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그룹<종합가전단지 멕시코산루이스>(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미·중남미 공략 최대전진기지 부상/2000년 매출 12억불,컬러TV 미 시장 10% 장악 목표/톰슨멀티미디어 인수로 시너지효과 극대화 기대멕시코의 소노라주 산루이스에 있는 대우전자 멕시코종합가전단지(DELMEX) 김병수대표는 지난94년 6월 부임하자 마자 한달만인 7월부터 8월까지 두달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장에서 숙식을 했다. 밥은 공장식당에서 해결하고, 잠은 사무실내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잤다. NAFTA발효이후 컬러TV 제품에 대한 특수가 터져 컬러TV를 제때에 공급하기위해서는 선장이 솔선수범하며 생산을 독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컬러TV 주문량이 갑자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면서 당시 하루 9시간씩 정상근무중인 근로자들을 2개조로 나눠 24시간 철야작업에 돌입키로 하고 근로자들의 협조를 구했다. 주재원 8명에게도 주야간 2개조로 나눠 A조는 아침7시부터 저녁8시까지, B조는 저녁 7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근무토록 했다. 이같은 강행군으로 야간 근무중 코피가 터지는 주재원들이 속출했다. 김대표도 몸무게가 10㎏이나 빠졌다. DELMEX가 당시 하반기중에만 멕시코시티에 있는 대우전자 판매법인(DECOMEX)등으로부터 요청받은 컬러TV 공급물량은 60만대. 이 법인이 일년동안 생산해야 하는 엄청난 물량이었다. 『영업팀은 목이 빠져라 우리만 쳐다보고 있는데… 수수방관할 수 없지 않느냐고 주재원들을 설득했습니다. 마치「도박」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철야작업에 부정적이었던 그들에게「대표인 내가 공장에 상주할 테니 당신들은 2개조로 나눠 교대근무하라」고 지시했죠.』 그는 당시 주재원들에게는 정말 미안했지만 철야작업이라는 일대모험을 계기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고 술회한다. 이 법인은 이같은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대우그룹으로부터 연말에 자랑스런 대우인에게 주는 제조부문 단체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DELMEX는 94년 하반기 24시간 풀가동을 계기로 컬러TV공장에서 종합가전단지로 덩치를 키웠다. 근로자들의 피땀어린 철야작업은 결과적으로 종합가전단지로 탈바꿈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그해 9월 곧바로 컬러TV2공장 건설에 착공, 95년 8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모니터와 VCR, 부품공장도 95년중에 지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95년 1억6천만달러에서 올해 5억달러로 급증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 법인은 전자레인지공장을 새로 짓고, 모니터 라인을 증설하는 등 생산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려 98년 10억달러, 2000년 12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대규모 종합전자단지로 육성키로 하는 중장기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짧은 기간중 DELMEX는 엄청난 덩치키우기에 성공한 셈이다. DELMEX는 멕시코와 미국의 서북단 국경지대인 멕시칼리시에서 동쪽으로 승용차로 1시간 가량 걸리는 산루이스시라는 소읍에 위치하고 있다. 사막지대인 이곳의 도로주변에는 하얀 목화나무에 주렁 주렁 달려있는 면화와 옥수수밭이끝없이 펼쳐져 있다. 사막지대 특유의 거친 모래바람 속에 곳곳에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다. 인구 11만명의 산루이스는 10월말로 접어들며 우리로는 초겨울인데도 섭씨 25도안팎의 따뜻한 날씨로 인해 종업원들이 반팔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고즈넉한 사막 한가운데 신기루처럼 우뚝 솟은 대우전자 멕시코 종합가전단지는 최근 공격적인 신증설에 힘입어 미주및 중남미 시장공략의 최대전진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컬러TV는 생산량의 80%를 NAFTA체결이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중남미와 멕시코에는 각각 10%씩 공급하고 있다. VCR는 전량, 모니터는 95%가 각각 미국에 판매되고 있다. 컬러TV의 고유브랜드 판매비중은 60%선. 나머지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제니스(14, 19인치), 톰슨 멀티미디어의 RCA(14, 20인치)브랜드로 공급하고 있다. 미국시장은 워낙 세계시장을 리드하는 전략시장이어서 선후발업체들이 피나는 싸움을 벌이면서 강한자만이 살아남는「서바이벌 게임장」이다. 따라서 대우는 고유브랜드 판매비중을 높이고 월마트등 대형 안정적인 거래처에 대한 공급비중을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중남미는 나라가 많고 수출물량도 적은 단점이 있지만 초기부터 고가전략을 전개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깨지고 있는 것을 중남미시장이 만회해주고 있는 것. 이 법인은 이처럼 차별화된 북·중남미 시장공략을 위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기위해 과감한 신증설을 벌이고 있다. 부지 10만평규모의 DELMEX는 현재 ▲컬러 TV 1공장(연산 60만대) ▲컬러TV2공장(1백20만대) ▲VCR공장(1백50만대) ▲모니터(39만대) ▲부품(3백12만개)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2000년까지 과감한 증설로 생산물량을 크게 늘려나간다는 게 이 법인의 중장기청사진이다. 2000년 컬러TV 3백3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 세계최대시장인 미국시장점유율 10%를 달성키로 했다. 그러나 최근 대우전자가 프랑스의 종합가전업체인 톰슨 멀티미디어를 인수하면서 목표를 30%로 높였다. 왜냐하면 톰슨 멀티미디어가 미국시장에서 RCA와 GE브랜드로 현지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RCA브랜드는 미국시장점유율이 20%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VCR는 2백27만대, 모니터는 2백만대, 부품도 6백만개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종업원도 2천명을 고용하는 대규모 사업장으로 변했다. 