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라이프] 인터넷 해외통신원

한국 사람이라면 효도나 애국을 말하겠지만 미국 사람들에게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일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과점을 했다는 예비판정이 나왔다. 독과점과 공정 경쟁에 관한 미국 사람들의 개념을 이해하려면 역시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때 한 회사로 한정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2개 이상의 회사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문제는 전기 회사나 지역 전화회사다. 대개 독점이어서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내면서도 불친절한 서비스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독점체제가 어느 날 갑자기 경쟁체제로 바뀌면 기존 독점회사는 가격을 크게 내리고 서비스는 갑자기 좋아진다. MS를 한번 보자. 지난 10년 동안 MS는 PC 운영체계(OS)를 독점해왔다. 97년에는 새 PC의 94.5%가 MS 윈도를 미리 깔아 놓았다. 윈도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미국 PC 사용자들은 싫증과 짜증을 낼 수 밖에 없다. 윈도를 써 본 사람 치고 며칠 동안 버그 때문에 고생을 안해 본 사람이 드물다. 만약 MS에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다면 이런 운영체계를 그대로 시장에 내놓았을까. 인터넷 여론조사를 보면 85% 이상이 이번 판결에 찬성했다. 대책으로 MS를 AT&T처럼 여러 개의 작은 회사들로 쪼개는 방안을 첫째로 꼽았다. MS는 이제 인터넷 웹 브라우저, 문서 편집기, 사무용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도 독점체제를 굳히고 있다. 편리할지도 모르지만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하나만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독재국가처럼 싫어한다. MS는 자기들은 소프트웨어에서 새로운 기술개발을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새로운 기술은 넷스케이프 같은 작은 회사들이 개발했으며, MS는 새로운 기술이 성공하면 비슷한 제품을 만든 뒤에 윈도 독점 체제를 악용해 작은 회사를 깔아 뭉개왔다고 주장한다. 웹 브라우저 싸움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지금 MS사를 상대할 수 있는 SW 회사는 없고, 오직 사법부만이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은 몇년 전부터 나왔다. 하이테크 분야에 무식한 미국 사법부는 미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걱정까지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그 전에 사법부 결정을 존중하고, 눈앞의 이익보다 다양성과 공정한 경쟁이라는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미국 사람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정석근(하이텔통신원·미국 메릴랜드대학 박사과정)JUNG@CBL.UMCES.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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