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과 일본 증권가를 궁지로 몰아넣은 노무라증권의 증자 관련 내부자거래 사태에 대해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판에 흥미로운 분석이 실렸다.
리보 조작의 진앙지가 된 바클레이즈는 지난 2008년 파산한 리먼브라더스의 미국 사업 부문을 인수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의 도약을 시도한 영국 은행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백년 전 퀘이커교도가 설립한 견실한 상업은행으로 출발한 바클레이즈 은행의 문화가 밥 다이아몬드 최고경영자(CEO)가 몰고 들어온 월가의 트레이더 문화 때문에 변모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년 간의 혐의 끝에 불거진 리보 조작 스캔들은 결국 수백년 역사를 지닌 바클레이즈는 물론 영국 금융산업 전체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뒤흔들고 말았다.
한편 최근 일본 증권가를 강타한 내부자거래 사태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노무라 증권이다. 리먼 사태 당시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비약적인 발전을 꿈꾸며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와 유럽사업 부문을 인수한 바로 그 노무라다. 노무라는 2010년 도쿄전력 등 세 건의 증자 정보를 외부에 흘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호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혐의가 드러난 후 노무라는 임직원 연봉 삭감은 물론 채권발행 주관사에서 줄줄이 배제되는 등 일본 최대 증권그룹의 명성에 제대로 먹칠을 당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리보 조작으로 바클레이즈가 궁지에 몰린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노무라가 내부자 거래로 곤욕을 치르는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리먼 파산을 기회 삼아 단숨에 월가의 주역으로 뛰어 올라가려 한 영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금융회사가 리먼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탐욕에 눈이 멀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즈의 리보 조작 사태는 글로벌 주요 은행들과 영국 중앙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까지 연루된 대형 스캔들로 비화되면서 미국과 영국 각계에 서슬퍼런 칼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금융당국도 내부자거래 사태로 추락한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당국의 조사와 대규모 벌금, 경영진 사임은 사태 수습책은 될지언정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근본적인 의식 개혁과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월가에서 번져간 탐욕의 씨앗이 언제 어디서 독버섯처럼 자랄지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