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 반길 수만 없는 이유

경상수지가 또 사상 최대치다. 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11월 국제수지(잠정)' 자료에서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가 전월에 비해 25억7,000만달러 늘어나 11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종전의 사상 최대치였던 111억1,000만달러를 가볍게 넘어섰다. 벌써 33개월째 흑자행진이기도 하다. 올해 전체로도 경상수지 흑자는 한은 전망치인 840억달러 수준의 역대 최대치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 겉보기에는 분명 화려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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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속 있는 수치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수출호조에 힘입었다기보다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으로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위축된 것도 수입둔화에 작용했다. 그 결과 지난달 502억달러의 실적을 올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폭이 4.8%였고 수입은 400억4,000만달러로 무려 10.4%의 감소폭을 나타냈다. 수출과 수입이 동반 급락하는 불황형 흑자의 전형적인 양태다. 경기동행지수 등 지표들도 경상수지 흑자가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음을 방증한다.

불황형 흑자가 고착되기 전에 서둘러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도 불황형 흑자를 오랜 기간 방치했다가 자초한 것이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경제의 성장엔진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산업구조 개혁과 제도개선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가계나 명심해야 할 것은 겉으로 드러난 숫자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는 물론 국민소득 3만달러에 근접했다는 통계 또한 금자탑이 아니라 환율변화로 인한 착시일 뿐이다. 그런 착시에 현혹된 채 나라 경제의 앞날을 위해 필수적인 구조개혁 앞에서 머뭇거리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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