이같은 대규모 고용으로 인해 연방정부는 물론 소노라주정부도 대우를「형제기업」이라 부르며 인허가처리등에서 전폭 협조하고 있다. 대우가 이곳에 진출한 것은 지난 91년. NAFTA가 발효되기 이전에 현지진출을 서둘러 역외제품에 대한 무거운 덤핑관세를 피하기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산루이스를 투자지역으로 낙점하는 데는 적지않은 진통이 따랐다. 공장후보지를 둘러싸고 오지나 다름없는 산루이스냐, 미국 샌디에이고시와 마주보고 있는 국경지대로 교통 물류시설이 우수한 티후아나시로 할 것인가를 놓고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을 벌였다. 투자환경 조사를 벌인 실무진은 오히려 일본기업등이 몰려있는 티후아나에 입주할 것을 건의했다. 이같은 이견속에서 당시 멕시코투자를 총지휘한 윤룡남부사장(현 고려피혁 사장)은 소노라주정부가 10만평의 공장부지를 공짜로 제공키로 한 것이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큰 강점이라고 산루이스를 최종 후보지로 낙점했다. DELMEX의 중장기 청사진은 톰슨 멀티미디어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재조정될 전망이다. 이는 톰슨 멀티미디어의 컬러TV RCA및 GE브랜드가 미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제와 비슷한 가격대를 갖고 있다. 또 RCA는 미국 및 멕시코등에 TV공장을 10여개이상 가동중이고, 인터넷TV,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등의 첨단고부가가치제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생산시설과 마케팅, 브랜드파워(대우의 중저가, RCA의 중고가브랜드)를 결합할 경우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대우측은 전망하고 있다.<산루이스(멕시코)=이의춘> ◎김병수 DELMEX대표/“대졸 고급인력 유치위해 주정부와 주택건립 협상”/현지간부 육성·생산성향상위해 연 2회 고과급여 40∼50% 인상 김병수 DELMEX대표는 요즘 산루이스시를 관장하는 소노라주정부와 중요한 협상을 벌이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는 대졸 엔지니어등 고급인력을 유치하기위해 공단근처에 1천세대의 주택을 짓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있기 때문. 따라서 주지사에게 연방주택기금을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주택조합을 결성한 후 연방주택기금을 활용할 경우 30년간 주택기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게 돼 고급인력의 내집마련이 유리하다는 게 그의 지론. 또 현장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결근율과 이직률을 줄이는 데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작업태도는. ▲시골지역이어서인지 근로자들이 무척 순박하고 성실하다. 주재원들이 생산목표를 달성하기위해 근로자들을 부단히 교육시키고, 토닥거리면 성실히 근무하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이곳 근로자들에게는 전통적으로「마냐냐(MANANA, 내일)문화」가 만연돼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거나, 일처리의 매듭을 분명히 짓지 못하는 것으로 중국식으로 말하면「만만디정신」과 비슷하다. 주재원들이 솔선수범하면서 이같은 마냐냐정신을 한국식「빨리빨리」정신으로 바꾸어가는 데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생산성향상을 위한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중간관리자를 육성하기위해 현지인 간부들에게 앞으로 이곳 경영은 당신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 이들에게는 연 2회씩 고과, 급여를 40∼50%씩 올려주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다. 이는 현장의 근로자들에게도 열심히만 하면 보수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노조활동은 없는가. ▲그렇다. 이곳은 노조개념이 희박하다. 만일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 단체협상을 요구한다면 철수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마냐냐문화가 만연된 멕시칸기질이 팽배한 상태에서 노조가 만들어지면 기업활동하기 무척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해고가 우리나라처럼 복잡하지 않다. 3개월치 봉급만 주면 얼마든지 해고할 수 있는 것도 노조설립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 미국전자노조가 멕시코산 한국제품의 대미수출에 대해 우회덤핑수출이라며 덤핑관세를 부과해야한다고 연방정부에 조사를 의뢰했는데. ▲미 전자노조가 명분없는 무리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미 상무성은 임박한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한국업체들에 방대한 양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등 한국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측은 조만간 한국과 멕시코공장을 대상으로 실사를 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멕시코산 한국제품들은 분명히 핵심부품인 브라운과 튜너등을 역내에서 조달, 현지조달비율 50%이상을 충족시키고 있다. NAFTA체결이후 한국업체들은 역내산 핵심부품을 사용해왔으므로 우회수출하고 있다는 전자노조의 주장은 분명 억지논리다. 미국측의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무역기구(WTO)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이곳에 진출한 한국업체들이 한·멕시코정부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문제는 이달 방한하는 세디요 멕시코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간 양국정상회담에서도 정식의제로 논의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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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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