등 산유랑 조절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면서 비관론으로 기울었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원유시장이 결국 스스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회원국의 감산 압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 역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져도 감산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O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전 세계 원유시장의 11%를 점유하고 있어 영향력이 작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감산을 주장해온 이란도 "원유시장에 대한 의견이 사우디와 가깝다"며 감산을 포기한 모습이다. 이날 북해산브렌트유가 4년여 만에 최저인 배럴당 77.75달러까지 떨어졌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날보다 0.4% 하락한 73.69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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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같이 전개되자 원유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유가전쟁'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OPEC 입장에서 감산은 원유시장 점유율을 내준다는 의미"라며 "충분한 외환보유액 덕분에 걸프만 연안 국가들은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해 사실상 가격전쟁에 들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타깃은 미국의 셰일오일이다. 세친 회장도 "저유가는 원유 생산비용이 높은 곳에 더 큰 피해를 안길 것"이라며 셰일오일을 사례로 지목했다.

지난 6월 이후 약 31%나 떨어진 유가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정보 업체 오일프라이스인포메이션서비스의 톰 클로자는 "내년 하반기까지 원유 수요가 일 평균 100만~150만배럴 줄 것"이라며 "내년 봄까지 OPEC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하면 유가가 배럴당 35달러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유가에 따른 파장도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클레이스와 웰스파고가 미국 에너지 업체에 지원한 대출금 8억5,000만달러의 손실위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두 은행이 미국 에너지 업체 새바인오일앤드가스와 포레스트오일 합병과정에 브리지론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BP의 주가가 6월 이후 17% 하락하고 셰브런도 같은 기간 11% 떨어지는 등 석유 메이저의 손실도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시추 업체 시드릴은 주가가 23% 가까이 폭락하면서 배당도 연기했다. 유가 하락세가 시작된 6월 중순 이후 노르웨이 크로네화 가치가 12%나 하락하고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의 나이라화 가치는 역대 최저로 절하되는 등 산유국들의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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